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정신을 기리는 '4·19 문화상' 시상식이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4월회'는 해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탈북자 단체가 이 상의 주인공이 됐다. 창립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김정일 정권의 폭정을 반대해 투쟁한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의 공로를 심사위원 전원이 인정했다고 한다. 4·19 혁명을 주도했던 참석자들은 4·19의 정신이 북한 민주화에도 이어지길 기원했다.

민중의 힘으로 정권을 바꾼 4·19 혁명은 사실 북한주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북한에서도 이승만 정권을 비난할 때 항상 4·19 혁명을 소개한다. 그 이후 남한에서 벌어진 각종 시위들은 빠짐없이 북한주민들에게도 선전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북한사람들의 관심사는 시위 현장에 나온 남한사람들의 옷차림이었다.

남한에서 느낀 것이지만 386 세대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은 박정희 독재와 현재의 김정일 체제를 단순 비교하면서 독재자는 모두 똑같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독재'라는 한마디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폭압체제를 단순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폭정의 유형을 자세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박정희 경제개발 독재로 표현되는 '개발독재'는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이 단행했던 개혁개방정책,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체제가 유사한 형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혁개방하기 이전에 겪었던 폭압체제는 사실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스탈린 시대의 상징인 시베리아 수용소 군도나 마오쩌둥(毛澤東)의 라오가이 수용소에서는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시대는 수령이 우상숭배되고 인민의 자유는 조금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 두 국가는 합리적 집단지도체제 형태인 정상적 사회주의로 복귀하게 된다. 공산독재라도 독재자가 우상숭배되지 않는 국가는 집단지도체제를 이루는 정치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폭력은 자제하게 된다.

구동구권과 스탈린·마오쩌둥 이후의 소련과 중국이 바로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통치돼 왔다. 이 정도로 완화된 체제하에서는 개혁개방이나 체제변화가 가능한 민주주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정치적 욕구가 표출되게 된다.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남한에 세워진 이승만 정권은 구동구권의 집단지도체제보다 더 완화된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시위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적어도 4·19 혁명과 같은 민주혁명이 일어나자면 히틀러·스탈린식의 파시즘 독재에서 합리적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공산독재로 완화 →개혁개방 또는 체제 변화→민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초기부터 민주화 과정에 진입했고, 중간에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후퇴하기도 했지만 구공산권의 집단지도체제보다 훨씬 더 완화된 개혁개방 시대와 유사했다. 때문에 북한과 남한을 비교할 때 '독재'라는 한마디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북한은 아직 히틀러와 스탈린 시대와 유사한 파시즘적 폭압체제에 있다. 남한에서 일어났던 4·19 혁명이 북한에서 재현되자면 정상적인 사회주의로 복귀하고 개혁개방 체제로 변해야 가능하다. 남한에서 자연스럽게 누리는 시위·집회의 자유를 얻는 것도 꿈같은 북한에서 민중혁명이 가능하자면 적어도 현재의 파시즘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