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의 잘츠기터를 생각하며 우리에게도 한국판 잘츠기터가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 잘츠기터는 한 마디로 말해, 동독의 인권탄압 사례를 수집하는 기관이었다. 이후에 인권을 탄압한 동독의 책임자들을 처벌하고자 하는 의도였고, 서독은 이러한 의지를 강력히 동독에 보여줌으로써 동독의 인권탄압을 상당 부분 억제시키는 기능을 수행했다.

1961년 동독 정권이 베를린 장벽을 세우자, 서독 정부는 ‘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용납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잘츠기터(독일 중북부의 소도시)에 중앙조사처(이하 잘츠기터로 칭함)를 설치했다. 동독 정권의 인권 탄압 사례를 수집해 나중에라도 형사소추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잘츠기터’는 전담직원이 2명, 가장 많았을 때도 7명. 연간 예산 37만 마르크(1억8000만 원)에 불과했고 법적 집행 능력도 부여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 정권을 가장 예민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콩알’만한 잘츠기터였다고 한다.

동방정책(동독화해정책)으로 동서독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동독정권은 줄곧 이 기구의 폐쇄를 요구해왔다. 서독의 사민당이나 지식인들도 “냉전의 잔재”라며 동조했다. 동독 체제에 대한 비판은 “평화와 긴장 완화를 해치는 것”이었고, 동독을 미화해야만 “진보적”이라는 말을 들었고,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를 “친근한 이웃 아저씨”로 대하는 분위기가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이것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과 비슷하다.

결국 ‘잘츠기터’의 연방 예산이 끊기며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주(州)에서 예산을 갹출해 잘츠기터는 통일될 때까지 겨우 존속될 수 있었다.

물론 ‘잘츠기터’가 동독 주민들의 고통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존재 의의는 충분했다. 분단 기간 베를린 장벽을 넘다가 사살된 수만 256명. 자유와 인권탄압 사례들은 4만여 건이 넘는다. 통일 뒤 10 만여 명이 조사대상자로 소환됐다. ‘잘츠기터’는 그런 범죄의 실상을 수집해 증거로 남겨놓았던 것이다.

6.15 선언 이후, 김정일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나타났고, 전교조를 통한 교육으로 어린 학생들의 인식 속에 북한은 이미 괜찮은 나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각처에서 친북 발언을 쏟아내도 괜찮은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핵을 개발했고, 인류 최악의 인권박해국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언젠가 김정일 체제는 무너진다. 잘츠기터가 동독의 인권탄압실상들을 꼼꼼히 수집하여 증거로 남겨놓았듯이 우리는 김정일의 인권탄압 실상을 널리 전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또한 증거로 남겨놓아야 한다.

또한 김정일 집단의 인권탄압실상들을 증거로 하여 남북대화 등의 모든 접촉에 활용해야 한다. 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한 대북지원을 해야하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대북창구에서 인권의 문제가 실증적인 자료들을 근거로 논의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남한의 모든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보 속에 북한 인권에 관한 관심정도가 분석되고 체크되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정치인들은 국가관에 문제가 있는 인물들로 분석되어야 한다.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친북, 친김정일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친북적인 경향은 북한 내의 인권탄압을 더욱 방조하게 함으로서 북한주민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되기 때문이다.

서독의 잘츠기터는 동독의 인권탄압 실상들만 취급했지만, 한국판 잘츠기터는 한국 내의 모든 정치인들의 대북인권관도 추적하여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 숨어있는 친북 친김정일, 반인권적인 세력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로서 대북인권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잘츠기터의 출현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