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북한인민들은 왜 김정은 정권에 반항하지 못하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쟁취했다. 왜 북한 내에서 정권을 반대해서 맞설 생각은 하지 않고 달아나기만 하는가.”
당연한 질문이지만 나는 이 곤혹스러운 질문에 설음만 쏟아낼 뿐 아무 대답도 못한다. 우리가 어떤 제한적인 제도에서 살아왔든 현실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살고 있는 2300만 인민들의 설명으로도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힘들다.

대신 반대로 나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사람들의 시위투쟁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정신력과 힘의 요인으로 정부를 반대해서 들고 일어날 수 있는가’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한동안 남조선 국민들의 시위투쟁에 대한 보도를 TV를 통해 많이 내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방송에서 남한 시위투쟁 소식을 중단시켜 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가는 말을 들으니 인민들이 남한사람들처럼 정부에 대한 반항의식이 자랄까봐 내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했다.

그때 TV 속의 남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북한인민들이 감수한 것은 ‘남한사람들이 옷도 우리보다 더 잘 입었다, 키도 우리보다 더 크다, 우리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하는 충격적인 모습들이었다. ‘잘 살고 잘 먹는 것 같은 남한 사람들이 왜 시위를 벌이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고 그래도 정부가 사람들을 마구 잡아다 죽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가 사는 무덤 속 같은 세상을 스스로 돌아다보며 그대로 충격이었다. 자유, 인권이란 말을 모르는 북한사람들은 남한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을 남한 정부가 북한정부보다는 꽤 양호한 정부 같다 하는 생각으로 마쳤다.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에서도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일어났다. 1976년도 해주폭동, 1987년도 정치범수용소 폭동, 1992년 소련 군사유학생들의 사건, 마지막으로 일어난 시위가 1998년도 황해제철소 사건이다. 북한의 황해제철소 사건은 그 참혹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제철소 지배인과 책임비서는 굶어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에서 철과 쌀을 바꾸어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구원했다. 이것이 정부에 발각 되어 책임비서와 지배인을 비롯한 19명이 총살당했다. 이에 격분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시위를 단행했지만 그 다음날 새벽 김정일의 보위사령부가 탱크와 기관포를 동원해 노동자와 인민들을 대량 살육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죽음 때문에 정부에 항의 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북한인민들은 70년 전이나 오늘이나 김 씨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보처럼 살고 있다.

나는 북한에서 살 때 북한인민들이 일어날 수 없는 기본 요인에 대해 아무리 몸부림쳐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 탈북해 와서 하나원이라는 교육과정을 마치면서 비로소 그 답을 찾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국가로 될 수 있었던 기본 요인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사상을 가진 최고의 선진국을 우방으로 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의 서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대사관이 섰다면 평양에는 소련, 중국 같은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나라들이 우방국으로 나섰다. 현실에서도 보지만 미국은 선량한 나라이고 세계를 끌고 가는 책임감이 강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이 열어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 뿌리를 만들어준 것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독재는 피의 역사로 공산주의를 만들어간 스탈린의 소련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소련 역시 전체주의 독재 체제에서 1000만 명이 넘는 농민들이 굶어죽었으며 군대가 와해될 정도로 많은 장교들, 정치인들이 숙청당했다. 스탈린은 죽을 때까지 피바람을 몰아왔다. 북한은 소련의 그림자를 따라 그대로 이어갔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3대를 내려오며 작은 스탈린이 되어 작은 나라에서 300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내고 숙청의 피바람은 스탈린보다 더 처참하게 불어쳤다. 아비가 한 짓보다 아들이 더하고 아들보다 손자가 더 피바람을 몰고 왔다. 반항의 씨앗이 자랄까봐 죽이고 또 죽이며 70년을 왔다. 결국 북한은 소련이라는 독재국가를 우방으로 둔 죄로 피 마르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대한민국도 독재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라는 우방이 곁에 있었다.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독재와 북한의 독재는 구별되는 독재이다. 대한민국도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구현되었다면 북한 같은 함정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강토 두 국가로 된 나라의 운명은 이렇게 서로 다른 운명선을 받아들였다.

요즘 내가 쓴 칼럼들에서 미국의 힘을 바라는 호소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한 놈의 독재자를 없애지 못해 애원과 갈망을 쏟아 붓는 가난한 몸부림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많다. 북한도 하루 빨리 남한 같은 자유민주주의를 우상으로 삼을 때 독재라는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빨리 미북 회담이 이루어지고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체제유지라는 탈을 벗겨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