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로싱'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했다. 처음에 이 뉴스를 접하고 친북좌익 집단이 소송을 낸 줄 알았다. 개요는 이렇다.

14일 영화 연출자 이광훈 감독은 법률사무소 재유를 통해 “탈북자 유상준씨의 실제 이야기가 소재인 ‘크로싱’의 제작사가 유씨와 영화제작 계약을 체결한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화를 제작, 상영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광훈 감독은 유상준씨와 약 3년 전 계약을 맺고 ‘인간의 조건’이란 제목의 영화제작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광훈 감독이 탈북자 유상준씨와 영화제작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싱 제작사가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유상준씨 이야기를 영화화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모양이다.

이광훈씨는 왜 개봉한지 20 여일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을까? '크로싱'이 흥행에 참패를 했더라도 소송을 제기했을까?

현재 '크로싱'은 100 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친구들까지 꼭 봐야 한다고 내 돈 들여 극장에 보냈다. 보고 온 이들마다 감동이다. 밥상머리에서 북한의 실체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크로싱에서 찾았다. 듣기에는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에서도 단체관람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 소재의 영화가 100 만 관객을 눈 앞에 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단순히 한 탈북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이러한 흥행을 하게 되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전에 탈북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었고 다큐멘타리도 있었다. 그러나 '크로싱'처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이것은 탈북이라는 스토리에 특유의 예술성과 영상미, 배우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 한 마디로 '크로싱'은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세대들이 보기에도 잘 만든 영화다.

그러므로 이광훈 감독은 걱정할 것 없다. 흔하디 흔한 탈북자의 이야기도 이와같은 예술성만 가미되면 더 큰 흥행을 이룰 수 있다. '크로싱'이 단순히 한 탈북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흥행하게 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부디 '인간의 조건'이라는 영화가 더 훌륭하게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탈북자의 이야기가 저작권을 염두에 둘 만큼 새롭고 창의적인 소재인가? 탈북자 일만 명 시대를 넘어선지 옛날이다. 일만 명의 탈북자에게 그저 네 명의 가족이 있다고만 쳐도 4만 개의 이야기가 가능하고 그들 상호간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친척과 지인들을 포함하면 이야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히 전개될 수 있다. 요컨대, 탈북자의 이야기는 어느 특정인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탈북자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부디 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내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크로싱'이 100 만명을 넘어 수백만명의 가슴 속으로 부딪쳐 가길 기대한다. 자라나는 우리의 어린 세대들이 이런 영화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실체에 대해 질문하고 눈 뜨고 한반도의 정의를 위해 께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