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1시 30분경 북한군이, 강원도 인제의 비무장지대에서 우리측 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해왔다. 합참은 이날 북한 측에서 수발의 총성이 울렸고, 동시에 아군 GP 약 100ｍ 앞 땅에서 흙먼지와 함께 연기가 일었으며, 우리 군도 북측을 향해 1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강원도 양구군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에 의해 발생한 총격사건 이후 1년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달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시점과, 오는 20일 시작되는 한미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의 시작과 교묘하게 맞물리는 사건이기도 하다.

오발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난 1년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오발사건이 최근에 와서 터져 나온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비무장지대가 남북한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공간이라는 것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북한당국은 “우리민족끼리” 민족자주를 실현한다는 대남적화노선을 은폐하기 위해 수십만의 군 병력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군사분계선)에서조차 평화의 분위기를 무리 없이 연출해 냈다.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6.15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급조된 북한의 대남전략노선에 보조를 맞추었다. 결과, 백주에 북한의 미사일이 터지고 핵 시험이 감행되어도 북한의 공격대상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유포되었으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초래되었다.

이번 총격사건은 이러한 남한의 안이한 분위기를 틈타 북한이 선택한 어처구니없는 협박일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8.15 민족통일대축전”의 불참 선언 등으로 신물 단물, 빼먹을 대로 다 빼먹은 노무현 정권과 계선을 그은 김정일이 협박이라는 케케묵은 카드를 또다시 들고나온 것 아닌가.

남한의 대선 가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저들의 의도가 잘 먹히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김정일의 심기가 여실히 드러난 이번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사건... 핵과 미사일의 위력에 비할 바 없는 소총탄 서너 발 이라고는 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되고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건까지 예고하고 있다.

안보의 불감지대에는 정의가 없고, 정의가 없는 곳엔 평화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정일과 그 추종분자들의 그 어떤 도발에도 견결히 대응하고 강력 응징함으로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자.

김 성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