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와서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구경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등장 할 때에는 ‘1호 행사’이기 때문에 엄청난 검문 검색과 통제가 수반되지만 역시 자유 세상이 좋긴 좋습니다.

생각보다 날씨가 춥고 바람까지 불어 단상에 올라와있는 세계 각국에서 온 내외빈들도 추위에 꽤 떨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노령에 추위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길게도 느껴졌던 지난 5년도 어느덧 과거가 됐습니다. 權不十年(권불십년)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쓸쓸하게 떠나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니 그냥 연민의 정까지 느껴집니다.

새로운 이명박 시대를 열며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어떻게 변할까.

특히 한반도 북쪽에 있는 2300백만 우리 형제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올지 기대가 됩니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세상이 아니지만 이제 북한문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문제의 핵심인 인권과 민주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북한을 도와서 ‘非核(비핵)-국민소득 3천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정도로 지나갔습니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북한문제도 실용주의 원칙에서 풀고 나간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지만 북한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참 어려운 문제들이 많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북한 문제를 푸는데 실용주의는 남북교류나 경협 등에서는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그것은 단순하게 주고받는 문제에서 과거에는 막 퍼주는 것을 이제는 대가를 받고 주겠다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북한 문제는 실용주의가 아닌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필요한 전략적 문제입니다.

대북정책에서의 철학은 미국의 남북 전쟁 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결단을 말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수십만의 희생을 치르고 종식된 노예제도의 완전폐지 입니다. 당시에도 노예제도를 그대로 두고 남북이 협상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평화주의 자들이 있었고, 링컨 대통령은 늘 이들을 견제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갔습니다.

오늘 한반도는 항상 전쟁이라는 공포가 상존하면서 그 공포에 굴종하면서 김정일 집단의 횡포를 돈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면서 그것이 평화라고 떠들어왔습니다. 마키아 벨리는 ‘군주론’에서 “전쟁은 연장할 수는 있지만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전쟁이라는 것은 전쟁을 막을 힘과 의지가 있을 때 막아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한미동맹 복원 구상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전쟁을 피하면서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노예주의 국가인 김정일 집단을 어떻게 개혁개방으로 이끌 것인가 입니다.

참혹한 수용소가 존재하는 북한땅에서 인권과 민주화를 이루지 않고 ‘비핵-국민소득 3천 달러’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실용주의라는 장사꾼 식의 대북정책을 수행하겠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입니다.

2300백만의 주민들을 폭압에서 구출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과거 미국에서 노예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국을 건설한 것과 맞먹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정일 체제가 존재하는 한 비핵화는 물론 그 어떤 경제개혁도 불가능하며, 따라서 한국정부의 실용주의는 절대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한에서 폭정을 종식시키고, 북한주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 비핵-국민소득 3천달러보다 먼저 나와야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인민에게 자유와 인권을 먼저 주겠다는 위대한 링컨 식 민주주의 철학이 바로 북한문제를 푸는 핵심 키워드인 것입니다.

2300백만의 노예들이 김정일 집단의 쇠사슬에서 풀려나 자신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위대한 역사에 대한민국은 강력한 우군이 돼야 하며 김정일 집단이 아닌 북한동포들의 편에 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직 우리사회에 만연한 김정일 집단의 협박으로 비롯된 대북패배주의와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으며, 우리형제가 겪고 있는 고통보다 정치인의 표와 이해관계가 우선인 사회이기 때문에 위대한 선언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결단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시대보다 훨씬 더 나은 대북정책을 수행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對北(대북)퍼주기에서 실용으로 바뀐다고 해서 북한문제가 모두 풀린다고 착각한다면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한국사회의 도약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2300백만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며, 북한문제를 제대로 푸는 것은 어쩌면 경제문제를 푸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든 문제라는 것을 자각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북한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한반도의 자유투사들에게 힘이 되고 북한동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길 기원합니다./강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