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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땅 동북3성 현장취재] ④ 어느 여성탈북자의 고백
글번호  88 작성일  2007-09-05
글쓴이  청지기 조회  3922
[비극의 땅 동북3성 현장취재] ④ 어느 여성탈북자의 고백
 
 죽음을 무릅쓰고 천신만고 끝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생명을 보존하고 있다.그들의 인권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중국정부는 그들을 귀찮아 하고 북한은 배신자로 정죄한다.우리 정부 또한 그들을 적극 보살피지 ‘않고’ 있다.그러는 사이 탈북난민들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계속 환난 가운데 방황하고 있다.
 
 북한의 무산시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중국땅에 작은 언덕의 과수밭이 나온다.이 언덕에 붉은 기와집 5채가 있다.97년 겨울까지만 해도 집이 한채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4채가 들어섰다.이 5채 가운데 왼쪽 끝집에 조선족 인신매매범들이 살고 있다.20대로 보이는 이들은 탈북여성들을 붙잡아 시골의 노총각이나 홀아비들에게 팔아넘긴다.
 
 중국의 친척집에서 돈을 빌리러 두만강을 넘었다가 이들에게 붙잡혀 헤이룽장성의 한 농촌으로 팔려갔던 박향순씨(35)의 경우는 탈북여성들의 삶을 그대로 대변한다.
 
 박씨는 98년 11월10일 두만강을 건넜다.아들(10)이 2000명 가운데 4명을 뽑는 문답식 경영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돈을 마련하지 못해 옌볜에 사는 친척집에서 돈을 꿔올 생각이었다.그러나 친척집에 도착해 보니 사는 것이 구차했다.이틀을 자고 나와 두만강을 건너려다 인신매매범들에게 붙잡혔다.그들은 박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헤이룽장성의 한 가정집으로 끌고 갔다.그곳에는 이들에게 붙잡힌 여성들이 여럿 있었다.그때서야 청년들이 인신매매범인줄 알았다.박씨는 며칠후 인근 농촌의 37살 난 조선족 노총각에게 5천위안(한화 70여만원)에 팔려갔다.
 
 박씨는 자신을 산 조선족 노총각에게 “북한에 남편과 아들이 있으니 제발 놓아달라”고 애원했다.5천위안이란 거금을 들인 노총각은 박씨를 놓아주지 않았다.박씨는 3개월을 그 집에서 노총각의 부인으로 살아야 했다.박씨의 계속된 애원에 노총각은 가족회의를 한 뒤 “내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니까 당신을 놓아주겠다”고 했다.
 
 박씨는 그 길로 보름을 걸어서 국경에 이르렀다.갈대숲에 숨어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한없이 솟구쳤다.그러나 박씨는 중국 변방부대에 붙잡혀 강제송환됐다.청진 규류소에서 강제송환된 500여명과 함께 2개월 교화교육을 받으며 고문당한 박씨는 기독교인을 만난 사실과 인신매매범에게 팔려간 사실이 드러나 자살을 기도했다.
 
 박씨는 3층 취조실에서 조사받고 나오다 복도의 작은 창문 틈으로 뛰어내렸다.그러나 박씨는 오른발 뒤꿈치뼈가 으스러지고 척추가 짓눌리는 중상을 입었으나 목숨은 건졌다.병원에서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가족들에게 인계하라고 해 박씨는 가족 품에 안겼다.
 
 박씨는 허리를 쓰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기적적으로 회복됐다.그러나 박씨는 기독교인을 만난 것과 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간 것이 후환이 되어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다시 탈북했다.그리고 지금은 비밀은신처에서 매일 성경공부를 하며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박씨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으며,하나님이 나를 사랑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옌볜 자치주를 비롯해 동북 3성에는 박씨처럼 인신매매범들에 의해 팔려간 탈북여성들이 헤아릴수 없이 많다.취재진은 헤이룽장성의 한 시골마을에서 15가구 중 12가구의 노총각이 탈북여성을 ‘사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나마 탈북여성들이 조선족 노총각을 만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한족 노인들의 노리개로,매춘현장으로 팔려가는 탈북여성들도 부지기수라는 것이 현지 조선족들의 증언이다.
 
 
 http://www.durihana.com/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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