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최근 2년간 북한 당ㆍ정ㆍ군 주요 인사 20여명이 탈북해 한국에 귀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잇단 권력 엘리트 계층의 탈북은 이들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심리적 이반(離反)을 결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 붕괴가 시대적 대세임을 지적한다. 경제적 난관 심화와 정보통제의 실패로 엘리트의 이반과 탈북 도미노 및 공포정치 강화의 악순환이 반복될 때, 엘리트의 내부 저항과 반역이 표면화돼, 김정은 지도부의 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엘리트 계층의 연쇄 탈북ㆍ귀순의 함의(含意)

최근 2년간 북한 당(黨)ㆍ정(政)ㆍ군(軍) 주요 인사 20여명이 탈북해 한국에 귀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4월 7일 서울로 집단 귀순한 사건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모두 노동당과 행정기관 간부 자녀임이 밝혀졌고, TV 시청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커진 것이 탈북의 주요 동기였다. 최근 대북제재 강화 이후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일꾼’에 ‘상납금’ 압박을 가한 것도 탈북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 출신 북한군 대좌가 딸과 함께 작년에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도 예삿일이 아니다. 김정은 권력 내부에 이상(異狀)이 생기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단 권력 엘리트 계층의 탈북은 종래 굶주림을 피해 국경을 넘은 주민들의 탈북과 성격을 달리 한다. 엘리트층의 탈북은 이들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심리적 이반(離反)을 결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또한 해외 개방사회를 체험한 이들에게 수령독재의 주체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충성을 요구하는 준거(準據)가 되지 못한다는 유력한 증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016.4.15)은 10년 전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탈북한 명성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권이 해외 근무자들에게 사상교육 및 감시와 함께 충성심 부족에 대한 ‘자아비판’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개방사회를 경험한 이들의 자유를 향한 갈구(渴求)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남한 드라마를 보면 (생각이) 바뀐다”는 그녀의 증언이 인상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14년만에 ‘공산주의’ 용어를 부활시킨 것도 사상 통제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2009년 개정 헌법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한 데 이어, 두 차례(2010.9.28/2012.4.11)의 노동당규약 개정에서 조선노동당 유일 지도사상이 김일성ㆍ김정일주의임을 선언하고, “온 사회의 김일성ㆍ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 강령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4월초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공산주의 구호를 높이 들자”라며, “공산주의 사상을 생명처럼 간직”하자고 주장해 시대에 역행하는 북한 정권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체제 붕괴는 시대적 대세—경제적 난관이 뇌관(雷管)될 듯

김정은 권력 세습 5년차를 맞는 지금, 북한의 체제 붕괴는 시대적 대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衆論)이다. 한국 정부도 4월 8일 “(북한)간부들의 잇따른 한국행이 북한 엘리트 사회의 붕괴 징후로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과정을 통해 붕괴할 것인가이다. 곧 주민과 정치 엘리트의 불만이 증가하여 탈북이 확산되는 현 상황이 어떻게 분출구를 찾을 것인가이다. 불만과 저항의 폭발 경로가 어디서부터 시작될지 또 어떤 과정을 겪을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루마니아식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북한은 민주주의 경험이 일천(日淺)하고 특히 시민사회(civil society)가 형성되지 못한 데다 전례없는 탄압과 공포정치 하에 놓여 있어 대중 봉기가 쉽지 않다. 동유럽의 민주정치 경험이 있는 루마니아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봇물만 열리면 노도(怒濤)와 같은 북한 주민들의 분노가 김정은 정권의 목을 죌 것이지만, 그 기폭제를 형성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은 그의 최근 저서 「Preparing for the Possibility of a North Korean Collapse/ 북한의 붕괴와 우리의 대비」(2015.7, 한국안보문제연구소 번역 출간)에서 북한체제의 붕괴 징후로 (i)북한의 경제적 난관 (ii)정보통제의 실패 (iii)북한 내 다양한 반역행위 등을 들고 있다.

북한의 경제적 난관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온 탓에 교정이 불가능한 구조적 고질병이다. 오랜 생활고(苦) 습관이 북한 주민들에게 익숙해져 내구력(耐久力)을 키운 탓에, 체제가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 북한 상황이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고강도 대북제재가 기름을 붓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경제는 (i)중국으로부터의 지원과 (ii)내부적으로 ‘장마당’에 의존해 간신히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실질적인 재재 여부에 북한 경제의 숨통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유효한 이유다.

