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나 명절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반면 북한은 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명절날은 오히려 우울해지고 귀찮은 날이다.

북한 주부들에게 명절날은 1년 중에 가장 슬픈 날이다. 2013년 5월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온 한금실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여섯 식구를 책임졌던 주부다. 한 씨는 "남한에 와서 제일 좋은 점을 말한다면 평시에도 늘 명절처럼 식탁을 차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들이나 남편이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마음대로 차려줄 때 아내로, 어머니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북한 같았으면 상상조차 못 하는 꿈 같은 현실이다. 한 끼의 식량도 구하기 어려운 북한은 굶지 않고 먹는 날이 명절이다.

북한 내 공식적으로 제일 큰 명절은 4대 명절이다. 4대 명절은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 김정일의 생일 2월 16일, 당 창건일 10월 10일, 공화국 창건 9월 9일이고 그 외 설날과 한가위를 비롯해 작은 명절들은 남한과 같다.

4대 명절이 오면 공장 기업소와 학교들에서 정치행사와 체육경기 대회를 하는데 주민들은 명절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는 간단하게 먹어도 되지만, 외부에 보여지는 도시락은 곧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북한에서는 도시락의 내용물에 따라 파벌이 형성된다. 심지어 따돌림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더 심해서 명절날 변변한 도시락을 못해주는 어머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명절 도시락을 보고 아내를 평가하며 '장가를 잘 갔네, 못 갔네'라는 말을 한다. 기업소에서는 도시락을 보고 그 가정의 경제적 잠재력을 엿본다. 도시락 때문에 이혼까지 가기도 한다.

또 다른 탈북자 김영옥 씨는 "북한의 주부들은 명절날에 굶는 경우가 많다. 명절이어서 품을 팔아 식탁을 차린다고 하지만 풍족하지 못하다보니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식사를 마친 후 부엌에 쭈구리고 앉아 맹물로 허기를 달랜다. 그리고 다시 명절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고 섦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