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한 땅을 떠난 탈북자가 1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그 가운데는 북한 정권 요직에서 근무했던 최고위직 탈북자들도 상당수 이르고 있다.

김정일을 아는 탈북자들은 6자회담과 미국과 한국이 보내는 북한에 대한 잘못된 신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요즘 국제사회와 한국사회에는 ‘서울 안 가본 사람들이 서울을 더 잘 안다’는 옛 속담처럼 요즘 북한을 어렴풋이 알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왜 김정일은 구제불능으로 낙인하는지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거짓말쯤은 밥 먹듯 하고, 인민을 굶겨죽이고 수용소에서는 수십만이 매일과 같이 죽어나가도 기쁨조와 더불어 타락의 극치를 벌이고 있는 김정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탈북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정일은 그 죄 값을 치를 생각에 한 순간도 발편잠을 잘 수 없다. 그는 오직 자신과 그의 패밀리, 정권 연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수령의 권위와 위신을 백방으로 보장하자” “수령을 위해 200백만 총폭탄이 되자”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개인우상숭배와 인민의 목숨을 파리 목숨만도 여기지 않는 김정일이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인민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이 구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김정일에게 남은 것은 핵무기 밖에 없다.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절대 권력과 우상숭배)도 바닥이 나고 있다. 아버지 덕에 지금껏 버텨왔지만 이제는 ‘선군정치’로 인민들을 때려잡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만큼 김정일은 고립돼 있다.

핵무기는 고립된 김정일의 위상을 한층 강화시키고, 그를 따르기를 주저하는 인민군대와 인민들을 자신의 주위에 다시 복종시키는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핵무기 덕에 김정일은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핵무기를 만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금융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력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가혹한 것이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거짓말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정일은 미국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소위 민주주의 맹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민주국가 정치인들은 때론 잘못된 방법일지라고  표 획득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그것이다.

이라크에서 고전하고 이란 핵문제도 풀리지 않고, 부시 행정부의 고민은 어느 한 문제라도 풀리는 흉내라도 내는 것이 다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절박한 곳에 김정일은 다시 자신의 수완을 발휘해 한껏 우려먹으려 하고 있다.

어차피 숨겨놓은 핵물질과 미사일들을 국제사회가 파악하는 데에 수십 년이 걸려도 불가능하고 시설 노후화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영변핵원자로 정도를 던져주면서 미국의 체면도 적당히 살려주면서도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이 김정일의 고도의 전략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핵무기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적들을 잘 속이고 있고, 인민군대와 인민은 동요하지 말라”고 선전을 하면 그만이니까.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차관보가 2일간 평양을 다녀왔는데, 김정일도 만나지 못하고 얼마나 푸짐한 대접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그는 역시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역사의 진정한 승자는 정의의 원칙으로 위선과 독재와 싸워 이긴 사람들의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의 싸움은 위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흑인은 지적능력이 떨어져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흑인들도 백인의 보호를 원한다는 노예주의 자들의 궤변은 그럴 듯 해보였지만 링컨은 그런 것에 타협하지 않았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며, 싸워서 쟁취해야 함을 보여준 위대한 대통령이 바로 그다. 위선과 악에는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정의로 싸워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인 것이다.

마약을 팔고 위조달러를 제조해 번 북한의 자금을 동결했으면 원칙대로 북한정권의 사과를 받아내고, 잘못된 핵개발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원칙인 것이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다시 바로잡기는 매우 힘들어진다. 이제 김정일과 같은 파렴치한 독재 세력들은 북한이 하나의 좋은 모델로 삼아 자신들이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가지게 됐다. 악성종양을 조기에 제거하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상의 가장 지독한 악성종양인 김정일 정권과의 위선적 타협은 결국 지구를 곪게 만들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양성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제 위선의 타협의 결과가 머지않아 나오게 된다. 김정일은 먹고 살만큼 원조를 받고 또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핵을 다시 보유했다고 큰소리치면 그만이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다. 어차피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 없다면 김정일은 제멋대로 행동해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자생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전대미문의 폭압정권에는 수술칼 한번 제대로 대지 못하면서 핵문제를 푼다는 위선은 그만 거두어야 한다. 핵이 문제가 아니라 폭압체제가 문제이며, 국제사회가 핵에 만 매달릴수록 폭압정권은 더 강화되고, 불쌍한 북한인민들의 고통만 연장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북한 문제를 푸는 유일한 열쇄는 폭압체제가 종식되고 집단지도체제 형식의 새로운 지도부가 나와 중국式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경제개발을 하든지, 루마니아나 구 동구권처럼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완전히 종식돼 새로운 민주체제가 세워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국 내 탈북자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북한내부의 강제수용소가 폐쇄돼야 하며, 집단농장에서 ‘개인농’ 정도의 농업개혁이 가능하도록 국제사회의 다방면적인 압력이 필요하다.

김정일의 핵은 결국 수령 독재를 3대로 연장시켜 정권을 변화하지 않고 특권층만 외부원조에 의존해 생존하고 그 세력에 의해 인민이 지배받는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김정일의 장기 전략에 불과하다.

핵은 제거하지도 못하면서 온갖 회담과 정치적 쇼로 결국 파국으로 마감될 북한핵문제 해결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 방법은 원칙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 http://newpo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