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의 명문)향후 북한의 상황전개` 세 가지 시나리오
 북한주민 헌법적결단에 의한 통일론
 
 
 김상철 북한구원운동 공동회장 - 연세대 통일연구원 세미나발표
 
 지난 달 23일 서울 동교동 소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내에서 자리잡은 통일연구원 회의실에서 김상철회장(중앙)이 발표를 하고 있다.
 
 북한 용천폭발사고와 양강도폭발의혹 등 진상규명 없는 연이은 대형사고, 주민들의 탈북사태, 김정일측근의 잇따른 숙청과 동요조짐 등 북한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 등 김정일정권 이후를 대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무성 최수헌 부상은 UN총회에서 “핵연료봉 8,000개 무기화”를 도발적으로 공언함으로써 ‘금지선(red line)’을 넘었고, 앞으로 한 달을 남겨 놓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북한 핵문제가 떠올랐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친북세력이 득세한 가운데 노무현정부는 김정일정권과 공조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김상철 본지 발행인은 현 상황이 “민족 전체의 쇠잔이냐 자유민주 통일 후 세계주도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지난 23일 연세대 통일연구원(원장 신동천 교수)에서 자유민주통일을 위한 ‘북한주민의 헌법적 결단에 의한 통일론’을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다음은 발표와 통일연구원 연구원들과 나눈 질의응답 요약.
 
 
 `향후 북한의 상황전개` 세 가지 시나리오
 
 1989년 1월의 일이다. 연세대 강당에서 열린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출범식장 우편에 붉은색 글씨로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만세’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날 새벽 나는 집 뒤 우면산으로 오랜 만에 등산을 갔는데 등산로에 불온삐라가 뿌려져 있었다. 거기에는 단파라디오와 김일성저작집이 그려져 있고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만세’라고 적혀 있었다. 그날만은 삐라를 주머니에 넣고 왔다.
 
 당시 나는 중앙일보에 시평을 쓰고 있었는데 다음날 이렇게 시작되는 칼럼을 썼다. “아침등산로에 불온삐라가 뿌려져 있었다. 거기에는 단파라디오가 그려져 있고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만세’라고 써 있었다. 그 날 오후 연세대 강당에서 열린 전민련 출범식 전면우측에 붉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만세’…”
 
 그 전날까지만 해도 전민련을 두고 이 시대를 구할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요란을 떨던 신문과 방송이 그 칼럼이 나간 다음 날부터 전민련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몇 달 만에 등산로에 간 것도 신기한 일이고, 연세대 강당에 가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며, 일간지 칼럼을 쓰고 있던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때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은 현재 ‘민족민주혁명’ 진행중
 
 15년 전 전민련의 간부들 중 수 십 명이 지금 국회의원이 되었다. 또 10년전 주사파, 즉 김일성을 숭배하는 가망 없는 골수 공산주의자였던 총학생회 회장 등 간부 출신들 수 십 명이 지금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들 가운데 자기의 과오를 시인하고 전향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전술을 가장 잘 아는 한 분이 북한연구소의 김창순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2003년 3월 노무현정권 출발시 이미 노 정권의 본질이 ‘민족민주정부’라고 간파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럴 리 있느냐고 하겠지만 지금와서 보면 ‘민족민주혁명’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기 어렵지 않다.
 
 현재의 국가보안법폐지 추진은 인권옹호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산당을 합법화하기 위한 것이다. 김일성은 1993년 8월 조선노동당의 대남공작기관인 3호청사 확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비밀교시를 내렸다.
 
 ”적들의 탄압으로부터 혁명역량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범민련남측본부와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철회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을 사대매국적 반통일세력으로 몰아붙이고 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 파쇼폭압기구해체 투쟁과 함께 범민련을 통일애국단체로 부각시키는 합법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나가야 된다”
 
 현 정부의 국보법폐지 다음 목표는 북한식 연방제추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선언 직후 서울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낮은 단계로의 연방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연방제통일의 추진을 선포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나면 그때로부터 1년이 되지 않아 적화통일이 될 상황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에 이를 막을 만한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 행사땐 통일 어려워
 
