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대북제재의 효과를 점검해 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북중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중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초 일제히 북한 은행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은 단둥의 지방은행인 단둥은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실험 등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는 보도가 최근에 자주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 가능한 통계가 나왔죠.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4일 한국무역협회의 중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대북 수입액은 1억6100만달러로 작년 4월보다 22.3% 줄었습니다. 품목별로는 석탄이 7210만달러로 전년보다 38.2% 줄었고 황금은 25만달러로 91.1%나 감소했습니다. 전면 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티타늄은 수입이 아예 없었습니다. 중국의 지난달 대북 수출액은 2억6800만달러로 1.5% 감소했습니다. 항공유, 로켓 연료 등은 506만달러로 작년 4월보다 39.9% 줄었습니다. 운송용 자동차와 전자장비도 각각 45.5%와 43.9% 감소했습니다. 4월 북중 전체 교역액은 4억2900만달러로 작년 4월보다 10.5%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중국이 지난달 5일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본격 이행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계속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북중 간 무역은 한층 위축돼 북한의 외화벌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4일자 기사에서 "당 7차 대회를 전후로 벌어진 제재 소동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중압이었다"고 쓸 정도로 중국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중국 정부의 대북한 제재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중국의 대북한 제재 참여를 통해 북한 지도부는 핵을 가지고 있으려하면 할수록 체제는 더욱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스위스도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이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면서요?

고영환: 스위스 연방 정부가 지난 18일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에 참여하면서 북한 지도층이 그동안 즐겨온 고급 식자재와 기호품 등 25개 품목을 수출 금지 사치품으로 지정하는 시행령을 발표했습니다. 스위스 연방경제교육연구부가 공시한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사치품 금수 품목 12개 보다 배 이상 많습니다. 모두 23항인 시행령 가운데 제8항은 '북한에 대해 사치품을 판매, 공급, 수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계 역시 전면 금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가장 대표적 제재 대상은 고급 음식 재료인 캐비아, 즉 철갑상어알과 생선 알로 만든 캐비아 대체품, 1kg에 거의 만달러에 육박하는 트뤼프, 즉 서양 송로버섯 등이고, 버터 브리오슈를 포함한 고급 빵과 과자류, 초콜릿도 포함돼 있습니다. 와인, 즉 포도주와 증류주도 금수 목록에 올라 스위스산 포도주나 코냑의 북한 수출은 금지됩니다. 김정은이 즐겨 차는 스위스산 고급 시계와 탁상시계 등의 수출도 금지됩니다. 이 밖에도 김정은이 좋아하는 순종말, 승마, 스키, 골프, 해양 스포츠 관련 제품, 고급 화장품, 고급 가죽 제품, 보석류 등도 금수품 목록에 올랐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에게 있어서 스위스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인지 스위스산 식료품에 대한 김정은의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가 김정은 일가를 직접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가한데 대해서 김정은이 많은 실망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김정은의 선물통치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대북 제재의 여파가 탈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북한 식당 종업원이 또 탈북했다고 하지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복수의 북한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해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것으로 지난 23일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중국 닝보에서 13명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으로 탈북을 한 데 뒤이어 또다시 식당 봉사원들의 탈북 사건이 일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북 제재 시행 전까지 전 세계에서 130개 안팎의 식당을 운영하며 연간 약 4000만달러를 벌어들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하며 현지인들도 북한 식당을 찾지 않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의 북한 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하면서 중국내 북한 식당들은 경영난으로 속속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저는 외화벌이 목표를 수행하지 못하는 식당들이 늘어 나고 그러면 해외식당 봉사원들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젊은 여성들의 탈북이 잇따를 것이고 이것이 또 북한 내부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심이 술렁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외부로부터의 제재와 내부로부터의 반발 등으로 북한 체제가 생각보다 빨리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이건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이 내부 불안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샤프 전 사령관은 미국 하와이에서 미 육군 지상전 연구소 후원으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와 군사전문매체인 ‘밀리터리 닷컴’이 지난 25일 보도했습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그 근거로 “북한의 경제는 주민들의 수요를 분명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가장 혹독한 유엔의 대북 제재에 참여한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샤프 전 사령관은 북한 주민들이 휴대폰과 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와 접촉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을 바꾸려는 내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저는 이 발언이 북한을 오랫동안 상대해 온 군사 전문가가 한 발언이라 타당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향후 수년 동안 북한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죠. 북한에선 김일성 훈장을 받으면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이걸 팔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부원장님, 이 보도를 보면서 무슨 생각하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3일 멕시코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비바아눈시오스’에 따르면 미겔 알바 전 푸에블라 종합대학 교수가 지난 13일 '멕시코에 있는 유일한 북한 훈장'이라는 제목으로 김일성 훈장과 훈장증서를 매물로 내놨다고 합니다. 훈장증서에는 1994년 5월 5일자로 된 김일성 주석의 인장이 찍혀있습니다.

알바 전 교수는 훈장과 훈장증서 판매 희망가격으로 7만6995 페소(약 450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알바 전 교수는 1990년대 멕시코-북한 문화친선협회 사무총장과 멕시코 주체철학 연구위원장 등을 역임한 친북 인사입니다. 2002년 4월에는 주체사상 세미나 참석차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김일성 훈장이 중고매물 사이트에 나온다는 것도 놀랍고 주체사상 멕시코 위원장이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저는 북한의 전직 외교관입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전세계를 주체사상화한다고 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귀중한 외화를 소비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로 주제사상 신봉자라는 사람이 김일성 훈장을 신상품 시장도 아닌 중고품 시장에 내놓는 현상으로 이어지다니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풀리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북한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토록 자랑하고자 했던 김일성의 영도와 주체사상도 국제사회에서는 중고매물에 불과하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http://www.rfa.org/korean/weekly_program/news_analysis/sisakorea-052720161001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