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8월 13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의 소견에서 “보수는 반공주의를 진보는 종북주의를 각각 극복해야 한다.”는 기사에 대한 반론으로 조갑제 대표께서 “안병직 씨의 주장은 틀렸다”는 기사에 대한 재반론으로 9월 21일자 뉴데일리에 실린 안병직 이사장의 기사를 보고 한마디 한다.

조갑제 대표의 반론의 핵심은 “한국의 국가이념은 반공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리고 반공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1. 민족 반역세력에 대한 반대

2. 전체주의 세력에 대한 반대

3. 반시장주의 세력에 대한 반대

4. 반법치세력에 대한 반대

5. 惡에 대한 반대

이는 한마디로 김정일세력에 대한 핵심내용이다. 이에 대한 안병직 이사장의 재반론의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한 고도 산업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 있어서는 공산주의 혁명을 포함하는 체제 변혁을 노리는 모든 혁명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은 내부에 있다.”

안 이사장의 말은 매우 일리 있는 말이다. 물론 반공이념이란 말도 보편적 이념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말에도 함정은 있다. 고도 산업사회에 공산혁명을 비롯하여 체제 변혁을 노리는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정치사적으로 정리된 공식화된 논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은 내부에 있다는 말도 자기모순성을 들어내고 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성공하여 정부를 뒤엎고 자기이념적인 정부를 세우면 그게 혁명이지 또 다른 별난 혁명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반공이념을 한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시행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공산주의라는 적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의 현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임시방편적인 이념일 수도 있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의 공산세력이 6.25 남침이라는 침략전쟁으로 국가의 존망이라는 엄청난 위험에 처한 경험이 있고,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에 있으며, 지난 50년간 수없이 많은 북한 공산세력에 의한 작은 규모의 침략적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지난 10년간 좌익정권의 농간으로 엄청난 공산세력이 성장하여 언론에 회자되는 바로는 국민의 30%가 종북 세력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현실에 반공을 포기하라는 말은 대다수 보수층을 이루고 있는 국가 보위세력으로 하여금 무장해제 하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반공이념 때문에 종북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종북세력 때문에 자기 방위차원에서 반공이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의 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사는 통일 이후에나 가능한 논조로 보고 싶다.

우리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국가가 아니다. 반공이란 말 자체가 없는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들이 매우 부럽다.

이제 필자의 결론을 내야 하겠다. “보수는 반공을 버려야 한다는 안병직의 주장은 틀렸다”라는 조갑제 대표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

끝으로 필자는 조갑제 닷컴의 회원이고 계간지 시대정신의 회원으로서 두 분을 다 존경하는 입장이다. 나라의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주적인 분들로서 이러한 문제로 피차 상처받는 일 없기를 기도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