 한편, 북한의 상황전개를 전망해 보면, 첫째 중국의 공작에 의한 김정일정권의 붕괴 시나리오가 있다. 작년 11월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고위층에게 “북한의 핵보유 사실이 확인되면 미국으로서는 대만이나 일본의 핵무장 주장을 만류할 수 없게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중국측은 “만약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김정일정권을 제거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얼마 전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용천 폭파사건으로 만일 김정일이 사망했다면 결국 북한에 친중괴뢰정권이 등장할 것인데 이를 우리가 막을 방법이나 개입할 법적 지위가 없다는 통일부의 보고를 듣고 밤잠을 못 잤다고 회고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북한에 친중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의 변방으로 귀착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인민군이 북한에 진주했을 때 북한에 대한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함이 명백하다. 이 시나
 리오대로라면 우리는 북한을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의 내부 음모에 의해 김정일이 제거되는 경우다. 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 경우에도 중국의 개입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첫째 시나리오와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세번째 가능성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이다. 테러집단 또는 대량파괴무기 확산국가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북한체제가 멸망할 경우 복잡한 문제가 야기되겠지만 우선 미국과 유엔이 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남북한의 상황전개를 전망해 볼 때 우리는 국가민족의 비상시기에 처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정권의 멸망이냐 아니면 그에 앞서 대한민국의 멸망이냐의 기로이다.
 
 한국내 친북내통세력은 김정일정권의 멸망 이전에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려 할 것이다. 김정일정권이 종말을 고할 때 자신들의 정치사회적 생명도 끝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도 없으므로 김정일정권의 종말이 임박할수록 자기가 살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려는 그들의 공작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의지가 있는지 의문
 
 우리는 현재 자유민주통일을 이뤄 선진국가가 되고 몇 만 달러 소득을 이루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민족 전체가 쇠잔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객관적인 상황보다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통일의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인들은 지금 국제적으로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에 있는 동포들이 당하는 고난과 억압에 무관심하고 그들을 억압하는 김정일정권과 공조하는 등 양심도 정의감도 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반미를 하는 것보다도 동족이 폭압 당하는 데 관심도 없고 도리어 폭압집단과 공조하고 있는 모습 때문에 경멸할 것이다. 오죽하면 최근 주한 독일대사가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홀로 서 있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공적으로 언급했겠는가.
 
 자유민주통일의 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된다. 자유민주통일은 우리의 국격을 유지하기위해서도 필요하다. 정의감이 없는 민족은 경멸을 받아 마땅하다. 자유민주통일은 당위이다.
 한편 통일비용 계산을 하면서 통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정권이 무너진 뒤 2년 정도만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된다. 산업은 남한기업의 투자로 건설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정기간 남한 자유방문은 허가제로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들의 남한 방문 잠정적 금지는 논리상으로도 가능하다. 한국인들도 1988년 전까지는 소외된 섬에서 산 셈이다. 한정된 사람만이 여권을 받고 일반인은 해외여행이 허용이 안 됐다. 한국인들은 건국 후 40년여 동안 해외여행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불편을 감수했다.
 
 북한사람들에게 그런 불편을 5년 또는 10년만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설득이 가능하다. 황장엽 선생은 그것을 자신이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2005 김정일정권종식, 2008 자유민주통일’
 
 자유민주통일의 전제는 김정일 공산독재정권의 멸망이다. 또한 자유민주통일의 방해세력으로 중국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유통일을 위해 중국과의 대결을 불사해야 한다. 중국과 대결을 하려면 통일을 위한 한국인의 강력한 의지와 강력한 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통일은 그 시한이 중요하다. 중국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중국이 방해할 수 없는 여건에서만 자유민주주의통일이 가능하다.
 
 중국은 국가적 사활을 걸고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유물주의자들에게는 명분과 가치보다 현실적 이익이 우선이다. 그들은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보다 작은 이익은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전에 주변국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국제법적으로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경우에는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자유민주통일의 여건은 김정일정권이 멸망한다고 해서 바로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후 2년 지난 금년 초 비로소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김정일독재는 탈레반보다 더욱 폭압적이며 역사도 길다.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정부 수립이 2년 걸렸다면 북한에서는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독재정권의 멸망은 베이징올림픽 3년 전인 2005년까지 이루어져야 된다.
 
