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를 주시하는 일은 우리의 중요한 안보과제이다. 미 국방부가 2015년 군사전략 보고서를 발간해 국가안보목표 및 통합군사전략을 제시하고, 러시아ㆍ이란ㆍ중국ㆍ북한을 국제규범에 도전하는 현상타파 국가들(revisionist states)로 분류해 잠재적 적대세력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육군 감축 계획을 발표하여, 주한미군에의 영향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주한미군 위상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반미감정 확산 여부, 핵ㆍ인권 대북공조, 한미동맹 글로벌화와 대중(對中)공조, THAAD배치 문제, 전작권 전환 재연기 후속조치 등이 거론된다. 이 달의 안보포커스에서는 군사전략보고서 발간 후 미국의 한반도 전략 추이를 진단하고,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한미 대북공조 방안을 모색해본다.

러시아ㆍ이란ㆍ중국ㆍ북한을 현상타파적 위협국가군(群)으로 분류

미국 국방부가 지난 6월말 미국과 타국 간 ‘전쟁 위협’이 증대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2015 美 군사전략보고서(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the USA 2015)」를 발간했다. 2011년 이후 처음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미국 안보에 대한 주요 위협을 ①국제규범에 도전하는 현상타파 국가들(revisionist states)과 ②폭력적 극단조직들(VEOs: Violent Extremist Organizations)로 대별(大別)하여 이들 모두를 “잠재적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위협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상타파적 위협국가들로는 러시아, 이란, 북한, 중국을 꼽았다. 러시아는 이웃국가의 주권(sovereignty)을 존중하지 않고, 목적 달성을 위해 서슴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려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러시아가 ‘대리(代理) 군사력(proxy forces)’을 사용해 지역 안정을 흔들고 있음도 비판했다. 이란 또한 국제공동체에 대한 ‘전략적 도전(strategic challenge)’ 국가로 간주되었다. 수차에 걸친 UN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 중동 지역의 안정을 파괴하는 ‘국가에 기반한(state-sponsor) 테러리즘’의 한 형태로 분류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 미사일 개발 역시 국제사회의 반복된 중단 요구를 무시하는 도전적 행동으로 동 보고서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능력은 한국과 일본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며, 때가 되면 미국 본토마저 위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또한 사이버 공격도 자행하고 있는 바, 미국 소니영화사에 현저한 타격을 입힌 것이 그 뚜렷한 선례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의 굴기(崛起)전략이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 내에서 다른 나라들과 안보 파트너가 되도록 기여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실제 중국의 행동은 아태(亞太) 지역에 긴장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확고한 결론이다. 그 증거로서는 국제법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이를 철회하라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역내 국가들에게 있어 사활적인 국제 자유항로에 군사력 기지를 건설하는 공격적 행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합군사전략(An Integrated Military Strategy) 제시

「2015 美 군사전략 보고서」에 제시된 미국의 국가목표는 ①미국과 미국민 및 동맹국들의 안보를 수호하고 ②국제 개방경제체제하에서 강력하고 혁신적이며 발전하는 미국경제를 담보하며 ③미국과 해외에서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④미국의 지도력에 입각한 국제규범과 질서를 확립하여 국제협력을 진작시킴으로써 평화와 안보 및 기회를 증진해 나가는 것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목표 실현을 위한 미국의 안보 주안점은 △미국의 생존과 존립 △미국 영토에 대한 침략의 방어 △세계 경제체제의 수호 △동맹국의 안보와 신뢰의 확보 △해외 미국민 보호 △보편적 가치의 수호와 확산 등으로 정리됐다.

이를 위해 동 보고서는 3개의 군사목표로 구성된 “통합군사전략(An Integrated Military Strategy)”을 제시했다. 곧 ①현상타파적 적대국가들의 공격을 저지ㆍ패퇴시키며 ②IS(이슬람국가)와 같은 폭력적 극단조직들의 위협과 도전을 또한 퇴치함과 동시에 ③미국과 동맹국 간의 세계적 협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고서는 △국내 국방제도의 혁신 △군사능력 및 역량의 강화 △규모와 양상이 현저히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전쟁에 있어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임전(臨戰)태세의 유지 등을 실천과제로 열거하고 있다.

해외주둔 미군과 관련하여, 미 국방부는 국제질서를 지탱하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방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데에 그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아태지역 재(再)균형정책(the rebalance to the Asia-Pacific region) 차원에서 최첨단 군사력을 이 지역에 배치하며 호주ㆍ일본ㆍ한국ㆍ필리핀ㆍ태국 등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NATO와의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 구축으로 러시아의 침략에 대처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공약으로 중동 지역의 안전과 질서를 확립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美 육군 감축계획 이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있나?

