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도발로 조성된 위기 속에서, 북한의 무력압박을 억지하고 대화로 유도한 원동력은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가동이다. 한미는 2013년 마련된 국지도발공동대비 계획에 따라 긴밀한 군사공조체제로 대응했으며, 미국은 스텔스 B2 폭격기 등 첨단 전력으로 대북 억지력을 구축했다. 국무성은 대한(對韓) 방위공약 확약을 거듭 천명했다. 북한의 핵도발 징후 시 선제타격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작계 5027과 5029를 통합하고 평시작전계획까지 포괄한 신(新) 작계 5015를 한미양국이 수립한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 심화되는 한중관계를 십분 활용해 중국의 대북 지렛대를 유도하고 국내 반미세력의 확산을 막아내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정책 발굴에 힘써야 한다.

8ㆍ25 남북합의의 숨은 공신(功臣), 한미연합전력

북한의 지뢰 도발로 조성된 긴박한 위기가 북한의 ‘유감’ 표명과 8.25 남북 고위급합의로 전격 귀결된 배경에 한미연합전력이 존재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물론 국민들의 일치단결과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 그리고  정부의 일관된 의지 등이 커다란 역할을 했음도 의심할 바 없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북한 만행을 규탄했고, 국민 가운데 ‘사재기’ 등의 혼란상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장병 수십명이 전역을 연기하는 등 20~30세대의 안보의식이 돋보였다. 북한이 “남한에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는 허위 방송을 낸 것은 오히려 국민의 단결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냈다. 천안함 폭침때와 크게 대조되는 점이었다. “북한도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도 북한의 비이성적 벼랑끝전술을 저지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항상 무력을 앞세우는 북한의 대남행태를 감안할 때, 군사도발의 예봉을 꺾고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게 한 결정적 원동력은 한미동맹에 입각한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빈틈없는 가동이다. 북한의 무모한 군사모험주의에 직면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군사력에 기초한 힘의 확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강력한 배경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북한은 비공개로 회담을 제의하면서도 준(準)전시상황을 선포하고, 공기부양정ㆍ잠수함ㆍ특수부대 등 3대 핵심전력을 전개하는 등 무력으로 남한을 압박했으나, 한미양국은 2013년 합의된 국지도발 공동대비 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긴밀한 군사작전 공조체제로 대응했다. 특히 미국은 스텔스 B2 폭격기 등 첨단 전력을 전개하여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구축했으며, 국무성은 대한(對韓) 방위공약 확약을 거듭 천명했다. 카터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병사에 보낸 서신에서 “한반도는 언제든 쉽게(at the snap of finger)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진단하고, “오늘밤 전투가 벌어져도 승리할 수 있다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정신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新작계 5015의 통합 구축

한미양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등을 사전에 제거하고, 도발 징후 시 선제타격 개념을 적용한 ‘한미연합작전계획 5015’를 수립한 사실이 이번 지뢰도발 대응과정에서 밝혀졌다. 양국은 4월 열린 워싱턴 제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작계 5015 수립에 합의하고 6월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미양국은 종래 작전계획 5027(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과 5029(북한 급변사태 대비)의 양대 대비책을 세워놓았으나, 이번에 두 작전계획과 평시 작전태세를 통합해 작계 5015로 전면 개편한 것이다.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서 미군은 작계 5015에 따라 핵잠수함과 B2, B52, F22 등의 전략자산을 동원해 선제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작계 5015에는 ①킬체인과 KAMD로 구성된 맞춤형 억제전략(TDA)과 ②사전탐지(detect), 방어(defence), 교란(disturb), 파괴(destruction)를 의미하는 4D전략 및 ③적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decapitation)작전이 포함돼 있다. 현대전에서 참수작전은 핵심 전쟁지도부와 통신시설을 공격해 전쟁능력을 마비시킴으로써 결정적 승리를 도모한다. 북한의 대남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새 작전계획과 참수작전이 “위험천만한 도발 망동” 이라며 남북합의에 대한 “노골적 배신”이라고 주장했으나, 핵개발을 감행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북한주민을 공포정치로 유린하는 독재정권의 적반하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작계 5015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군 정보당국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다. 군사기밀이 적법한 절차 없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韓美연합방위체제의 현황

2014년 10월 한미연합사 해체(곧 전작권전환) 일정이 안보여건이 확보될 때까지 재연기됨으로써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큰 틀이 유지되게 되었다. 이제 2015년 10월 열릴 제47차 SCM까지 과거 전작권 전환 과제를 담은 ‘전략동맹(SA) 2015’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문서를 양국이 재작성해야 한다.

