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늦은 밤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평소 안면이 있던 어느 노숙자 한명을 서울역 근처에서 만나 조그마한 대폿집에서 소주 한잔하며 두세 시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요즘 TV를 통해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미디 같은 꼬라지를 보며 한숨과 분노가 교차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그대로 하여금 한숨과 분노가 치밀게 하였는가 하였더니 그의 답변인즉 단순하였다.

대통령의 안목이 우리 같은 노숙자만도 못하다는 것이었다. 왜 자격도 없는 사람들을 국회에 내 보내 가지고 걸레조각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주위에 그토록 장관이나 총리를 할 만한 인물들이 없느냐는 것이다.

망신을 당하는 후보자들은 그렇다 치고, 그들의 망신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망신이고 국가의 망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사가 외신으로 각국에 나가면 대한민국의 각료들은 다 같은 존재들로 볼 것 아니냐는 것이다.

40대 초반의 젊은이 치고는 제법 조리있는 말이다. 하다면 대통령에 대한 그대의 비판을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 국가의 수치라 할 수 있는 이런 현실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라도 있는가 하였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정부에서 공공연하게 인재를 공모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한 인재를 뽑는데 여와 야를 가릴 필요없이 공정하게 공모하여 내정하고 국회에 나가면 최소한 걸레조각이 되는 수모는 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딱해 보이기는 하나 전혀 현실성이 없는 말 같지도 않다. 그리한다면 자기도 한번 공모에 응해 볼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하도 말 같지 않아 웃으며 한마디 받았다. ‘이 사람아 주제 파악을 하게, 자네는 노숙자야, 남들이 웃어. 자네는 수신제가도 못한 존재야.’

내가 쑥스러울 정도로 총알같이 말을 받는다. ‘수신을 못하기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은 오히려 나보다 더 부도덕합니다. 나는 결코 위장전입을 한 경험이 없습니다. 자식을 위해 위장전입을 할 입지도 못 되니까요. 위장전입이란 있는 자 들의 불법이죠.

없이 이렇게 살지만 아직 불법적인 행위를 하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더우기 나는 군대도 갖다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자가 치러야 할 최소한의 의무는 다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군필 의무가 필요조건이라고 합디다.

케네디 대통령 같은 분은 신체검사에 떨어지니까 아버지 백을 동원하여 억지로 군에 입대하여 군 의무를 필하였다고 합디다.

나는 부동산 투기도 안했습니다. 투기할 돈도 없으니까요. 나는 그 점을 항상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세금 탈루도 안했습니다. 평생 세금을 내본 적이 없으니까요.

우리같은 사람한테는 세금 내라는 말도 없더라구요. 불법대출도 한적 없습니다. 은행에 가 보아야 본 척도 안합니다. 위장취업도 해 본적 없습니다. 그게 보통사람은 하고 싶어도 않되는 일이죠. 논문 표절도 해 본적 없습니다. 겨우 고등학교 졸업했는데 무슨 논문입니까. 논문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나 같은 사람이 총리 내정자로 청문회에 나가면 민주당이나 민노당 놈들이 헐뜯을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놈들이야 말로 10년 동안 나라 말아먹으려고 한 놈들 아닙니까. 그놈들 전에는 우리 같은 노숙자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배운 놈들이 항상 나라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먼저 살게 해 줄 생각은 않고 김정일이 주머니나 채워줄 생각만 하니 나라가 이 꼴이 되는 것 아닙니까.

돈이나 쌀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할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놈들이 바로 과거 10년 동안에 집권한 놈들입니다. 그런 놈들이 감히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합니까.

나에게 총리 내정을 해주면 아무리 악한 민주당 놈들도 나에게 손가락질을 못할 것입니다. 기껏해야 내가 가방끈이 짧다는 것 정도 말하겠지요. 그러나 항상 배운 놈들이 나라를 망쳤지 못 배운 사람들이 망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뭔가 생각을 잘못 하는 것입니다. 우리한테도 한번 기회를 주라고 해 보세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여보게 술 들어 안주 식네.

내게 한번 기회가 닿는다면 자네를 추천하도록 힘써 보겠네. 하긴 자네 같은 사람이 총리하면 개망신 당하고 물러나는 일은 없을 걸세.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으니 말이네. 밖에 비가 멎은 것 같네.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또 만나세.’

시커먼 하늘을 보며 우울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