이번 군사전략보고서와 동시적으로 미 국방부가 2017 회계연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까지 육군병력을 현재의 49만 명에서 4만 명을 감축한 45만 명으로 조정하는 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여기에는 군무원 1만7천 명 및 해외주둔 병력 감축도 포함돼 있다. 지난 7월초 USA 투데이와 폭스 뉴스 등 미국 언론매체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감축 동기는 전략변화가 아닌, 순전히 예산감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지프 앤더슨 육군참모차장은 “예산제약(곧 시퀘스터)으로 ‘전(全) 육군(곧 현역과 예비역, 주 방위군을 포함하는 육군 전체)’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른 바 ‘시퀘스터(sequester)’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미국의 재정적자를 감안해 미 의회가 2011년 8월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을 의결해, 연간 1100억 달러씩 10년간 총 1조 2000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출을 자동 삭감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미 국방예산의 증가율은 연 최대 2%로 제한되고 있다. 예산 문제와 함께 미래 전쟁에서 대규모 지상군보다는 첨단무기와 소규모 특수부대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군사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육군 이외의 병력은 이번 감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미 공군은 31만 명, 해군은 32만 명, 해병대는 18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신속기동부대 순환배치로 보완할 계획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감안해 단기간 내 주한미군 병력이 감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이번 감축계획 발표 이후 한미 군사동맹에는 전혀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 전문지인 ‘더 힐(The Hill)’은 해외기지 가운데 이탈리아와 독일 및 한국 주둔 기지가 영향을 받는다고 밝혀 주목된다. 최근 주한미군 2사단 예하 제1 기갑전투여단이 해체됐고, 그 자리를 미국 본토에 주둔 중인 1개 기갑여단이 9개월마다 순환 배치 중이다. 이 여단 병력은 4600명 규모이다. 주한미군은 현재 2만8천여 명으로 구성돼 제2사단과 7공군이 주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위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는 △반미(反美) 감정 확산 △한미 간 핵ㆍ인권 관련 대북공조 △한미동맹 글로벌화 문제와 대중(對中)공조 △주한미군 THAAD배치 문제 △전작권 전환 재연기 후속조치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 동향과 한미 대북공조 방향

한미연합사 해체(전작권전환) 계획이 지난해 ‘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재연기됨으로써, 한미동맹의 공동화(空洞化)를 저지하고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통일ㆍ평화 운동이 점화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선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어 한미 간 대북공조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 상원은 하원이 금년 2월 발의한 ‘북한 제재 이행법안’의 맥을 이어받아 ‘2015 북한 제재 이행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그 주요 내용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도 미 정부가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기도하는 북한에 현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인권 유린에 관여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제재를 가능하게 하고 미 국무부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조지프 던포드 신임 합참의장 지명자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북한 선박 검색을 강화하는 등 한국과 협력해 “광범위(full range)한 억제, 방어, 대응능력”을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무부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7월초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 토론회에 참석해 “새로운 대북제재를 모색”하는 등 대북제재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북한인권과 관련한 제재방안도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7월 13일 공개한 「한미관계 보고서」의 내용도 우리의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한미동맹이 1953년 체결된 이후 “가장 견고한(robust) 상태”지만, 한일 관계와 북핵 문제, 대중(對中) 정책 등에서 이견(異見)이 노정됨에 따라 향후 몇 달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한미 간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THAAD 배치 문제가 “한국의 대미·대중 관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대북정책 중 일부가 미국의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한국이 대중 강경정책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사드 배치 문제를 들었다. 최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및 인도적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부상하면서 이 또한 한미 대북공조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미동맹이 단기적으로는 견고한 상태로 유지되겠지만, 북한 및 중국 관련 주요 안보현안에 있어 공동인식과 정책공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균열이 발생한다면 향후 주한미군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북한 내부에서 공포정치로 인한 탈북 도미노 징후가 나타나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대한 비(非)타협성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에 무력도발과 급변사태 가능성이 병존하고 있어 비상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한반도 바깥에서는 중국이 해상 무역로 봉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미국ㆍ호주ㆍ일본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남(南)중국해 긴장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지원 및 남북 평화공존 등 이상(理想)주의적 정책에 유혹을 느끼기보다는 미국과 공조하여 현실에 바탕을 둔 가치중심적 외교안보노선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간 북한 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