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지난 29일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거부로 불발되었다. 이 법은 2005년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했으나 11년째 국회내 친북세력에 의해 거부되고 있다.
유엔총회는 작년 12월17일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05년 이후 11년째 매년 채택하고 있다. 유엔의 12·17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의 인권유린 규명과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권고를 담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가 ICC에 회부될 경우 김정은 북한 로동당 제1서기가 인권범죄로 법정에 설 수 있다. 유엔의 12·17 결의안은 찬성 119표, 반대 19표로 압도적으로 채택되었다. 반대 에는 중국·러시아·쿠바가 앞장섰다. 이미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각기 북한 인권단체들을 지원하는 독자적인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였다.
미국과 일본은 오래 전에 북한인권법을 만들었고 유엔은 11년째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는데 반해, 당사국인 대한민국 국회는 11년째 거부하고 있다. 동족으로서 북한 동포의 참혹한 인권침해를 외면하는 반인륜적 작태로서 유엔 회원국들을 보기에 민망스럽다. 대한민국 국회는 당연히 다른 나라들 보다 북한인권법을 먼저 채택했어야 옳다.
북한인권법을 11년간 반대한 것은 친북으로 지탄받는 국회내 세력이다. 미국이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을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북한인권법이 '지나친 내정간섭'이라며 주한미국대사관에 항의 편지까지 보냈다.
실상 북한인권법 반대 세력은 우리의 북한인권법이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고 대북전단살포 지원법이라며 반대해 왔다. 북한인권법이 퍼주고 비위 맞춰주는 친북 노선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더민주가 새누리당과 합의해 놓고서도 다시 반대하고 나선 배경도 그렇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 2조2항을 문제삼아 거부했다. 새누리당의 2조2항은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더민주의 안은 '함께'라는 단어를 맨 끝 부분으로 밀어냈다.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안은 '북한 인권증진'을 남북관계보다 우선시 하였다. 그러나 더민주는 '북한 인권 증진'을 '남북관계 발전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건을 붙임으로써 북한 인권문제가 남북관계 발전에 방해가 되면 문제 제기를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더민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기본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1·29 북한인권법 거부는 김정은을 의식한데 연유하며 유엔에서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중국을 추종하는 처사로 간주된다.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기 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상 작년 8월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정치민주연합의 허영일 부대변인은 김정은도 ‘존경한다’는 글을 올렸다. 비난이 빗발치자 허 부대변인은 사퇴했지만, 일부 더민주당의 김정은에 대한 정서를 표출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
북한인권법은 짐승같이 유린당하는 북한 동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조치로서 남북관계와 관계없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엔도 미국도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관계없이 북한인권법을 채택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회가 남북관계 개선을 들먹이며 북한인권법을 거부한다는 건 반인륜적 일탈이다. 국회(더민주)는 유엔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하였듯이 ‘先 북한인권 개선’ 원칙에 따라 북한인권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