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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31일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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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한 보위사령부 첩자였다. (6)
1호행사, 1호가족, 1호식품, 인민들은 굶어죽으면서도 최상으로 올려보내고 반항 한마디 못하는데.
탈북자 고태식 

첫 도 강
 
 6월초. 어느 날 큰딸이 장마당에 부식물을 사려고 나갔는데 그곳에서 큰 난리가 일어났다.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보니 이모였다. 두 명의 상급병사(군인)가 술에 얼근히 취해가지고 비칠거리며 자기 이모에게 인간 모욕을 다 주고 있었다.
 
사연인 즉 군인들이 시장에서 술과 함께 국수를 먹었는데 국수그릇에 뿌린 고춧가루에 벽돌가루가 섞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고춧가루장사꾼이 무게를 늘이려고 벽돌가루를 갈아 넣어 판 것을 이모가 사서 음식에 넣은 모양이었다.
 
군인들은 국수를 다 먹고 빈 그릇 밑바닥에 남은 벽돌가루를 트집 잡아 그 녀를 심히 모욕하고 구타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손으론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다른 한손은 국수그릇의 국물을 이모에게 마시라고 입에 가져다 대고 마시라고 행패부리며 쏟아 부어 이모의 얼굴은 아니었다.
 
옆에서 숱한 사람이 웅성거리고는 자칫 말리다가는 군인들에게 행패를 당할것 같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봉변 속에서도 이모는 고춧가루는 시장 장사꾼에게서 산 것이고 자기는 몰랐었다며 용서를 빌었으나 막무가내였다.
 
눈에 불이 난 저의 큰딸이 나섰다. “이건 뭐예요. 이게 인민군대가 하는 행동이 맞아요? 우리는 그래도 나라를 지켜준다고 우선 군량미를 보내주고 집에서 못 먹는 돼지를 키워 지원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서 못 하나요?”
 
큰 딸이 달려들어 이모의 머리카락을 움켜진 병사의 손을 붙잡고 무작정 떼 내려고 악을 썼다. “야. 이건 또 어떤 간나새끼야.” 이번에는 큰 딸의 멱살을 틀어잡은 군인이 주먹으로 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대번에 코피가 쏟아졌다.
 
술에 취한 군인들은 사정없이 마구 행패를 부렸다. 그러자 딸은 더욱 발악을 해댔고 싸움은 더 커졌다. 사람들은 은근히 조바심이 났다. “저 망나니 같은 군인들을 어쩌면 좋소. 저애가 오늘 죽던지 말종들은 그 상대가 여자인지라 더욱 기승을 부렸다. 딸의 머리 테를 잡아 휘둘러 땅바닥에 던져놓고는 맥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애를 또다시 달려들어 발길질 해댔다.
 
이제는 큰딸도 너무 진하여 소리도 못 지를 형편이 됐다. 지나가던 두 명의 청년들이 군인들을 막아 나섰다. 그들은 지랄하는 두 군인을 움켜잡았다. “그러지 말라, 힘없는 여자를 이렇게 때리면 되냐? 너희들도 사람이냐?” 이들은 군인들을 밀치고 딸애를 일으켜 장마당을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에 집으로 들어 와보니 온통 흐트러진 머리에 딸의 얼굴은 터지고 퍼렇게 멍 들어있었다. 대충 이야기를 들은 나는 속이 뒤집혀지고 분통이 터져 “아무리 선군정치요, 개나발이요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냐, 인민군대가 어쩌면 이럴 수가 있어.”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어. 군대라면 난 진저리가 난다. 전탕백주의 날강도 같은 놈들, 왜놈들도 이렇게 까지는 안했다는데...” 어혈진 딸은 한 달이 넘어서야 일어섰다.
 
어느 날 친구가 둘째딸을 넘겨받았다는 중국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넘겨 준 놈은 보위부120호야. 그놈이 뒤가 든든하기에 어지간히 힘이 없으면 상대도 안 돼. 그놈의 형도 함북도 보위부 수사과장이래. 그러니까 그놈과 상대하기 보다는 중국 사람의 전화번호가 있으니깐 그놈과 직접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야.”
 
보위부 120호라는 건 보위부 안에 있는 비밀첩자들이 암호이다. 이들의 기본임무는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요 인물들을 중국 땅에까지 들어가 추적하여 잡아 내오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세관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경비대의 지원 하에 불법도강을 한다.
 
