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과 몽골, 캄보디아와 태국 등지에서 한국행을 신청한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6개월 정도. 탈북자들이 대기하는 기간은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데 몽골 4~6개월, 캄보디아 6~8개월, 태국 6~10개월, 중국 10~15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최재천 의원이 발표한 '재외탈북자의 인권침해 실태와 보호방안'라는 정책 자료집에 수록된 (탈북자 171명의 설문)조사 내용이며 동시에 자유북한방송에 집계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결정하고 보호를 신청한 뒤에 대한민국에 입국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적게 잡아서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답이 나온다.

      [지옥 같은 수용기간, 단축은 불가능한가]

지난해 8월 태국경찰에 연행된 175명의 탈북자문제가 붉어지면서 밀입국 죄로 체포된 이들 탈북자들에게 6천바트(약 15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벌금을 내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경우에도 30일 동안의 구류처분 후, 강제추방 형식으로 한국행이 이루어진다고 태국 정부관계자가 밝힌바 있다.

한국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일인당 15만원 정도의 벌금을 대신해 주면 당장에 탈북자들이 풀려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노력이 아쉬워 정부가 손을 놓고 잇는다 해도 한 달 후면 수용된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올수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이번에 태국 현지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한 달 동안의 수용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탈북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UNHCR의 난민지위확인을 위한 면담과 국정원 조사원들의 기초 조사과정이다. UN에서 파견된 여직원 두 명, 국정원 직원 두 명...이론적으로는 이들이 일을 게을리 해서 태국 탈북자 400여명의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태국 이민국 수용소의 실정은 그렇다 쳐도 몽골과 캄보디아, 중국과 미얀마 등지에서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5개월 이상으로 고무줄처럼 늘고 있고, 그것이 고정불변한 현실인 것처럼 각인되고 있는 현상에 숨겨진 비밀은 없는 것일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468명의 탈북자들이 전세기를 타고 베트남에서 입국했던 2004년을 제외하면 탈북자들의 국내입국 수가 1200명 정도에서 웃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 2002년 1141명 ▶ 2003년 1281명 ▶ 2004년 1894명 ▶ 2005년 1383명 ▶ 2006년 1207명의 탈북자들이 입국한 형국이다.

   [탈북자들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연장시키다]

서울 모처에 위치한 탈북자 조사기관인 “대성공사”의 수용인원은 한 달에 130명에서 150명 정도, 300여명 수용이 가능한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경우(10주)도 그 이상의 탈북자 수용은 절대 불가능이다.

이러한 국내 탈북자 조사 및 수용시설을 확충할 대신 정부당국이 또 한 번의 조용한 외교-속임수를 쓰면서 동남아와 제3국에서 정신, 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비좁은 수용생활과 외부와의 고립,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인권침해와 나아가, 있을지도 모르는 해당 국가들의 (중국이나 북한으로의)강제추방 같은 행위들이 발생한다면 책임자 처벌조차 가능하다. 40평도 되나마나한 공간에 갇혀서 죄인 아닌 죄인취급을 받는 태국의 탈북자들과 동남아 국가들에 “억류”되어 있는 탈북자들...

그들에게 3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일 수밖에 없다는 등식을 적용하여 대한민국정부가 의도되고 기획된 고통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가설은 그래서 가능하다.

탈북자 김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