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청와대를 향해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정은은 또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 "자주정신을 흐리게 하는 사대적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한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북한을 위해 대변해 온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당혹스러운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미국 측과 논의하겠다”며 대북제재의 완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미국 현지시간으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못박으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시도에는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는 김정은조차 문 대통령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나서면서 청와대는 그간의 대북 정책 방향성에 대해 거센 비판을 직면하게 됐다. 특히 조만간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공언한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한편, 김정은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서는 태도 전환을 요구하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진다면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해 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