군인들은 이들에게 길을 열어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끼고 여성들을 한번에 5명씩 팔아먹음으로써 저들의 이득을 챙기고 보위부는 또 이들을 쥐어짜서 외화를 빨아낸다.
 
나는 친구의 충고대로 중국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가서 알아보면 무슨 수가 날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2008년 5월, 난생 처음 나는 두만강을 건넜다. 폐쇄된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화 선전만을 듣고 살아온 나의 생각은 단순했다.
 
먹을 것이 모자라도 국방력을 강화하자면 할 수 없는 줄 알았다. 방송에서는 밤낮으로 김정일장군님께서 줴기밥을 잡수면서 현지지도의 차안에서 쪽잠을 잔다고 선전하기에 참 나라사정이 긴박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이 참 증오스럽고 악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이 고되고 굶어도 그리 서글픈 줄 몰랐다. 언젠가는 잘사는 날이 오겠지.
 
두만강을 넘어 중국 화룡시에서 2일간 지내는 동안 나는 머리가 터질 듯한 자극을 받았다. 그 집에서 DVD로 한국영화 ‘진달래 꽃 필 때’를 보았다. 나는 너무 아연해졌다. 어떻게 장군님이 이럴 수가?, 아니 이것은 남조선 놈들이 만들어 낸 사기극일거야.
 
언젠가 우리 마을에서 살던 처녀가 중국에 건너갔다가 몇 달도 안 되어 잡혔는데 다른 사람들은 1년 이상씩 있었는데도 극상 노동단련대 정도였는데 무슨 영화를 잘 못 본 것을 솔직히 말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정치범수용소에 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이 영화인 것이다.
 
나는 뗑한 머리를 수습하고 잠시 돌이켜 보았다. 수백만의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데 매일 파티를 연다? 최고 수뇌자란 여석이 여인들을 춤추게 하고 권투 글러브를 끼워 서로 싸우게 하고 피가 터져 허우적거리는 게 좋다고 손뼉까지 치고 이게 주먹밥에 쪽잠을 자며 국민을 잘 살게 한다는 김정일 장군? 이런 놈을 장군님이라구 신주 모시듯 했나?
 
휴~우 그래서 나라가 이 모양이구나! 환멸과 모욕감에 미칠 지경이었다. 이놈의 세상은 그래서 비밀이라는 게 이토록 많았구나. 1호행사, 1호가족, 1호식품, 인민들은 굶어죽으면서도 최상으로 올려보내고 반항 한마디 못하는데.
 
나는 문득 한 마을의 한 집에서 가족 모두가 약을 먹고 자살하면서 써 놓았다는 유서가 떠올랐다. “장군님의 정치는 좋은데 중간 간부들의 사취행위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잘 못 삽니다. 그들이 저주스러워 죽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었다. 윗대가리가 이렇게 되먹어서 그런 줄은 모르고 또 죽으면서까지 왜 죽는지 원인을 모르고 숨져갔다. 나의 첫 도강은 김정일의 실체를 새롭게 알고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준 길이 되었다.
 
나는 중국인들에게 딸의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담당보위원을 만나 그 사이 중국에 갔던 내용을 솔직히 자수했다. 그는 알았다고 하면서 후에 연락 할 테이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런데 웬걸, 며칠 만에 나를 찾은 보위원은 이렇게 말하였다. “부장동지에게 보고하니 지금은 자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들에게도 현 범죄 그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하더구만. 동무도 예외가 될 수 없소.” 혹 떼려다가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나는 하루 종일 그에게 붙잡혀 비판서를 썼다. 저녁 늦어서야 보위원은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며칠 말미를 주겠으니 잘 생각해보시오. 그러면 살아날 구멍이 생길 수 있소.” “어떻게요?” 나는 의아해 물었다. “지금 보위부가 장군님 배려로 보위부내에 당구장을 꾸리는데 돈이 좀 필요하오. 동무가 중국 돈 천 원 정도를 기증하면 내가 다시 부장동지에게 말씀드려 볼 수도 있소.”
 
챠!~ 이거. 조선 돈 천원도 어려운데 어디서 그 큰돈을 마련한단 말인가?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예전의 상상이 모두 확 뒤집어 졌다. 그렇다면 인신매매라며 쏴 죽이는 건 뭐고 몇 십 명 팔아먹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자들은 대체 뭔가? 젠장! 뒤집어질 세상....
 
탈북자 고태식

 

 

 

등록일 : 2010-11-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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