한편 금년 1/4 분기 중북 간 무역량은 전년대비 12.7 %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중국 상무성 발표). 중국의 대북수출이 14.7% 증가한 반면,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은 1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제재 조치로 북한으로부터의 광물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원유의 대북 항공수출을 금지했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중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4월 5일 개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향후 일관되게 대북 제재를 이행할 것을 밝히고 있으나, 북한의 생명줄이라 할 대북 송유관이 과연 실질적 제한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이 태평만(太平灣)댐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주는 연간 50만t의 원유가 제한 내지 차단될 때, 그로부터 파생될 북한 경제의 난관이 체제 붕괴의 시발이 될 전망이다.

정보통제 실패를 거쳐 지도부 와해로 이어질 가능성

북한은 타(他) 공산주의 정권과 비교해 유독 강한 통제력을 행사해 왔고 그중 특히 정보와 사상 분야의 통제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 정권이 사상ㆍ정보 분야 통제에서도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징조들이 있다. 예컨대 휴대전화 보유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변경 지역에서는 언제라도 남한과의 통화가 가능하다. 북한에 유입되는 정보의 양이 증가하여, 주민들의 정보 접근 정도가 놀라울 만큼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정세 인식과 판단력이 냉철해지면서, 수령독재의 절대성과 무(無)오류성이 근거를 상실하고, 고난의 원인을 외세나 ‘남조선’보다는 북한 정권 자체에서 찾기 시작했다. 아울러,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사회 전반의 조직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도 역력하다.

정보통제의 실패로 인한 엘리트의 이반과 탈북 도미노, 그리고 그에 따른 탄압과 공포정치의 강화가 또 다른 대규모 탈북을 촉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머지 않아 엘리트의 내부 저항과 반역이 표면화돼 김정은 지도부의 와해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정용석 단국대 명예교수는 북한 권력핵심 수 명이 “김정은에 의해 처형당할 줄 모른다는 공포 속에 의기투합한다면, 목숨 걸고 김정은을 처치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김정은 암살을 북한 붕괴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코나스」, 2016.4.16). 베넷 역시 그의 상기(上記) 저서에서 김정은이 지나친 공포정치와 숙청으로 반발과 저항을 유발한 끝에 암살되는 로드맵을 북한체제 붕괴의 시발로 진단했다. 김정은이 제거된 후 군벌들이 상호대립하며 북한 지역을 분할해가는 시나리오다.

한편 북한의 잇단 핵실험이 뜻하지 않은 재앙을 불러 올지도 모른다. 곧 북한의 지하 핵실험이 규모가 커지면서 백두산 아래의 마그마를 건드려 대규모 백두산 활화산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2016.4.15)는 백두산 천지 인근 60㎞ 안에 부분적 용융상태의 마그마가 있으며 그 면적이 서울시의 2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지진과 화산과의 연계성에 주목한다. 일본의 최근 구마모토 지진과 아소산 화산폭발의 동시적 현상도 그 예일 수 있다. 백두산은 서기 946년과 947년(고려 정종) 두차례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바 있고, 2002∼2005년 활발한 지진활동을 보였다. 북한정권의 화산폭발 대응능력 결여를 감안할 때, 잦은 지하 핵실험이 북한 북부지역에 뜻하지 않은 대재앙을 초래하여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 대격동기 도래—한국의 안보ㆍ통일 대응이 중요

북한이 풍계리에서 5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데 이어 대륙간탄도탄(ICBM) 엔진 지상(地上) 분출 실험에 성공했다고 4월 9일 주장했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4차 핵실험으로 소형화를 달성한 후 핵탄두의 신형 ICBM 탑재를 노리고 있으며, 순조로운 개발을 지속한다면 2020년 경 미국 동부까지 사정권에 넣을 것으로 평가한다. 한편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무수단 중거리탄도탄 미사일(IRBM)을 발사했으나, 공중 폭발해 실패로 끝났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전문연구기관인 미국 ISIS(과학국제안보연구소)와 북한전문 웹진 ‘38노스’는 4월초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시작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붕괴라는 폭풍 전야에 진입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핵무장 야망에만 집착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의 4월 총선 과정에서 안보 담론(談論)이 실종돼 최우선 국가 현안이라 할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현저히 낮아진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대북정책을 놓고 정파(政派)별로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금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설정된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고강도 대북제재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기습적인 국지도발에 확고한 한미방위체계로 대응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반도 대격동기를 맞아 북한체제 급변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불시에 닥칠 수 있는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한반도 현실에 맞는 통일 정책을 항상 업데이트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꾸준히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