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숨 거칠게 내 뿜으며 오른 이 산꼭대기에

황혼에 지는 노을빛이 너의 가슴에 묻어있구나

2차 대전에 강제 징집된 조선인들이

저 일본군으로 소련군으로 독일군으로

조국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던 시베리아에서

저 칼바람 불던 만주에서 느끼던 

그 차디찬 이국의 황혼이 아닐 진데

어머니를 부르며 산화한 영혼들이 남긴

사람의 마음이 너의 마음이 아닐 진데

다시 그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까맣게 속이 다 탄  한 마음이 그 나무를 만지니

너의 마음도 안타까워 그리 다 검게 타는 구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민주주의를 말하고

김소월이 ‘산유화’로 자연을 노래하며 왔어도

사람의 깊은 마음을 노래하는 저 역사의 소리

이렇게 어둠과 아픔으로 남아 메아리치니

왜소한 나무만이 힘겹게 짊어지고

오늘 이렇게 산 정상에 외로이 서 있구나

이 아픔을 더 새겨야 할 우리들

깊은 깨달음으로 더 새겨야 함에도

사람들은 다 잊어버리고 또 다른 아픔을 만들고 있구나

또 다른 아픔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

오늘 이렇게 빨간 빛으로 물든 황혼이

사람의 마음에도 저 나무들의 마음에도

까맣게 탄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서지 말고

그 지겨운 역사의 아픔을  다 지우고

어서 어서 새로운 희망을 담은

사람다운 사람의 노래로 와야 할 터인데

사람도 이 나무도 그래야  더 편히 쉴 터인데

나무야 나무야

그 누가 너를 나무라고만 그리 말하더냐

그 긴 세월 이 아픔을 보고 온 너에게

너를 영혼이 부재한 나무라고만 하더냐

그리 견디어 온 너는 사람보다 더 장하구나

 오늘 이리 칼바람 부는 산 정상에서

그 고통을 견디어 온 너의 영이 깃들고 차디찬

사람의 마음을 갖은 나뭇가지를 만지어 보니

너는 이리도 안타까운 몸 짓으로

간절함 마음으로 내마음속의 응어리를

전달받으려 애쓰고 또 애쓰고 있구나

나무야 나무야

우리 과거의 아픔일랑, 고통일랑

다 잊어버리고 저 멀리  저 황혼으로 묻어 버리고

다가오는 2010년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즐거움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우리들이 되자꾸나

2009.12.26 박태우 시인(hanbatforum.com,)

한국문인협회원/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