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8차 아젠다 토론에서 말한 서울대 송00교수의 이념 인식에 대한 난해한 글을 보고 한마디 안할 수 없다.

일단 그의 논지의 핵심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본다.

1) 제목 : 중도실용주의는 취사선택의 이념정치다.(갈등 해소위해 이데올로기 버려라.)

2) 우리가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를 ‘사회정의’라고 못 박 고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3)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은 그것이 국민의 민복을 증진시 켰는가, 나아가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 하는가에 달려 있다.

4) 박00교수가 주장하듯 현 정권의 진보적 이념이 역사 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5) 그러나 그것이 국민의 민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부는 긍정적 답변을, 다수는 부정적 답변을 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이다.

6) 중도실용주의도 이데올로기의 한 유형이다. 모든 정 치이념은 이데올로기다.

7) 중도정치란 좌파가 우파의 논리를 수용하거나, 우파 가 좌파의 정책을 이어받아 중간지대로 이전하는 것 이 보통이다. 중도정치란 중도를 지향하는 ‘이념적 태도’를 지칭한다.

8) 시장주의가 실익을 더 많이 보장한다면,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친북이 실익에 가까우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 반미가 실익을 더 보장한다면 기꺼이 반미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도실용주의는 기회주의적이다.

1) 처음 제목부터 이해가 심히 난해하다. 중도실용정치 는 이념정치라 하며 이를 버리라 한다. 버려야 할 당위성을 말하지 않고 무조건 버리라면 이는 분명 언어폭력이다. 중도실용이 이념이란 말도 난해한 말 이다. 중도라는 말은 순수 우리말로 바꾸면 ‘가운데’ 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도라는 말은 독립적 으로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쪽과 저쪽 이라는 존재를 가정할 때에만 그 중간지대를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실용 정치를 이념이라 함은 언어의 유희가 아닌가 싶다. 굳이 이념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좀더 솔직한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어떨지. ‘얌체이념’이라든가 아니면 ‘새치기 이념’이라든가.

중도실용은 이념이 아니니 집어던지라는 말이 좀 더 학자다운 정직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개의 국가들 중 국가의 정 체성을 중도실용이라는 이념으로 하는 나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토록 훌륭한 정치이념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을가. 이 또한 이 해 난망이다.

2) 두번째 주제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특정 이데올 로기를 사회정의라고 못 박고 그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강변한다.

이는 이념을 조변석개 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 다. 인류역사상 가장 장기간 유지한 이념은 제왕이 통치한 왕조이념이다. 이는 수 천년간 유지한 이념 이다. 이후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프랑스의 혁명과 러시아 혁명을 거치며 새로운 통치이념이 지구상을 휩쓸었다. 물론 이러한 이념과 더불어 수정주의적인 이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이러한 통치이념은 조변석개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 다.

3) 의 주제는 송교수 스스로 이념의 장기성을 말함으로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은 그것이 국민의 민복을 증진시켰는가, 나아가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국민 의 민복이나 인류의 번영이란 1,2년 사이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2차 대전 후에 ‘라인강의 기적’을 말하는 독일이나, ‘한강의 기적’을 말하는 한국도 수십년이란 기간의 통치이념을 통하여 이루 어진 것이지 1,2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이념이란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정치철학 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더욱 이 기적이란 표현은 보편적 상식을 뛰어넘었다는 말 이다. 이는 수십년이란 기간도 매우 짧은 기간이었 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4) 에 이르러 “현 정부의 진보적 이념이 역사적 정당성 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대 다수 국민은 현 정권을 진보적 정권이라고 보지 않 는다. 비록 마음에는 들지않더라도 진보 보다는 보 수에 많이 기울어 있다고 본다. 송 교수는 중도실용 이라는 정치형태를 새로운 이념정치로 보고 진보이 념이라 보는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기회주의적 발 상정도로 보는 것이지 일종의 정치이념으로는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치현실로 보아서는 중도실용 정치라는 것은 일종의 망국적 정치형태다. 바로 대 한민국의 현실이 그리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대다수 보수층이 이명박 정권 에 대해서 배신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원인도 몰 이념적인 정치형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송 교수는 박 교수의 논지에 동의한다고 하니 개인의 편향적 사고라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배제한 다.

5) 에서는 나라의 현실을 옳게 보고 올바른 말이라 비평 을 자제한다.

6) 에서도 송 교수는 “중도실용주의도 이데올로기의 한 유형이다. 모든 정치이념은 이데올로기다.”라고 강변 한다.

거듭 말하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정치형태 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없다. 지구상에 어느 나라도 독립적으로 중도실용이라는 정치로 이념화 한 나라는 없다. A와 B라는 두개의 이념이 정치적으로 대립할 때에 그 중립적인 입장에 처할 수는 있어도 이를 이 념으로 본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남발이다.

7) 에서의 말도 하나의 가상을 말함이다. 좌파가 우파의 논리를 수용하면 이는 우파로 변질된 것이고, 우파가 좌파의 논리를 수용하면 좌파로 변질된 것이다. 다만 피차 상대의 장점을 일부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를 중도이념이라 함은 우파와 좌파의 이념을 부정함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념’이란 한두 사람의 입방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의 인정과 정치이념으로서의 보편적 가치가 인정될 때에 정치이념으로 정립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