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 명을 헤아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탈북민의 70~80%는 여성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에 임시 거처하다 남한으로 들어오는 탈북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남한정착 2개월 차 탈북민 최 씨는 작년 10월 북한을 탈출했다. 그는 밀수꾼의 소개로 중국 지린 성에 위치한 임산토장(통나무를 베고 실어 나르는 곳)에서 일했다고 증언했다. "국경을 넘을 당시 탈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 돈벌이를 목적으로 넘어갔다. 중국 조선족의 안내를 받아 버스를 타고 한참 동안 들어가니 통나무집들만 보이는 깊은 산 속이었다. 우리를 맞이한 중국 사장은 하루 10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중국 돈 3,000원을 월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통나무숙소에 가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일을 시작한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혜산이나 무산 쪽에서 온 사람들로 정권의 공식적인 해외 파견노력이 아니라 개인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이곳은 백두산과 가까운 지대라 공기도 차고 통나무 사이에 발이 끼워 발목이 상하는 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토목 사장은 불법 노동자들을 채용한 것이 맘에 걸리는지 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병원에 후송하지 않고 의사를 불러 치료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저녁 작업이 끝나 숙소로 돌아오면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온종일 작업장에서 통나무를 베어 나르고 화물차에 싣느라 몸은 고달프지만,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또한, 깊은 산 속임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 와 TV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여 한 달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첫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사장은 한 달이 지나도록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구실만 장황하게 늘여놓았다. 통나무를 인수한 업체에서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둥, 불법 거주자들을 감싸느라 경찰에 거액을 찔러주었기 때문에 당장 내밀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왕 몇 달만 기다려주면 보너스까지 돈독히 챙겨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사람들은 이렇게 사장의 말을 믿고 거의 반년 이상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한 채 노동에 시달렸다. 당장에라도 작업소를 떠나고 싶어도 빈손으로 고향으로 가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사방에 경찰이다 보니 잘못 나갔다가 잡히면 북송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인다. 북한 노동자들은 함께 일하는 조선족 사람들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갈 새로운 루트를 찾아다닌다. 한국 브로커를 찾으면 서로 연락하여 한 곳에 모여 태국 라오스를 거쳐 남한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온성 출신 장 씨는 "남한으로 오기 전 중국에서 2년이나 숨어 살았다. 처음에는 온성에 있는 밀수꾼의 소개로 두 달만 중국에서 일하면 쌀 200kg을 주겠다는 바람에 생각할 여지도 없이 중국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가을걷이가 끝나고 계약한 두 달이 되어오자 밭 주인은 계약금을 주지 않고 구실을 대며 늦장을 부렸다. 그는 옥수수가 팔리지 않아 돈이 없다고 하면서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온종일 일도 없이 빈방에서 지내다 보니 고독함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인과 싸울 수도 없고, 괜히 주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경찰을 부르는 날이면 모든 게 끝장이다. 보름 정도 지나 집주인에게 돈을 언제 줄 거냐고 따지고 들었다. 놀라운 것은 돈을 주지 않은 주인이 태도다. 그는 나에게 지금처럼 행동하면 경찰을 부른다고 화를 냈다. 결국, 주인의 태도에 겁을 먹고 빈손으로 야밤 도주했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장 씨는 "북 중 국경에 사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중국으로 왔지만, 돈을 받지 못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신변 안전 때문에 고향과 가까운 국경에서 일하지 못하고 천진, 산둥을 비롯한 안쪽(내륙)으로 들어와 한국으로 안내할 브로커를 찾는다. 요즘은 한국 브로커들이 중국관 내에 거주한 현지 브로커들을 통해 내륙에 숨어 사는 북한 남성들과 연계를 맺어 탈북시킨다."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북한에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주민동향을 모조리 조사했기 때문에 중국에 와 있는 주민들은 이미 행불자로 등록된 상황이다. 어차피 북한 정권의 그들의 간 곳을 알고 있는 조건에서 굳이 북한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다. 돈도 벌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 법적 제재를 받을 바에는 대한민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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