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국의 위치가 곤궁하다해도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에 가서 과거는 물론, 현재와도 확연히 다른 비젼을 북한정권에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참으로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언론들이 그 내용에 대해서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 우리정부도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미국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는 없었다고 보아도 그리 큰 무리는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일괄타결협상방안(integrated approach)을 내 놓은 뒤, 미국식의 '그랜드 바긴' 구상이라면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동맹국으로써 우리 한국국민들이 응당히 알아야 할 권리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16일자로 미국무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보스워스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면 북미양자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반적인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구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암묵적으로 북한이 그토록 주장하는 평화협정을 염두 해 둔 미국의 시나리오일 것인데 우리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북미간의 양자구도에 끌려 다녀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매우 크게 다가온다.

이제는 그 누구도 김정일 정권아 살아 생존하는 동안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시점에, 현 북한의 독재정권을 살려주는 미국의 옹졸한 외교전술에 후대의 역사가들은 혹독한 평가를 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사실 새삼스럴 것도 없는 내용을 또 담고 있는 평화협정체결을 전제로 한 북미관계정상화ㅡ 그리고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경제지원 패키지가 논리성은 충분히 있지만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오염된 북한의 정치적인 토양이 양산하고 있는,  뒤엉키어 풀릴 수 없는 부정성을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시간끌기전술의 포로가 되어선 안 된다. 미국의 외교자체를 위한 협소한 외교적인 제스처를 통해서 더 이상 북한에게 시간을 주는 빌미로 악용되지 않도록 미국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정부도 안 되는 회담에 목을 걸고 자꾸 시간을 북한에 벌어주어서 더 많은 핵을 북한정권이 갖기 전에 더 현실적인 효력이 생기는 전술로 미국과 다시 팔을 걷어 부치고 담판을 하고, 중국정부의 현명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발상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2009.12.18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