 통일의 절차와 방법은 결국 중국이 방해할 수 없는 방법, 독자적인 유엔가입국인 북한주민의 민족자결적인 헌법결단의 절차로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선거로 구성된 북한의회의 대한민국체제 편입결의가 선행돼야 된다. 이는 동독이 밟은 통일절차와도 유사하다.
 
 김정일정권이 붕괴하면 탈북민들은 조속히 북한으로 귀환해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조선노동당의 개혁으로는 안 되고 조선노동당 해체와 다당제 자유민주 선거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하며 자유민주적으로 구성된 의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민족민주혁명’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자유수호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김정일정권 멸망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멸망할 수 밖에 없는 김정일정권의 운명을 선포해야 한다.
 
 
 질의응답...“북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自由”
 
 Q.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당장 통일을 하는 것보다 분단상태로 있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통일하면 우리도 힘들어지고 경제도 힘드니 북한이 잘살게 될 때까지 분단을 지연시키자는 것이다.
 
 A. 분단지속은 남한 주사파와 친북내통세력의 주장이지 보수의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의 ‘통일세력’이 지금은 분단지속을 주장하는 반통일세력이 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공연히 통일은 20, 30년 후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기득권세력 중에 통일 회피의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득권세력은 체제의 이익만 누릴 뿐 보수주의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기주의자일 뿐 국가공동체의 운명에 관심도 없고 기여도 안한다. 통일의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들은 공동체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는 사회의 책임있는 20%이다.
 통일을 촉진시키는 것은 당위다. 북한주민이 죽든 말든 골치 아프니 내버려 두겠다는 이들은 사회를 발전시킬 에너지나 꿈이 없는 사람들이다. ‘웰빙’만을 추구하며 배부른 돼지로 살아 가려는 사람들이다.
 
 Q. 전쟁을 불사하고 중국과의 대결까지 감수해야 하는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룬 정치경제적 성공을 전쟁의 위험으로 내몰 것인가. 통일이 왜 반드시 지금이어야 하는가.
 
 A. 조선 500년 동안 우리는 중국의 예속 하에 지냈다. 중국의 명황제는 조선의 건국을 승인하면서 태조 이성계를 조선왕 겸 중국의 내무대신으로 봉했고 조선의 모든 궁중 대소사를 보고하도록 했다. 반식민지의 특성은 자기 힘으로 자기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 지도층은 외부의 적이 오면 임금을 모시고 도망쳤지 자기 나라를 지키지 않았다. 이후 일제 식민지 35년을 거쳐 해방을 맞았지만 그것도 미군이 일본을 항복시켜서 가능했다. 또 김일성 공산당의 남침으로 부산 앞바다에 몰살할 위기에서 미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구사일생했다.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스스로 힘으로 운명을 지키고 개척한 적이 없다.
 모든 세계의 선진 강대국은 전쟁을 불사한다. ‘전쟁만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전쟁은 절대 안 돼’ 하려면 선진강국은 포기해야 한다. 자격이 없으면서 왜 선진강국이 되려고 하는가. 나라를 지키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각오한 결단이 최소한의 희생을 치르는 방법일 수 있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이 겁나 못해 도지면 병은 고질이 되고 회복불능 상태에 빠지고 만다. 몸이 건강하다면 수술 안하고 약을 먹고 낫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병적인 상태이다. 명백한 친북내통세력의 활동조차 비판하지 못한다.
 김정일정권은 지금 죽을 지경에 있다. 전세계가 김정일독재정권의 폭압을 비난하고 내부적으로도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민족 전체가 쇠잔해버릴 우려가 있다. 시간이 절묘하다. 2008년 이전은 올림픽을 성공시켜야 할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유통일을 돌파시킬 수 있는 시기이다.
 또한 정밀공격을 위한 미국의 무기가 매우 좋아졌다. 벙커버스터 등으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대 위협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인데, 김정일은 지휘관들의 역반발 가능성 때문에 최종 순간 생화학무기 사용지시를 망설일 것이다.
 
 Q.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공격의 명분이 있겠는가.
 
