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한미관계와 한중 관계가 어디서 어떻게 파생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왜 한미동맹이 그토록 중요한 요체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도 매 일반이겠지만 힘이 센 사람(나라)이 그보다 덜한 개인(나라)에 하는 행태를 보면 그(나라)가 대인(대국)인지 아닌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이 우리 대한민국에 취하고 있는 행위는 과연 어떤 것일까?”
말 그대로 이런 우문(愚問)은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상이지 않을 수 없다. 국경을 마주 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의 대국(?)답지 못한 치기어린 행동이 이어질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물음이다. 또 이런 자문은 흔한 말로 대륙인의 대륙 기질에 어울리지 않는 치졸한 행동이 이어질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다.
덧붙여 힘(덩치)을 기화로 상대방 국가를 업수이 여기는 듯한 오만방자(傲慢放恣)는 그 자체로서 갈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하는 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빗댄 것이다. 중국의 최근 일련의 행태는 세계 최강 미국도 두려워하지 않아 보인다. ‘대국굴기’가 하늘을 찌르는 모양새다. 북한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에 전격전(電擊戰)을 가하고 있어도 직접적인 당사국 한국과의 외교무대에서, 혹은 유엔에서 러시아나 북한과의 하는 모양을 보면 영락없이 짜고 치는 고스톱과 진배없다.
롯데가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결정된 성주 골프장 부지를 정부에 제공키로 교환계약을 맺자 중국 내 롯데를 비롯한 우리 기업에 대해 소방점검 부적격 등을 이유로 경제적 압박과 보복을 대대적으로 가했다. 대부분 롯데마트 영업장을 폐쇄조치 시켰다. 자국민에 대한 전면적인 한국 단체관광 중단 조치를 가했다. 외교 마당에서마저 한국에 대해 멸시와 조롱을 예사로 했다.
1950년 6월 북한 김일성이 소련의 사주와 중국의 지원으로 6‧25한국전쟁을 일으키자 중국은 24개 사단으로 6·25침략전쟁의 원흉 김일성을 지원했다. 지난 8월1일 중국의 건군기념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리 인민해방군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에서 승리하여 국위를 떨쳤다”고 소리 높였다. 항미원조,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을 지원한다’는 말로 ‘6.25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이다.
중공군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이었다. 장진호전투에서 동료(중공군)들이 미 해병대와의 전투에서 시체가 산을 이룰 정도로 시산혈해(屍山血海)가 되어도 죽음을 불사하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중국은 13억 인구 숫자를 무기로 주변국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 우습게 보는 행태는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중에 희귀금속 히토류 수출을 일본에 전면 금지시킴으로써 표면화 됐다. 일본으로서는 당시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히토류 없이는 핵심 전자제품 생산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결국 일본은 손을 들고 말았다. 중국에 특사단 파견 등으로 읍소(泣訴)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어려움을 겪은 일본은 이후 절치부심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했다. 동남아시아와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정치적 관계에 역량을 집중했다. 중국에의 의존도를 낮추는데 힘을 부여했다. 이후 또 다른 문제로 중국이 일본에 관광객 전면 중단 조치를 했지만 일본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전 대비책이 이뤄진 때문이었다.
바로 얼마 전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중단조치를 다시 취했다. 산둥성 지역에서다. 중국 외교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고 돌아온 지 불과 1주일여 시점이었다.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산둥성 여유국은 지난 20일 여행사 회의를 소집해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 단체관광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에게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과거의 연원을 따질 필요도 없이 저들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순망치한이다.
지난 18일 오전 10시10분쯤 중국 군용기 5대가 제주도 이어도 서남방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지난 1월에도 중국 군용기 12대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제주도 남방 이어도 인근 상공을 통해 방공식별구역 침범과 관련해, 정례 훈련으로 한반도 정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관변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한반도 정세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서해 우리 영해를 침범해 싹쓸이 식 조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1년 영해 침범을 단속하던 우리 해양경찰대원을 무차별 살해했다. 그런데도 저들 당국은 자국 선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단속을 중단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게 199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25년이 되는 “양국 우호 관계가 꾸준히 진전되고 인사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오늘의 한중 관계다. 그 극명한 한계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국빈 방문시 중국 당국이 취한 태도이며, 이후 즉시적으로 보이고 있는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지역 침범이자 한국행 단체관광객 여행상품 발매 금지 조치다.
그런데도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왜 한미관계만, 한미동맹에만 목을 매고 중국을 등한시 하느냐? 북한을 우리 식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른 얘기다. 어느 한쪽만 중시하고 편중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미관계와 한중 관계가 어디서 어떻게 파생되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왜 한미동맹이 그토록 중요한 요체인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무너지는 걸 바라는 것은 북한 김정은 집단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 친북 이적세력들이 가장 바라는 제1의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 식 행동에 국민적 역량과 슬기를 모아야 할 때다. (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