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조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UN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을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아무리 기권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인권참상에 대해 국제사회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조장할 생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를 막아주려고 하고 있다. 그 대표적 증거가 바로 지난 해 11월 13일 “북핵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LA발언이다. 이 발언은 세계질서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독재자 김정일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세계와 한국국민들이 오래 기억을 할 것이다.
  
근래 한국에서 대통령들이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으니까 김정일정권 붕괴를 말하는 것을 금기시(禁忌視)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그러나 북한 붕괴론은 북한동포의 붕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의 붕괴, 정확하게는 김정일 폭정의 종식을 의미하는 말이다. 60년간 계속되어온 북한 폭정의 종식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기대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반면, 김정일 폭정의 연장을 도모하는 것은 악인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요, 북한동포의 노예생활이 60년에서 80년, 90년으로 연장되기를 획책하는 것이다.

그러나 폭압자 김정일이 잘되기를 아무리 빈다 해도 효험이 절대 없을 것이다. 김정일은 금지선을 넘은 지 너무 오래 되었고, 그 원성(怨聲)이 하늘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모든 설득을 마다하고 악에 악을, 강팍에 강팍을 더해가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 2월 10일 핵개발 완료를 선언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을 무산시켰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의 박봉주 총리를 불러 회유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북한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김정일은 급기야 핵연료봉을 꺼내기 위해 영변원자로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핵무기를 몇 개 더 만들겠다고 협박을 해대기 위해서이다.

이런 ‘막가파’ 김정일의 원군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북한붕괴 불가론’이다. 북한의 붕괴를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이 주장은 요컨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온갖 행패를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제재를 가해서는 안되고 도리어 그런 김정일을 용인하고 지원해야 된다는 논리로 귀결한다. 그럴싸한 현실론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참으로 불의(不義)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폭압자 김정일이 권좌에서 밀려날 경우 국제사회가 북한의 치안과 질서유지 대책만 잘 세운다면 큰 소요나 대대적 탈북을 막을 수 있다. 식량문제도 농사의 자유를 주고 약 2년만 지원을 해주면 기근사태는 해소시킬 수 있으며, 시장의 자유와 외부투자를 보장해준다면 경제가 일어나고 시장질서가 잡혀갈 것이다. 강제로 통일을 시킬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분리독립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에 편입할 것인가를 그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붕괴, 정확하게는 김정일 폭정의 종식은 우리가 마땅히 빌 바요, 김정일이 더욱 강팍해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심판이 임박했다는 섭리(攝理)의 증거이다. 그 섭리의 뜻은 북한해방과 북한동포의 구원에 있다. 반면, ‘북한붕괴 불가론’은 그러한 북한구원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절대 그렇게 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