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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을 외면한 죄
한국의 자유와 풍요는 북한인권을 외면한 죄로 한동안 박탈될 것이다.
최성재 칼럼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은 늘 시대적 사명이 있다. 한말의 시대적 사명은 과학기술과 주권재민을 바탕으로 이룩할 근대화였고, 주권을 빼앗긴 일제시대의 시대적 사명은 애오라지 독립이었다. 해방공간의 시대적 사명은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국가의 건국이었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시대적 사명은 반공과 산업화였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이 자멸한 이후 대한민국의 시대적 사명은 북한인권운동과 자유통일이다.

 

 지난 150년간 맞이한 다섯 번의 시대적 사명 중 한민족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한 적은 두 번밖에 없다. 한말에는 근대화가 뭔지 아는 사람이 위든 아래든 거의 없었다. 중국도 그것을 깨닫고 합의를 보는 데는 1840년 아편전쟁에서 1978년 개혁개방까지 약 150년이 걸렸다. 요설을 늘어놓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한 중국은 그나마 반쪽이다. 1913년과 1923년에 실시해 본 적이 있는 총선거를 중국 공산당은 아직도 실시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다. 공산주의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이승만의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건국과, 박정희의 단호한 반공(자유민주의 수호)과 눈부신 산업화는 20세기의 세계문화유산이다.

 

 오늘날 한국이 시대적 사명을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고 합의에 이르지도 못하는 것은 바로 이승만과 박정희의 자유민주와 반공에 대해 침을 뱉고 싶은 이성적 모멸감과 화염병을 던지고 싶은 본능적 거부감을 의식과 무의식 세계 양쪽에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관념론적 이상주의자 또는 19세기형 사회주의자가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을 중심으로 30% 가량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선시대 양반의 얼을 이어받아 아름다운 명분을 선점하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민주/ 평화/ 통일/ 민족/ 환경/ 평등/ 복지/ 진보/ 정통/ 인권 등이 이들의 꿀 먹은 입에서는 잠시도 떠나는 법이 없다. 이들의 잣대에 따르면, 이승만과 박정희는 독재/ 전쟁/ 분단/ 패거리/ 자연파괴/ 불평등/ 빈부격차/ 수구보수/ 친일과 쿠데타/ 인권탄압의 원흉이다. 경제성장의 공이 약간 있지만, 그것도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외판자본과 정경유착에 의한 반(半) 식민경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이승만과 박정희는 행복지수가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저주의 나라를 만든 매국노이다.

 

 교보문고에 가든, 국회도서관에 가든, 대학 도서관에 가든 한국의 근현대사는 이러한 관점으로 쓰인 글이 압도적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가 김대중과 노무현에 이르면,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는 찬사가 끊임이 없다. 문자화되지 않은 사상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더라도 비주류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한국에서 현재 숫자로는 자칭타칭 진보파가 30%라고 할지라도 문자를 지배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지식인 사회에서는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그 비율이 70%에 달할 것이다.

 

 그들이 단칼에 반공을 독재의 수단으로 낙인찍으면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자유민주는 독재가 되고 그 자리에 슬그머니 인민민주가 민주의 이름으로 똬리를 틀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인민민주란 말은 안 쓴다. 그러면 국민들이 그들의 정체를 금방 파악하기 때문이다. 대신 평등과 진보와 복지를 최우선하는 것으로 그들이 의미하는 민주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민족주의가 외세의 침략과 맞서면서 비로소 싹트고 자라듯이, 자유민주는 자유민주든 공산주의든 뭐가 뭔지 모르던 해방공간에서 그리고 그 후 벌어진 세계적 냉전 체제에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 곧 반공(反共)으로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공산주의가 처음에는 자본주의, 나중에는 자유민주와 맞섬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한 것과 마찬가지다. 머릿속의 공산주의는 노동자농민이 주인이 된 절대평등의 사상이었지만, 눈앞의 공산주의는 노동자농민이 공산당의 노예로 전락한 쇠와 대나무의 장막이었다. 머릿속의 자본주의는 자본가와 지주가 노동자농민을 착취하는 생지옥이었지만, 눈앞의 자본주의는 노동자농민이 70%나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세금은 상위 10%가 90%를 내고 법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개인도 말과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와 복지의 열린 세상이었다. 그것이 먼지와 악다구니와 거지가 들끓던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성취한 현실이었다.

 

 만약 한국과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한국의 잘난 30%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 못지않게 자유와 풍요를 누리지만, 수억 원을 들여 마음의 고향 북한이 아니라 원수의 나라 미국으로 자식을 유학 보내는 사람도 수두룩하지만, 한국을 집요하게 헐뜯고 한국 근대화의 기초가 되고 방패가 된 미국을 아귀같이 물고 늘어진다. 대신 북한에 대해서는 대감댁에 금방 시집 온 새색시인 양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300만이 굶어 죽고 인구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것도,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는 비용의 10분의 1만 개혁개방으로 돌리면, 북한주민이 아쉬운 대로 방글라데시만큼 먹고사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 도리어 한국은 싹 무시하고 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에 맞서 김/노가 퍼 준 돈으로 김정일이 핵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쏘는 데서 자폐증상 비슷한 민족적 긍지를 느낀다.

