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충격적이다. 한국의 의무경찰이 바로 옆에서 나란히 줄을 지어 멀거니 쳐다보는 가운데, 중국인들이 매국노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이소룡처럼 펄쩍 뛰어 한국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사진은 한국이 정신적으로 중국의 반식민지가 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만행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오성기를 들거나 '조국만세'의 붉은 어깨띠를 두른 중국인들이 통쾌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언제든지 힘을 보탤 태세다. 이소룡은 자신의 조국 중국 땅에서 제국주의의 이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본인과 그 앞잡이에게 소림권법[義和拳]의 매서운 맛을 보여 주었지만, 뒷골목의 무술도 익히지 않은 듯한 그 범상한 중국인들이 난동을 피운 곳은 중국보다 열 배 잘 살고 중국보다 개인의 인권이 백 배 보장되는 대한민국의 수도 한가운데이다.

 한국인이 고구려 옛 땅 만주에서 열 배 못 살고 백 배 미개한 중국에서 탈북자를 위해 그런 식의 의거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자리서 중국의 공안(경찰)에게 총살되었을 것이다. 그리고도 철저한 보도통제로 단 한 줄 기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한국에는 알리지도 않고 마약사범처럼 공개총살되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기자회견하는 중에도 북한인권 문제만 거론하면 당장 마이크와 전기를 꺼버리는 중국의 경찰이다. 다섯 시간이든 열 시간이든! 캄캄한 강당에 가둬 버린다. --김문수 현 경기지사가 국회의원 시절에 실지로 겪은 일.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은 세계 곳곳에서 수난을 당했다. 모르면 모르되 누구나 알게 된 상황에서 인류의 양심상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보다 수십 배 수백 배 큰 문제가 있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20년 만행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운동권 정부는 이에 대해 철저히 침묵했다. 백에 하나 제3국으로 탈출한 동족만 남의 눈이 무서워, 마지못해 싸늘한 손길로 받아들였을 따름이다. 탈북자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은 김정일 집단과 호금도/강택민 집단과 한국 운동권 정부의 합작품이다. 여기에 한국의 문화권력은 한술 더 떠서 기꺼이 평양방송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티베트는 시위할 때 외에는 인권 탄압이 없다. 평상시에는 티베트인 누구나 중화족과 비슷한 정상생활을 누린다. 그러나 탈북자는 1년 365일 중국에서 가혹한 인권유린에 시달린다. 탈북자에 비하면 널리 알려져서 그렇지 상대적으로 티베트의 인권 탄압은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탈북자 인권유린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한국에서는 성화봉송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가벼운 입술이 아닌 무거운 가슴으로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면, 성화봉송을 거부하거나 허용하더라도 북한인권 시민단체에게 정의의 횃불을 높이 들게 하여 차제에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죄 지은 자 쥐구멍에 숨는 심정으로 깜박깜박 흔들리는 성화를 멀리서 훔쳐보는 것일지언정 영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운동권 정부는 하나같이 공권력과 법질서를 민주와 탈권위의 이름으로 스스로 짓밟았다. 절대권력자 모택동이 홍위병과 손잡고 정적을 때려잡는 과정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 등 일체의 정부 조직을 와해시킨 후 한 손에 장악한 것과 비슷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는 시위대뿐 아니라 술주정뱅이도 경찰을 우습게 여기고 불량 청소년도 경찰에게 민주의 이름으로 대든다. 어떤 나라에서도 절대 난동을 부리지 못하는 중국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한국에선 무슨 짓을 하든 집단적으로 행동하면 시민을 때리든 심지어 경찰을 때리든 경찰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이들은 훤히 꿰뚫고 있다. 친북좌파의 적극 비호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 시위대에도 한국 경찰과 사법 당국은 꼼짝 못하는 것을 익히 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마음놓고 무법천지인 한국에서 중화주의의 애국심을 발휘한 것이다. 명나라 군대가 조선의 영의정 이하 일반 백성에게 종주국의 횡포를 부렸듯이, 아니면 남경 만행을 저지른 일본군의 통쾌한 심정으로 스트레스가 확 풀릴 만큼 '정의의 주먹'을 마음껏 휘두른 것이다. 한국인은 아무리 사소한 것도 미국에게는 트집을 잡아 바락바락 덤비며 힐끔힐끔 멀리 김정일의 초상화를 바라보지만, 아무리 큰 일도 중국에게는 기껏해야 애매모호한 유감 표시에 그치거나 아예 침묵한다는 것을 평소에 숙지했던 것이다. 정신적으로 이미 한국은 중국의 반식민지임을 알아채고 대한민국 전국의 중국인이 한 자리에 모여 '조국의 영광'을 크게 떨칠 기회를 맞아 과감한 행동으로 식민지 길들이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6,000명 중국인이 한국 경찰의 든든한 호위를 받으며, 지난 20년 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200명 외로운 한국의 북한인권 운동가와 그에 동조하거나 그를 동정하는 자들을 미친 개 패듯 유린한 것이다.   

 한국의 홍위병은 여전히 여야를 막론하고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대한민국에 이로운 것은 가차없이 매도하고 김정일과 호금도에 유리한 것은 궤변과 요설과 침묵으로 음으로 양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탈북자와 북한주민을 '구체적으로' 돕는 일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먼 산을 쳐다보거나 야수의 이빨을 드러내고, 김정일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는 가당찮게 민족의 이름으로 도와주지 못해 안달한다. 여론이 심상찮으면 행동이 따르지 않는 원칙적인 말을 되풀이하여 슬슬 시간을 번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 일은 터졌다. 다름 아닌 주권 침해다. 중국인의 적반하장 격 이번 난동에 이명박 정부도 큰 책임이 있는데,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8. 4. 29.)       

출처 :    http://www.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