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사람이 저수지 어디에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의 ‘살려 주세요’ ‘사람 살려요’ 소리에 앞뒤를 챙길 겨를도 없이 물속에 풍덩 뛰어들어 귀한 생명을 구했다. 그런데 문제가 벌어진 것은 그 다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대뜸 구해준 사람 멱살을 잡으며, ‘내 보따리 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이른바 다 죽어가는 놈(者) 살려 놓으니 살려준 은공(恩功)은 나 몰라라 한 채 오직 제 것만 먼저 챙기려한다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얘기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 정도면 가히 수소폭탄 급이라 할 것이다.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를 위급함을 생각지 않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이를 구해주었음에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저버린 채 저만의 잇속만을 챙기려고 하는 인간 갖지 않은 인간 부류들을 우리는 간혹 대하곤 한다.
그런 인간 중에서도 우리사회는 물론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증으로 일컫는 이들이 있으니, 사이코패스(psychopath)형 인간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이코패스는 평소에는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이 유형에 북한을 공산화 시키고 남한전역을 붉은 피로 물들인 6 ․ 25 전범 독재자 김일성과 300만 주민을 아사(餓死)케 김정일, 그리고 김정일 뒤를 이어 3대 세습 공포의 황태자로 등극해 북한을 철권통치하며 무자비한 처형과 숙청을 통해 북한 전역을 동토(凍土)의 전제왕국으로 틀어쥐고 있는 김정은은 그 중에서도 최상위에 방점을 찍는 사이코패스 비 인격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더불어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김영철(대남담당부장, 통전부장), 황병서(총정치국장)와 같은 핵심 실세들은 언제 어느 때든 북한 주민은 물론 대한민국까지 직접적 해악을 주는 주군의 살인병기로 ‘명령만 내리소서’ 대기하는 전 방위적 실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사이코패스들이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김정은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자기망상에 빠진 1인자고, 그를 주군으로 받들며 충성으로 모시지 않으면 그들 또한 언제 장성택(전 행정부장)이나 현영철(전 인민무력부장), 김용진(전 교육부총리)처럼 처형될지 몰라 전전긍긍 충성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핵심계층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때문에 지구상 가장 잔혹하고 폐쇄적인 1인, 1당(黨)지배체제 독재자들에게 있어 2천4백만 북한주민의 삶과 인권은 다른 나라 사람, 다른 나라 일일 수밖에 없다. 학정(虐政)을 피해, 자유를 찾아 최소한도 자신의 삶을 찾고자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는 어린 꽃제비들에게까지 총탄을 퍼붓는 게 바로 북한의 비인격체인 저들 이다.
한민족임을 내세워 때로는 구걸을, 때로는 겁박으로 남한 정권을 뒤흔드니 비슷한 사고를 지닌 정권이 야합해 쌀과 비료, 돈과 구호품을 주었더니 그걸로 엉뚱한데 퍼부어 이젠 동족의 머리위로 핵폭탄을 쏟아 부을 듯 틈만 나면 협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아직도 ‘통일되면 북한 핵도 우리 것 되는데’ 초등생 같은 서정시 낭송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
얼마 전(12.13)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라는 자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예의 북한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9월 총회에서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 결의를 채택한 것이 한반도 핵 문제를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입장 역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영향을 받은 편파적이고 부당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정도면 방귀도 뀌지 않은 사람은 조용히 있는데, 마치 제 자신이 대로(大路)에 변을 봐 놓고도 다른 사람이 본 것이라고 동네방네 큰 소리 치는 주폭과 다름없다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인간들이 국토의 한 허리에서 마주한 채 도발을 할까, 하지 않을까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지경으로 70여년을 함께 해 왔으니 이 민족이 참으로 한스럽고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북한은 핵무기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미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북한이 핵무기 8개를 보유했고, 중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개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은 800발, 1천300km까지 날아가는 노동미사일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천km의 무수단 미사일은 각각 300발과 50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 저명 북핵 전문가는 2020년까지 100개의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늘자 조선닷컴(12.20)은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정세전망 2017’ 간담회를 인용, 북한이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핵 전자기펄스(emp) 발생으로 파괴력이 매우 강력한 ‘공중 핵폭발’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이 가진 핵 집착은 선대(先代)보다 훨씬 강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의지도 매우 강하다”며 이같이 예측했다.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핵실험을 보여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 한반도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금 대한민국은 평온하기만 하다. 주말이면 광화문에서는 촛불이 춤을 춘다. 오히려 이젠 ‘축제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래도 되는 걸까?
지난 7월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 망명해 한국에 들어 온 태영호 씨는 19일 국회 정보위 관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김정은의 폭압적인 공포통치 아래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커져 귀순 결심을 굳혔다”고 그의 첫 일성을 토로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감시가 심해져서 자택 내 도청이 일상화돼 있으며 김정은 통치가 수십 년 지속될 경우 자식, 손자 대까지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들이 많다”고 전하면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도 집에서 얘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그의 죽음에 얽힌 비화와 더불어 “엘리트층은 마지못해 충성하는 시늉만 내고 있으며, 주민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덮어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가고 있다”고 북한의 오늘의 실상을 그대로 알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토의 저편에서는 굶주린 동포들이 최소한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대한민국에 동경심을 키우는데 한 편에서는........... 이제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를 위한 길인가를 깊이 성찰해야 할 때인가 한다. (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