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비자금 마련에 동원된 북한 해커들이 남한의 온라인 게임프로그램을 해킹하다가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들과 짜고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서버를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하던 정 모(43)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정 씨는 지난 2009년 6월 중국에 정상적인 협력 사업으로 위장한 뒤 작업장을 차리고 회사 명의의 초청의향서를 북한에 보내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확인까지 받은 후 북한 해커 30명을 영입했다.
 
그는 작업 시작 후 ‘오토프로그램’(컴퓨터 조작 없이 게임 실행 및 아이템 수집)을 제작ㆍ배포해 사용료나 아이템 수집판매를 통해 64억원 이상의 수입을 챙겼다.
 
정 씨가 영입한 북한 해커들은 5개월 간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리니지 팀’ ‘던파 팀’ ‘메이플 팀’ 등 게임별로 5명 안팎의 팀을 꾸려 작업을 진행해 매달 거둔 수입금 2만원 중 55%를 받았으며 매 달 500달러는 북한 당국에 보내졌다.
 
이번 해킹에 투입됐던 북한 해커들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 명문대 출신들로 일부는 김정일의 비자금 조성 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 소속 산하기관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총책 정 씨의 이메일함에는 남한의 개인정보 66만건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으며 이는 또 북한 해커 가운데 한 명의 계정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 발공된 개인정보가 또 다른 범죄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북한 당국이 컴퓨터 전문가를 대거 동원해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범죄에 깊이 관여하고 무역회사를 가장해 외화벌이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킹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 테러의 우려도 있어 관련된 불법 프로그램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관희 기자 lsy8686@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