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집단안전보장의 시작은 한반도의 통일부터

강단의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수시로 “왜 우리 동북아는 유럽식의 집단안보모형(CSCE or OSCE)이 가능치 않는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도 지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러시아대통령이 동북아집단안보구상의 중요성를 설파하고 제안한 기억이 있지만, 역시 기본 여건이 성숙치 않은 이 동북아에서는 그 제안 자체로써 그 생명이 다하고 말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동북아도 반드시 유럽의 집단안보지형을 본받아 갈 것이지만, 지금의 한반도안보지형부터가 이러한 기본모형이 실현되는 것을 방해하는 형국을 부인 할 수은 없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이러한 동북아의 집단안보를 제도화하는 첫 번째 완벽한 조건은 민주화된 체제로 한반도가 통합되어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민주적 조정자로써의 견실한 역할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분단구조로는 이 역할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의 속성상 향후 미국의 헤제모니가 군사패권을 중심으로 수 십 년은 더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패권을 겨냥한 중국의 계속된 도전과 이에 대한 美日의 방어억지전략의 입안과 실천차원에서도 기본적으로 북한과 같은 말썽꾸러기를 같이 안고 집단안보구상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일이후에도 유럽의 NATO군처럼 미군의 계속적인 동북아 주둔은 세력균형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에서 어떠한 경로를 거치든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통일정부가 태동한 이후 미국과 중국의 상충되는 안보이익을 조정하는 메커니즘 창출의 시동을 이 통일한국이 객관적으로 건다면 주변의 강대국인 러시아와 일본은 장기적인 국익확보차원에서 안정돤 동북아의 질서를 위해서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 올 것이다.

사실 日中간의 역사적 아픔, 韓日간의 역사적 아픔 등의 조건도 청산되어야 하지만, 지금 연평도에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한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소멸만이 가장 중요한 동북아 집단안보체제의 시동을 거는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중국도 일시적인 脣亡齒寒의 단기효과보다는 등소평 전 지도자가 설파한 ‘결부당두론’에 입각한 장기적인 안보안전장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정치제도로 무장한 통일된 한국은 세계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일.러의 갈등구조를 집단안전보장체제의 구조 속으로 녹여내고 조정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직된 공산당정권이 정치적 민주화의 길을 걸으면 이 문제가 더 쉽게 풀리겠지만, 지금과 같은 중국의 이중적 정경분리틀속에서도 미국과 합리적 안보이익을 조정하는 중국의 장기적인 속셈이 통일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의 집단안전보장체제로 충분히 연결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10.12.2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경제연구소, 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