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27일 분당 을 지역구에서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결국 한나라당의 전직 대표와 민주당의 현직 대표가 기수로 나서는 가운데 두 정당의 사활을 건 한 판 승부로 틀이 잡혔다. 그런데, 이 같이 이루어지는 분당 을 지역구에서의 보궐선거에 관해서는 이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마음을 작정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이번 분당 보궐선거는 결국 한나라당의 강재섭(姜在涉) 후보와 민주당의 손학규(孫鶴圭) 후보 사이에서 승자(勝者)를 가려내는 선거가 되었다. 그런데, 분당의 유권자들 가운데서 특히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에게 표를 찍고자 하는 유권자들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손학규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들은 결국 1년 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다.

손학규 후보가 이번에 그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당 을 지역구 보궐선거에 후보로 뛰어든 이유는 분당이라는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가 이번에 분당 보선에 출마한 유일한 목적은 이번 보선 출마를 통해 내년 12월에 실시될 예정인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로 지명 받고 나아가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의 승자가 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번 분당 을 지역구 보선 당선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임기는 지난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되었으면서 작년에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없는 자리인 청와대 대통령실장으로 부임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임태희(任太熙) 씨의 잔여 임기, 즉 2012년4월에 있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하루 전까지의 며칠 빠지는 1년이 된다. 1년짜리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손학규 씨가 이번 보선의 승자가 될 경우, 그가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분당 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다시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이번 보선에서 당선되는 순간부터 우선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고 그 다음에는 이미 사실상 대권(大權) 주자(走者)로서의 위상(位相)을 확정해 놓고 여론몰이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柳時敏) 씨를 상대로 힘겨운 야권후보 단일화에 몰두해야 할 처지다. 한가롭게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가 그에게는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분당에서 당선되더라도 그가 내년 4월의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이곳에서 다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가 내년 총선거 때 분당 을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하는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만의 하나, 그가 내년 총선거에 당선되는 경우에도 그가 19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상적인 의정생활을 수행할 가능성은 없다.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야권후보 단일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死鬪)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씨가 이번 보선에서 당선되고 이어서 내년 4월의 총선에도 출마하여 당선될 경우,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공무원에게 “선거일 60일 이전 공직 사퇴”를 강요하면서도 유독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의회의원과 장(長)’ 선거에 출마하는 당해 ‘지방자치단체 의회의원과 장’에게만 예외적으로 공직을 유지하면서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는 불평등법인 현행 ‘공직선거법’ 제53조에 의거하여, 그는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내년 12월의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로 국회의원 직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 때 분당 을 지역구에서 출마하여 다시 당선된 뒤 12월에 있을 대선에 대비하여 민주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 그가 과연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으로 정상적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은 역시 의문이다. 결국 이 같은 모든 변수를 고려한다면, 분당 을 지역구 유권자들은 그들이 손학규 씨를 이번 보선에서 당선시킬 경우, 그의 의정생활은 1년간으로 끝날 것이고, 가령 내년 4월의 제19대 총선에서 다시 당선시킬 때는, 그의 대권의 꿈이 실현될 것인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국회 4년 임기 상반기 중에 또다시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보선에 임해야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분명히 민주주의의 시련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라면, 비록 법적으로 그렇게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은 원론적으로 주어진 4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그 동안의 의정활동 실적을 가지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한 재신임 과정을 통하여 다선(多選) 의원의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민주주의 대의정치는 안정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특정 자연인을 당선시킬 경우 1년짜리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알면서 그를 뽑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되고 또한 지역 유권자들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보선에서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분당 을 지역구 유권자들이 마음속의 선택을 하기 전에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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