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와 요한이 사마리아인들을 위하여 안수하여 기도함으로 성령을 받게 된 일이 있었는데 이 광경을 본 시몬이라는 마술사가 두 사도들에게 돈을드려 이 권능을 자신에게도 주어 누구든지 자신이 안수하는 자에게 성령을 받게 해달라고 하자 베드로가 이를 거절하고 하나님의 선물을 돈주고 살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함께 네가 망할 것이라는 책망을 하게 된다(사도행전 8:14-20).

중세 카톨릭교회에서는 글을 쓰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까지도 금전을 수수하고 카톨릭교회의 지도자로 임명하였는데 이를 영어로 'simony'라고 한다. 마술사 시몬이 돈을 주고 성령을 받게 하는 권능을 사려고 한데서 유래하고 있다. ‘聖職賣買制度’가 바로 'simony'에서 온 것이다.

世間에서는 정실제도(情實制度, patronage system)라고 말하는 엽관제(獵官制, spoils system)가 있다. 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선거운동원과 그 정당의 적극적인 지지자에게 승리에 대한 대가로 관직에 임명하거나 다른 혜택을 주는 관행을 두고 말한다.

금전과 관련된 성직매매제도는 불행하게 지금도 교회 안에 알게 모르게 관행으로 존재한다. 세속에서는 정권을 잡으면 소위 은혜적 보응의 관행으로 측근들을 요직에 등용한다. 인사의 탕평(蕩平)은 사라지고 사사로운 情에 이끌리어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성직매매제도와 엽관제는 다른 행태이지만, 이로 인하여 그 자리에 적합한 다른 상대방의 기회를 박탈하며 일반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에서는 동일한 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을 末世之末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설교하면서도 물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Manmonism)에 빠져 있다. 세상이 다 되어 간다는 데도 수백억이나 심지어 수천억이 드는 고래등 같은 교회당 짓기에 사뭇 경쟁적이니 말이다.

축복은 가시적인 物量主義에 관련되어 있다. 가난하면, 병들고 아프면, 가방끈도 짧으면, 세상에서 출세를 못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축복에서 제외된 사람이란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니 돈 있는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들이, 학벌 있는 사람들이, 권세 있는 사람들이 판치는 교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주님은 정말로 실패한 분이셨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말구유에서 탄생하셨고 우리 주님 역시 가난한 목수로 생활하셨다. 그래서 이사야의 말대로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버린 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이사야53:2-3) 라고 하지 않았는가?

머리 둘 곳도 없으셨고, 자가용도 없으셨고, 끼니를 남에게 의탁하셔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다가 시장하셔서 밀을 잘라 잡수시던, 그야말로 철저히 Anti-Manmonism적 삶의 모형이셨던 우리 주님를 따르는 사도들이라는 지금의 기독교 목사들은 완전히 Manmonism에 빠져 물질의 풍요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 지도자들 밑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자들이 세속에 나가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으로 똑같은 행태를 보이거나 한 술 더 뜨게 마련이다.

청문회 정국이 이제야 끝이 났다.

청문회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인사권자로부터 임명받은 직을 사양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일생에 한번 찾아올까 싶은 기회를 붙잡으려고, 모두가 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며 어떻게든 그 직을 놓치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회동의 절차를 남기고 있지만,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 모양이다.

위로는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이란 모름지기 국민의 公僕 즉 종이다. 대통령은 머슴 중의 머슴인 상머슴이다. 그런데 그 고된 머슴의 자리를 죽자고 하겠다는 것이다.

종은 노비를 말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servant’라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국민이 上典인 민주국가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servant-leadership’ 일명 ‘머슴리더십(섬김의 리더십)’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면서 내세운 리더십이다.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Greenleaf)의 이론을 근간으로 한 ‘머슴리더십’은 조직 구성원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섬김과 봉사를 먼저 내세운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와 병든 자의 편에 서시어 그들을 돌보셨던 주님, 머리 둘 곳도 없이 고생만 하시다가 끝내는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죄인인 우리를 섬기시며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주님(빌 2:5-11)은 바로 ‘섬김의 극치’를 보여 주신 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섬김의 정신이 기업과 사회 정치의 현장에서 도입되고 이미 그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일하기에 훌륭한 포천 100대 기업’에 선정된 회사들의 다수는 이미 섬김의 리더십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인텔, 시노버스 파이낸셜 등이 그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또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도 섬김의 정신을 실현하는 기업이다.

요사이 많은 목사들은 죽기까지 복종하신 주님의 섬김의 정신은 간데없고 군림하며 섬김을 받으려고만 하고 있다. 주님이 하신대로 주님의 양무리인 교인들을 섬겨야하는 것이 목사인데도 말이다.

목사들이 이러하니 세속의 정치인들이야 오죽하랴?

그래서 한국의 사회는 변화되지 못하고 있다. 모두 다 한국 기독교, 목사들 책임이다.

자신의 허물이 들어났을 때 그 것을 모면하려고 안달인 자들은 이미 국민의 참된 公僕으로서 자격이 없다. 앞으로 나아가되(進) 또 물러설줄도(退) 알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청문회에 임한 공직자들을 보면 국민을 上典같이 섬기기는 다 글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上典같이 섬기지 못하면서 국가의 命運이 오가는 유사시에 과연 목숨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 줄 수 있을까?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은 분명 평안치 못한 유사시이니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