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게 한반도에서 핵을 포기하라고 하면 저들은 말하기를 그럼 왜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을 가지고 있느냐고 응수한다. 그 결과 우리는 어이없게도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서 몽땅 철수하게 되는 역풍을 맞았다. 그래서 다시 북한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하니까 이제는 미국은 왜 항공모함에서 핵을 탑재해 한반도를 그 사정거리에 두고 있느냐며 따지고 덤빈다.

요컨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를 갖고 있지 않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는가? 북한만은 절대로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강대국들의 논리가 저들에게 충분한 대응 논리를 구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렇지 않다는 건 다 알지만 자기방어 수단이라는 데야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그러므로 핵문제는 계속해서 겉돌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인권의 문제는 그렇지 않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는 나름의 존재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명분과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선의 개념에 기초해 있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가 표방하는 대의명분에는 별 하자가 없어 보인다.

인권 문제가 힘을 발휘하는 초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도 98년에 개정된 자신들의 헌법 제１장 정치 제１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임을 표방하고 있다. 또 2조에서는 북한이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고 4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노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저들도 이름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인민들의 자유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바로 여기에 인권 문제가 힘을 얻는 빈틈이 생긴다. 이 표방하는 대의명분과 실상 사이의 괴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다. 전체 조선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가라고 하면서 오직 김정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자주적인 국가라고 하면서 인간의 자주성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말살하고 있다. 그 흔한 거주 이전의 자유도 자주적으로 가질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라고 하면서 3백 만을 굶겨 죽인 곳이 북한이다. 주권이 모든 인민에게 있다고 하면서 정작 인민은 무엇 하나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비참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드러냄으로써 김정일 집단이 표방하는 모든 가치가 거짓된 것임을 드러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나는 저들이 개과천선하여 자신들이 내세우는 명분대로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또 하나는 거짓된 명분을 내세워 인민들을 속이고 착취하는 저들의 정체를 만 천하에 드러내어 저들이 존립할 수 있는 모든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단의 나라는 처음부터 거짓에 기초해 세워졌다. 그 거짓을 밝히 드러내는 지혜가 있다면 사단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저들이 내세우는 모든 대의명분이 거짓임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최대의 무기가 바로 인권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으로 저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 저들의 거짓된 정체는 만 천하에 드러날 것이요 저들의 모든 존립 기반은 점차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우리 정부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자유 국가는 북한의 핵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