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북한《로동신문》은 『시대와 인민을 등진 역적무리의 응당한 참패』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독재를 일삼고 체제유지에 혈안이 된 김정일의 어용나팔수에 지나지 않는 《로동신문》이 대한민국의 최대 정당인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자격까지 거론한 것은 푼수라도 이만저만한 푼수가 아님을 자임한 꼴이다.

신문은 지난 4월 25일 한국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를 거들면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하고, 이를 계기로 내분이 심화되고 있”고 “참패의 책임을 진 한나라당의 중추인물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판국이 벌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이번 선거의 참패는 민심을 등지고 나라와 민족우에 침략적인 외세를 올려놓고 그 하수인으로 산 같은 죄악만을 덧쌓은 역적당에 내려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과히 백성들의 머리위에 군림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노동당의 기관지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상천지에 두려운 것이 없고, 초보적인 도덕과 양심마저 갖추지 못한 노동당의 횡포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음흉한 민족주의 간판을 내 걸고 교류와 협력의 실익을 따먹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택한 다수당을 향해 “역적당”이라는 언어폭력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한나라당의 집권은 불가능”하며 “남조선의 진보개혁세력과 인민들은... 년말에 있게 될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반역무리의 단말마적인 재집권기도를 가차 없이 분쇄해버릴 것이다”고 예단까지 한 것이다. “천하를 쥐락펴락하는 김정일이 결심해서 못하는 일이 없다”는 신념을 하도 유포시키다가 머리가 돌아버렸나, 뱉어내는 말마디마다가 구구절절이 상스럽고 멍청스럽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 없는 평양에서 자유와 민주가 넘쳐나는 서울의 면면을 할쿠고 비난하는 것이 《로동신문》의 사명이고 역할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나름대로의 언론이기를 주장한다면 제 코 닦는 일이 먼저임을 깨우쳐 주고 싶다.

김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