한미 전작권 체제는 전쟁과 같은 한반도 유사시에만 적용된다. 북한에 의한 평시 국지도발의 경우 적절한 연합대응체제가 미비함을 고려해, 2013년 한미양국은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 시에도 미군이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한국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한다는 개념으로 일차적으로 한국이 현장에서 즉각 응징하고 미군이 첨단 화력을 동원하는 계획이다. 전작권체제로 가지 않는 국지도발의 경우에도 한미 간 군사공조체제가 제도화됨으로써 사실상 미군의 자동개입이 보장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전술적 수준의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 미2사단과 한국군 여단급 부대가 합쳐진 한미연합사단이 2015년 1월 15일 공식 편성되어 가동되고 있다. 사단장은 현역 미군 소장인 2사단장이 겸직하고, 한국군 30여명이 미군과 동수(同數)로 참모부에 참여하며,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전시에 ‘미2사단+한국군 기갑여단’으로 운용되며, 북한 지역 민사작전과 핵무기 등 WMD 제거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2개 국가의 연합사단 편성은 세계 최초로서, 한미연합작전 능력의 강화를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은 주한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을 동두천에 잔류시켜 북한의 전면전 도발을 억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북한군 도발 시 주한미군이 즉각 전투에 참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다. 210화력여단의 막강한 전력은 북한군의 장사정포 공격 시, 이를 즉각 응징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04년 미 2사단 1개 여단의 철수와 2007년 한미연합사 해체(전작권 전환) 결정 이후 주한미군 대부분이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고 주요 DMZ 방위임무가 국군에게 이양되면서 한미연합방위태세가 차질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신(新) 작계 5015의 구축은 상기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 및 연합사단 창설 조치와 함께 한미연합방위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韓中접근과 韓美동맹

미국과 갈등관계를 빚고 있는 중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핵 및 통일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해결해 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도는 분명히 새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동북아 국제질서의 대전환을 점치기도 한다. 그동안 중국이 통일과 북한 급변사태 문제를 금기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한반도 통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은 특기할 만하다. 6자회담 재개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또한 역대 최다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여 한중 경제협력을 도모한 것도 득(得)이다. 현재 한중교역 규모는 대(對)미일 교역량의 합계를 초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가가 한국에 던지는 가장 큰 숙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팽창전략을 조금이라도 정당화시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대(現代)는 자국의 국가이익만을 배타적으로 추구해서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보편적 이념을 같이하는 우방국가들과의 상호의존과 국제공조를 통해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가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시대다. 정부의 새로운 외교ㆍ통일 프레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첫째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중국의 대북 지렛대(leverage)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남중국해 등 곳곳에서 충돌하는 미중 사이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균형자 역할을 적극 지지하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 천명되어야 한다. 10월 하순 박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이 중요한 분수령이다.

아울러, 한중 간 한반도 통일과 안보 문제에 대한 실질적 의견 접근이 필수다. 통일에 대한 중국 입장이 종래 ‘자주적 평화통일’에서 “한민족에 의한 평화통일”로 표현된 바, 통일과정에서의 미국의 협조를 외세로 규정해 반대하는 의미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국과의 통일논의가 한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추구에 부합할 지가 향후 깊이 유의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북한 도발에 대비한 한미훈련이나 첨단 미군 전력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중국측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합의를 원용하여 반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미동맹 발전시킬 정책 발굴에 힘써야

현재 북한정세는 “칼날 위의 안정”이란 표현처럼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근거한 살얼음판 단기적 안정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권력 엘리트의 지지는 약화되는 반면, 경제활동 통제에 유연성을 발휘한 탓에 일부 생산량이 증가해 주민들의 반감은 크지 않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의 무력 증강전략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는 영변 핵시설 활동이 활발해져 핵무기 비축량이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한은 9월 14일과 15일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위협하고 나섰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9월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ㆍ다종화ㆍ정밀화 가능성을 크게 보고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현재 북한이 핵탄두 7기(플루토늄 40~50kg)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북한의 8월 지뢰도발 이후 자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는 내년 국방비를 4% 증가시키고, 특히 무기 구입에 소요되는 방위력 개선비를 6.1% 증액토록 했다. 남한 어디서든 북한 전역 타격이 가능한 800㎞ 미사일 개발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중 접근에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조치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한(韓)ㆍ호주 외교국방장관 9월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rebalancing)이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식”했다고 밝힌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한미동맹을 근저(根底)에서 약화시키는 국내 반미세력의 준동을 막아내는 일일 것이다. 한미훈련을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주한 미 대사를 위해(危害)한 범죄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미동맹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한 목소리로 한미훈련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전략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지뢰도발로부터 남북합의로의 극적인 상황 반전을 겪으며, 한미연합전력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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