 

 눈을 뜨건 감건 공포와 폭력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이 그들의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오로지 그들에게는 모든 문제가 한국과 미국에 있다. 북한은 피해자일 뿐이고 G-2로 올라선 중국은 북한의 믿음직한 후원자다.

 

 그들이 뱀과 전갈같이 대하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마녀 의자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앉히면, 심 봉사가 눈을 뜨듯이 세상이 갑자기 환해진다. 궤변과 억지의 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김일성과 김정일이야말로 독재/ 전쟁/ 분단/ 패거리/ 자연파괴/ 불평등/ 빈부격차/ 수구보수/ 친일과 쿠데타/ 인권탄압의 원흉이다. 대신 이승만과 박정희야말로 민주/ 평화/ 통일/ 민족/ 환경/ 평등/ 복지/ 진보/ 정통/ 인권의 수호자다. 이보다 명확할 수 없다. 이보다 정확할 수가 없다.

 

 반공은 북한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햇볕정책은 김일성을 숭배하고(입으로는 평화를 사랑하고) 김정일을 사모하는(행동으로는 아가페적 사랑으로 퍼주는) 마음이다. 자연히 어제의 반공주의자는 오늘날의 북한인권운동가로 변하고 어제의 용공주의자는 오늘날의 퍼주기파로 변한다. 오늘날의 북한인권운동가는 북한주민 2천만과 탈북자를 형제자매로 생각하고 오늘날의 퍼주기파는 북한주민 2천만은 오롯이 눈 딱 감고 김정일의 처분에 맡기고 탈북자는 실세인 계모 허씨가 죽은 전처소생의 장화홍련 보듯 한다.

 

 그들은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1970년대에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말의 세계를 장악한 세력으로서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에 북한인권에는 귀퉁이 자리만 자유언론의 이름으로 생색을 내며 내 준다. (옛날 같으면 너희들은 다 콩밥 신세야! 세상 좋아졌지!) 뉴스로, 드라마로, 영화로, 책으로, 논문으로 이승만과 박정희는 지속적으로 짓밟고 짓이기고 김대중과 노무현은 줄기차게 띄우고 드높인다. 북한의 공포와 폭력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한다.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해선, UN을 비롯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지 20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청맹과니 흉내를 낸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국가인권위를 앞세워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대서특필한다. 후손 끊어진 왕의 시체를 매로 다스리듯 새 권력자의 일방적인 기준으로 과거의 용공조작을 까발린다. 민주인사를 새로 탄생시킨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반드시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은 역사적 책벌을 받게 된다. 이씨조선은 100년 전 외세에 시달리다가 끝내 일제에 병합되었고, 한민족은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여 나름대로 독립운동은 했으나 해방은 맞았으되 바로 분단되었다. 해방 후 한국은 시대적 사명을 다하여 지상낙원을 일궜지만, 북한은 소련과 중공의 뒤를 좇아 한말이나 일제시대보다 못한 생지옥을 만들었다.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한국은 독일처럼 평화적 자유통일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김씨공산왕조가 무너질까 부들부들 떨면서 햇볕파에게 세뇌당한 한국은 2천만 동족의 공포와 기아를 차갑게 외면했다. 그 결과 기사회생한 김씨공산왕조는 핵과 미사일과 땅굴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한 박자 늦는 허풍뿐 어떠한 도발에 직면해도 북한쪽으로는 실수로도 공포 한 방 날리지 못하는 한국을 고양이가 지긋이 지켜보는 것만으로 쥐를 얼어붙게 만들 듯이 정신적으로 완벽히 장악하고 최후의 한 방을 노리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시대적 사명은 북한인권운동이다. 일제시대에 친일파가 자진해서 일제에 영혼을 팔고 육체의 안락을 구했듯이, 아무런 제약도 없지만 한국은 스스로 김씨공산왕조에 영혼을 팔고 몸은 풍요에 뒹굴면서 질풍노도시절에 누구나 한 번을 가질 수 있는 사상을 종교의 교리처럼 확신하고 또는 버리는 순간 찾아올 연옥의 아픔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북한인권을 한사코 못 본 척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방해한다. 오늘날 북한인권운동하기는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기보다 힘들다. 그 당시에는 비록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극소수 악질 친일파 외에는 한결같이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냈지만, 오늘날은 북한인권에 대해서 말만 꺼내도 남대문시장 한복판에서 전도하는 사람 대하듯 멀뚱멀뚱 쳐다보거나 숫제 수구골통의 돌멩이를 던지며 미친 사람 취급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인권을 외면한 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늘의 그물은 작은 물고기는 마음대로 드나들 만큼 넉넉하고 성기지만, 큰 물고기는 놓치는 법이 없다. 결코!

“회개하라, 지옥이 가까이 왔다!”

 

 (2010. 8. 29.) 100년 전 나라 잃은 날에

 

 

http://www.chogabje.com/

 

 

 

 

등록일 : 2010-08-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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