 A. 선제공격 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국내에서 친북내통세력의 적화음모가 저지될 수 있도록 자유수호운동이 목숨을 다해 전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힘이 미약하다. 우리에게 보장돼 있는 자유와 저항권을 행사해 적화음모를 좌절시켜야 한다. 하지만 잘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희생을 하지 않고 제 앞가림만 한다. 나라가 위태롭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금 김정일정권은 세계 질서를 저해하고 도전하는 일을 멋대로 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유지자인 미국의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 6자회담 이후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이 외교적 노력의 한계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남은 것은 군사적 조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선제공격의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지난 용천폭발사건 때 폭발된 물품 중에 시리아로 수출될 미사일 몇기가 포함돼 있었다. 대량살상무기의 수출만으로도 국제질서의 교란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은 핵의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폐기에 동의한 적 없으며,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미 파기했다.
 
 Q. 이른바 ‘신기능주의’, 즉 접촉의 확대를 통한 북한내부의 붕괴유도와 이를 통한 통일이 경제적 효율성과 통일 이후 삶을 생각할 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햇볕정책의 목표는 접촉을 통한 북한내부의 변화였다.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보내는 돈이 중국을 통해 북한 가족에게 전달된다고 하며 평양에서 TV를 통해 남한 방송을 시청한다고 한다.
 
 A. 접촉을 통한 변화주장은 허구다. 과거 동서독의 협력을 통해 동독이 변화됐다고 하나, 동독에서는 교회가 계속 예배를 드렸다. 간섭을 받고 불이익은 받았지만 신앙의 자유가 있었다.
 또한 동독사람은 서독의 TV를 늘 시청했다. 서독인의 동독방문 숫자는 빌리브란트의 오스트폴리틱(동방정책) 이전에도 매년 200만 명에 달했고 오스트폴리틱 이후에는 320만이 방문했다. 동독의 인구가 1,800만인데 이 정도 교류 규모면 동서독의 다면적 접촉이 동독을 변화시킨다는 가설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 인적교류는 극소수에 한하며 그나마의 방북도 폐쇄된 지역을 엄격한 가이드의 통제아래 이뤄지고 있다. 동서독의 접촉교류가 가져온 변화와 비교할 때 남북접촉의 효과는 극미하다.
 평양인근 주민이 TV를 시청한다는 것은 지하시장을 통해 들어가는 비디오나 라디오를 본다는 것일 것이다. 김정일의 묘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비밀 송금이 북한사람을 살리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입국 탈북민 5,000여 명이 송금을 통해 북한주민 1만 명 이상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는 김정일 통치구조를 강화시키기 않으면서 굶어죽는 북한주민을 돕는 효과적 방법이다. 하지만 탈북민 송금은 김대중 정책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탈북민 국내입국을 추진하지 않았고 다만 가까스로 한국공관에 들어온 탈북민에 대해서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Q. 통일을 위한 경제적 비용이 우리 나라 GDP의 20~50% 수준인 1,500억 달러에서 3,500억 달러로 추산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 비용을 충당할 것인가.
 
 A.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철저해 모든 동독국민에게 서독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주고 있으며 동독의 사회간접시설을 서독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것이다. 동독은 공산당 집권 이전에도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높았기 때문에 맞춰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현재 산업단계가 낮기 때문에 남한과 동일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사회적 당위성이 있지 않다. 북한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이다. 남한수준의 경제발전이 아니다. “갑자기 잘 살기를 원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황장엽 선생의 말이다. 한편 대북투자는 통일비용이라기보다 투자이기 때문에 희생으로 볼 수 없다.
 
 Q. 김정일정권 붕괴 후 남북 자유왕래의 제한이 실제 가능하다고 보는가.
 
 A. 결단의 문제다. 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양보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한국도 경제발전을 위해 수 십 년 동안 역외 여행자유를 제한했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독재체제로부터의 자유이다. 먹을 것은 지금보다 70%만 더 먹어도 행복할 수 있다.
 동독사람들이 서독으로 들어갔다가 대부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타지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나는 탈북민들에게 “남한에서 ‘2류 국민’으로 살면서 불평불만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 무너지면 당장 북한으로 가서 지도자가 되라”고 말하고 있다.
 
 정리/김범수 기자 bumsoo@
 김범수기자 2004-10-07 오후 2: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