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그것이 마치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핵실험 타이밍을 놓고 저울질 하던 북한이었기 때문에 대외적 압박과 핵 실험과의 관계는 타이밍의 차이를 불러온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북한이 이왕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되고 협상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무기를 공개적이든, 아니든 보유하기로 결심했다고 볼 수 있다.

가진 것이라곤 핵 밖에 없는 김정일에게 핵을 없애라는 것은 권좌를 내놓으라는 소리와 같은 의미다. 때문에 북한에 핵을 재기불능 상태로 신고해 폐기하라는 것은 권좌를 지킬 만큼 현금을 내놓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권좌를 지킬 현금을 내주어도 핵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탈북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했던 미국의 북핵 담당자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지난 1년간 노력은 사실상 헛수고였다는 것이 최근 북한의 태도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핵을 없애고 국민의 이익을 선택한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와 같은 나라들은 김정일과 같은 극단적 시스템이 아닌 합리적 시스템이 가동되는 나라들이다. 북한에서 핵이 사라지면 김정일의 권력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인민에게는 이득이 되겠지만 이미 북한은 김정일 개인의 이익과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런 단순하고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결과 ‘평화주의’ ‘대화로 해결’ 등 온갖 ‘쇼’를 연출했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됐다.

김정일 정권의 근본적 변화의 계기는 두 번씩이나 외부의 역할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1997년 경  주민 300백만이 굶어 죽으면서 사실상 국가해체 상태에 들어갔던 북한정권에 철저한 상호주의와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시행했더라면 아마 북한은 개혁개방 10년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기회는 2005년 9월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제재였다. 당시 북한의 금융시스템이 일시에 마비되면서 상부구조를 지탱할 수 조차 없게 만들었다. 중국은 북한의 불법 마약, 위조화폐 문제로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금융제재에 동조하다시피 돼 북한은 사실상 질식상태에 들어갔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금융제재 해제는 없다고 강력한 압박을 가동했다면 아마 북한의 핵 불능화는 작년 상반기에 마무리됐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것은 북한이었고 국제사회는 느긋한 입장인데 왜 굳이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압력수단을 먼저 풀고 쓸데없는 짓을 했는지 어이가 없다.

힐 차관보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약속 불이행에 불만을 표시할 필요도 없고 북한을 비난할 자격도 없다. 원래 신용불량 집단에 신용을 부여하고 그것을 믿은 자들이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핵을 계속 보유한다면 결국 그 불행은 대한민국의 몫이다.

이제 북한의 핵을 없애는 방법은 다 나와있다. 다만 대화만 좋아하고 실패에 책임 질 줄 모르는 ‘말꾼’들 때문에 가는 길이 멀어졌을 뿐이다. 대화라는 것도 상대방이 진정으로 핵을 폐기할 의지가 있고,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일 때 가능한 것이지 김정일과의 대화는 전략, 전술상의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가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북핵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길은 북한의 인권문제부터 먼저 푸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자유화가 북한의 완전 핵 폐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