통합진보당 ‘신당권파’가 “진보의 재구성”을 통해 “종북주의를 청산하겠다”고 한단다. 아무래도 “귀신 씨 나락 까먹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다. 도대체 지금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의혹의 주인공들인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인의 사퇴는 물론 출당(黜黨) 조치조차 제대로 처리해 내지 못한 채 ‘혁신파’와 ‘당권파’ 비대위가 “한 지붕 두 가족”의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는 통진당이 무슨 근력(筋力)으로 “진보를 재구성”하며 더구나 “종북을 청산”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통진당의 “종북주의 청산” 운운 언동(言動)은 좌익(左翼) 세력의 상투적인 ‘공판투쟁(公判鬪爭)’ 전술을 정치판에 끌어드려 상황을 물 타기함으로써 얼렁뚱땅 소나기나 면해 보겠다는 수작(酬酌)에 불과하다.

통진당 문제는 검찰이 당원명부 압수에 성공함으로써, 만약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과 검찰의 상부인 정부 고위층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제 근본적, 근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형국이다. 통진당 문제의 핵심은 이 ‘정당’이 과연 대한민국 헌법이 제시하는 '합헌'-'합법' 정당으로서의 법적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이제 검찰은 이번에 확보한 통진당의 당원 명부를 검토함으로써 통진당이 과연 “목적과 조직 및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의 보유”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8조②항이 명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정당이냐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다.

만약, 통진당이 그 같은 헌법 제8조②항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으로 드러날 때는 대통령은 같은 헌법 제8조④항의 명문 조항에 의거하여 통진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심판’하여 대통령의 ‘제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하게 될 때는 당연히 통진당의 ‘해산’을 명령해야 한다. 헌법은 제66조②항에서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함께 헌법 수호”라는 ‘책무’를 부여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한 ‘취임선서’ 때 “헌법 준수”를 가장 먼저 선서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검찰의 수사가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 결론이 도달했을 때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통진당의 헌법재판소 제소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는 헌법의 명문 규정을 위반하여 그 스스로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사실은, 통진당의 “조직과 목적 및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굳이 당원 명부를 검토하지 않아도 이번 4.11 총선 과정과 총선 이후 당내 분규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검찰이 통진당의 당원 명부를 검토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번문욕례(繁文縟禮)로 과공비례(過恭非禮)의 전형적 사례라는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정치상황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화된 국민의 불신 때문에 같은 일이라도 매사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그 같은 관점에서 검찰의 당원 명부 확보 노력은 그 것대로 평가해 줄 만 하다. 하지만, 지금 문제의 심각성은 검찰의 이번 통진당 수사가 문제의 핵심을 정조준(正照準)하고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목표를 두는 것이라야 하지 혹시라도 얼렁뚱땅 지엽(枝葉)만을 건드리는 것이 되어 버린다면 사태(事態)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이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되리라는데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통진당 사태의 해결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 대신 북한의 세습 수령독재 체제를 지지, 옹호할 뿐 아니라 그 같은 북한 독재체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종북’ 세력이 합법적으로 우리 국회 안에 진입하여 국정심의에 참가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로 귀착된다. 통진당의 해산은 그 방법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의 어려움은 법적으로는 오는 6월5일 개원해야 하는 제19대 국회의 경우 통진당만이 이들 ‘종북’ 세력의 숙주(宿主)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석 127석의 제1야당인 ‘민주통일당’(민통당)에도 상당수의 골수 ‘종북’ 인사들이 당선인의 신분으로 지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통진당에 쏟아지고 있는 소나기를 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데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우리 정치권 안에 교두보(橋頭堡)를 확보한 ‘종북’ 세력에 의하여 국가안보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통진당 문제를 헌법에 입각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제1야당인 민통당 안에 들어와서 똬리를 틀고 있는 ‘종북’ 세력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강구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는 새누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민통당과의 협의를 통하여 민통당 소속 당선인 가운데 ‘종북’ 성향이 분명한 인사들에 대하여 소독(消毒)을 실시하는 방제(防除)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제19대 국회 개원에 앞서서 여야(與野)를 가림이 없이 최소한 과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에 의하여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당선인들에게 북한의 ① 체제, ② 지도자, ③ 권력세습, ④ 인권상황, ⑤ 주체사상 등에 관한 그들의 정치적 소신을 표명하도록 요구하고 그 같은 소신 표명을 통하여 ‘종북’ 성향이 확인된 당선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국회의원 자격 획득을 봉쇄하는 특단의 입법조치를 강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새누리당의 정치력으로 과연 이 같은 어려운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언론보도는 국방부와 통일부 등 일부 국가안보 관련부처들이 제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의원 각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호응하던 과거의 관례를 중단하고 국회의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의결로 요구하는 자료제출 요구에만 호응하는 편법을 구상하고 있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래도 제19대 국회는 개원이 무기한 늦추어지는 ‘식물국회’ 장기화를 선보이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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