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험하고 끔찍한 소리만 들린다 (제2신)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작년 11월 초에 시작한 [북한대학살 전시회]를 미국수도 워싱턴에서 열려고 여러 곳에 문의했으나,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 주 패어팩스에 있는 한인교회 한 군데에서만 도와주겠다고 답이 왔다. 전시회 일정을 4월 26일부터 30일까지로 잡고 준비중,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상원건물 럿셀 빌딩의 로툰다에서 전시회를 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북한대학살 전시회]의 미국수도 워싱턴 전시회는 4월 18일-20일까지 국회 상원건물에서, 4월 26일-30일까지는 패어팩스 한인교회에서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런데 4월 16일 럿셀 빌딩에 가서 전시회 준비를 하고있는데 일이 났다. 상원건물 전시회 규율위원회에서 너무 심한 사진이나 그림은 안 된다는 연락이 왔고, 갖고갔던 영양실조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담은 배너들도 2층 밸코니에 걸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런대로, 북한정치범 수용소 위성사진들, 탈북소년 장길수 그림들, 김한미 가족 심양 일본영사관 탈북기도 사진들, 등을 진열하고 전시회 준비를 다 마추었다. 럿셀 빌딩에는 관광객들과 국회에 용무가 있어서 오는 사람들로 근무시간중 어느 때나 붐빈다. 국회를 구경하거나 일보러 온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이상한 그림과 사진들이 걸린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무슨 이런 끔찍한 전시회를 하는가, 물어온다. 답은 항상 간단하다. 전시회 사진에 실린, 가슴이 납작해진 탈북난민 여성의 사진도 진짜이고 (이 탈북여성은 이 사진을 찍은 뒤 사흘만에 사망했다고 함), 사람의 손과 팔을 끓여먹는 인육식사도 진짜이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 아이들의 사진도 진짜이다라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특히 남한의 대통령이란 노무현은 이런 동족들의 대학살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한 노년의 미국인이 말을 부친다. “김정일의 체중이 얼마나 되는가?” 어이없는 질문으로 들렸지만, 김정일의 이름을 거의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을 보고,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200 파운드는 넘을 것 같습니다.” 그 미국인의 다음 말이 내 머리를 내려쳤다. “저 200 파운드 짜리 난쟁이를 없애지 못해서 그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가?” 늙어보이는 미국 사람이 내 할 말을 한 마디로 다 해버렸다. “ 저 죽일 놈 한 마리 때문에 3백만명이 굶어 죽었고 남한은 물론 온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 아닌가?” 점심 시간이 지나고 조금 있다가, 뒷 모습이 낯익은 사람이 전시물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황장엽 선생님이 워싱턴에 오셨을 때 한 번 만나본 적이 있고, 텔레비에 밤낮 나오는 사람이라 뒷 모습이라도 누구인지 곧 알아볼 수 있었다. 공화당 중진 존 메케인 상원의원이었다. 월남 전에서 하노이 힐튼 감옥에서 10년간인가 지옥살이 고문살이를 하다가 살아남은 메케인 의원, 공화당 대통령후보 예비선거에서 W. 부시를 거의 압도할 정도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 메케인 의원이 북한대학살 전시회를 보좌진도 없이 혼자서 찬찬히 관람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쫓아가서, “메케인 상원의원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셔서 와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란 상투적 인삿말을 건넸다. 메케인 의원은 빙긋 웃고, 전시회 물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부지런히 전시물들을 설명하면서 10분간쯤 전시장을 같이 돌았다. 전시회를 돌아보고 메케인 의원이 나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저 편에 서있던 동지들, 문국한 씨와 박선생을 불러서 메케인 의원에게 인사를 시키고, 문선생이 지난 10년간 이 전시회 전시물들을 모두 수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메케인 의원에게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전시회도 보고 사진까지 같이 찍어주니 정말 영광이라고 인사를 했다. 갈수록 태산인 것이, 메케인 의원은 문선생과 나를 바라보면서, 이런 훌륭한 일들을 하시니, 정말 영광인 것은 내 쪽이라고 말한다. “Senator McCain, it was an honor to take a picture with you together.” “No, Sir, the honor is mine to take a picture with you people who made this exhibit available.” 메케인 의원이 사라지고 아풀싸! 후회가 됐다. 며칠 후 (4월 22일) 서울에서 오신 국군포로 2분을 위한 공식오찬이 있는데, 무작정 그곳에 오시라고 초청을 했더라면 메케인 의원이 즉석에서 허락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내 머리가 빨리 돌아 그런 청을 했더라면, 메케인 의원은 선약을 깨고라도 국군포로 오찬에 참석하셨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후회막급이나 이미 늦었다. 전시회 사흘째 되는 마지막 날, 상원 규율위원회 직원이 또 다녀갔다. 다녀가면서 그야말로 우리에게 행패를 부리고 갔다. 관광객들로부터 그림이나 사진들이 너무 끔찍하다고 불평이 들어오니까, 인육을 요리하는 장면이나, 뼈만 남은 어린 아이들 사진들을 허락할 수 없다고, 사진이나 그림 여러 장을 즉석에서 떼어 내렸다. 발표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따지며 한 바탕 하고 싶었으나, 이 전시회 장소를 마련해준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사무실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냥 참기로 한다. 참기는 참지만 억울하기 짝이 없다. 김정일 때문에 백성들이 굶다보면 어린 아이들을 죽여서 그 고기를 파는 것도 사실이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진들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끔찍한 사진들을 미국 사람들 남한 사람들에게, 보기 싫어도 보여주고 듣기 싫어도 듣게 해야, 김정일이 하루 빨리 죽고 남한의 김정일 앞잡이들이 하루 빨리 사라지지 않겠는가! 갈 길은 험하고 날은 어두어 지는데 사면에서 들리는 소리는 승냥이 늑대들의 소름 끼치는 포효 소리뿐이다. 2005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