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대북정책이 김정은 북한 로동당 제1서기의 대남 도발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그의 대북정책은 오늘의 남북관계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으며 이미 실패한 과거 정권의 정책을 재탕한다는 데서 답답하기 그지 없다.
문 후보는 4일 “이명박 정부에 의해 10.4 선언이 부정된 이후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NLL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1999년과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였다.
북한은 1999년 6월 서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경비정에 선제 공격을 가했으며 3년 뒤 다시 우리 함정을 기습 공격해 침몰시켰다. 문 후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도 북한의 NLL 도발이 이 대통령 집권 이전 부터 자행되었음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북의 그런 도발을 알고 있었다면 엄연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퍼주고 끌려 다니며 비위맞춰주고 있었다.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한을 통째로 바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김대중 정부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NLL에서 잔혹한 도발을 자행하였다.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 처럼 아무리 퍼주어도 도발한다는 사실을 실증해 주었다.
또한 북한은 의도대로 NLL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새로 NLL 기선을 소연평도 이남으로 재설정 코자 도발을 계속한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문 후보는 앞으로 북한의 NLL 도발이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NLL 기선을 남쪽으로 밀어내기 위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를 남북관계나 평화체제 논의 보다 우선하는 ‘북핵 우선론’을 폈다며 비판하였다. 그로 인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하고 남북 대결속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주장하였다.
이 대목 에서도 문 후보는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한 것은 남한의 “북핵 우선론” 때문이 결코 아니다. 북한의 연이은 금강산 관광객 사살,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에 연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북의 호전작태를 남한의 “핵 우선론” 탓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북의 잔인무도한 도발을 정당화시켜주는 논리밖에 안 된다. 철부지 김정은의 대남 무력도발 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두렵다.
문 후보는 대통령 취임 첫 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했다. 그의 정상회담 주장도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간다는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 북한은 그동안 천안함 도발 등에 대한 남한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채 정상회담부터 하자고 요구한바 있었다. 문 후보가 취임 첫 해에 서둘러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것은 북의 사과를 받지 않고서도 정상회담 부터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에게 관광객 사살, 천암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계속해도 자신은 문제삼지 않을 터이니 계속 도발하라고 자극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또한 문 후보는 “냉전구조를 해체하고...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이란 것이 남한과의 협정이 아니라 미국과의 “평화협정“임을 아는지 묻고 싶다. 북한은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1974년부터 요구해 왔다. 북한은 남한을 제외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 1973년 주월미군을 모두 철수케 하고 월남을 적화시킨 미국과 월맹간의 파리 평화협정을 모델로 한 것이다.
문 후보의 대북정책은 지난 날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한 종북 노선을 반성없이 복창하는데 불과하다. 문 후보는 자신이 주장하는 “남북경제연합” “금강산관광 재개” “제2개성공단 조성” “남북정상회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등은 북핵이 폐기되고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한 북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함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konas)
정용석(단국대 명예교수,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