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 반발한 애국단체의 맞불집회에 참석한 대규모 시민들이, 애국단체 집회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태극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애국보수연합, 자유총연맹 등 50여개 애국단체와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회원 및 일반시민들 수만명은 동아일보사 앞에 모여 탄핵 무효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누명 탄핵, 원천 무효, 인민재판 탄핵 무효 구호를 연발했다. 오전 11시 기준 경찰 추산 1만5천명, 주최측 추산 23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날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광화문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며, 뚜렷한 명분도 없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속전속결로 가결시킨 국회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분노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야당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밝힌 최순실 국정농단 공모, 측근들의 위법 공모, 세월호 참사 당시 직무유기 주장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이용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을 비롯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뤄진 탄핵 의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터져나왔다.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참석자들은, 탄핵 정국을 이용해 세를 넓히려는 데 급급한 야권, 국정운영의 책임이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간 뒤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들의 집회 및 행진을 지켜 보던 일부 시민은 "노인네들이 왜 길거리까지 나왔느냐"며 인격을 모독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기존에 열린 애국단체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다수 연출됐다.
무엇보다 청장년층의 참석이 늘어나고, 이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동안 애국단체 집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거리 행진도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은 종로3가부터 광화문광장까지 길게 이어진 대열을 따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침묵하는 다수로 불렸던 보수성향의 시민들이, 행동하는 다수를 표방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청장년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한 정진우, 이미영씨는 "선동과 왜곡, 거짓으로 점철된 조작 탄핵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광장의 촛불이 법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한 신문의 모습에도 동의할 수 없다"면서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국회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여기에 모인 국민들도 함께 탄핵시킨 것이다. 이런 사단이 벌어지기까지 국회는 무얼 했느냐"며, 여의도 정치권의 무능과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경재 총재는 "정윤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하 몇 사람이 이 문제를 엄격히 다뤘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기춘을 쫓아내라는 최순실 문서도 있었다고 하는데, 모르긴 몰라도 김기춘이 겁먹고 알면서도 못 본 체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며, 전현직 청와대 참모그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경재 총재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민의를 배반한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보수를 대변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진정한 보수를 대변하는 당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재는 19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그때 유족들이 7번이나 면회를 요청했는데 거절한 대통령도 있다. 세월호 사고를 끌고 가며 대통령이 머리손질 하는 시간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아스피린을 몇알 복용했는지 대통령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상진 대표는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국회와 선동적 언론, 민중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행동하는 좌익세력들과 싸워야 할 때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상진 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청계광장에 몰린 대규모 인파로 인해 주최 측이 광화문 인근도로의 개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실랑이가 생기자,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무대에 올라 "경찰이 왜 좌익폭도에게는 무방비 상태로 청와대 앞까지 가게 하면서 애국시민은 청계광장에 가둬놓고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발언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환호했다.
정 회장은 "(국회는) 촛불이 무서워 탄핵을 하고 지금 있는 태극기는 무섭지 않은가. 이 태극기가 무섭지 않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다음주 토요일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촛불에 기죽지 않도록 힘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조영환 대표는 "촛불민심은 전체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촛불 민심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언론, 국회, 검찰이 대한민국을 죽이고 있다. 다시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켜야한다"고 호소했다.
양태호 육해공군해병대예비역대령연합 회장은 "북한 김정은 집단은 우리 내부의 혼란과 무질서를 무기삼아,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내란선동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남쪽을 쓸어버리겠다는 노골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예비역대령연합회는 현 상황을 국가안보 위기로 보고 있다. 더 이상의 촛불시위는 국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찰은 정치검찰이냐. 대통령 조사도 않고 죄가 있다고 공표한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 태도를 문제삼았다.
서 변호사는 "여당은 정당도 아닌가. 야당 2명만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최순실 특검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석한 시민들도 강연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나타냤다. 한 시민은 "날치기 탄핵이다. 진실부터 밝히고 탄핵을 가결시키든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는 "그동안 몇 번 보수집회에 나오고 싶었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 눈치를 보느라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거리로 나왔다. 촛불이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20대라고 밝힌 c씨는 "대통령 탄핵이 춤추고 기뻐할 일이 아닌데, 촛불이 이상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며 "국정 공백만 키우는 탄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계광장 집회가 끝난 뒤 종로일대를 통과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한 뒤 2차 시국선언을 이어갔다.
행진을 지켜본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건네는 태극기를 받아 흔들며 호응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등록일 : 2016-12-1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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