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0여 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파리의 반(反)테러 100만 명 행진에 동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이날만큼은 손을 잡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멀어진 미국의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함께 참가했다. 유럽이 다문화주의와 관용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선 불관용의 폭력만은 절대로 관용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사태였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는 무엇을 말해주었나? 무제한한 관용은 자유의 세포를 파괴하는 암(癌)바이러스의 온상이라는 것, 따라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그것을 파괴하려는 암 바이러스의 조건만은 관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관용의 원칙 자체는 물론 그대로 가는 것이고, 당연히 그대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극단적이고 정신병적인 광신(狂信)의 폭력만은 관용의 공동체에 끼워줄 수 없다.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수반이 파리의 반(反)테러 시위에 ‘동반출연’한 것은 그 점을 전 세계 모든 다양한 이념들이 함께 재확인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를 수 있어야만 민주주의다.” “공산당이 합법화돼야 민주주의다.” “통진당을 해산한 것은 유신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운운.... 한 마디로, 대한민국을 없애버리려는 자유까지 관용하라는 소리다. 자유체제의 자유헌법에 기대서 ‘반(反)자유의 자유’까지 번식시키자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럴 때 적잖은 사람들은 뭐라고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당혹스러워하기 쉽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당당히 이렇게 선언해야 한다. “자유는 지켜야 자유이지, 잃으면 자유가 아니다.”라고.

그렇다면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파리의 100만 명 시위, 다양성의 시위 그대로,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막론한 모든 정파들이 전체주의에 대한 공동의 거부(拒否)에 합의하고, 그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엄정한 법집행으로 반(反)자유 범행(犯行)을 응징, 추방해야 한다. 통진당 해산은 바로 그런 선(線) 긋기였다. 그러나 선 긋기는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 안에는 자유를 악용해 자유 안에 둥주리를 틀고 자유를 만끽하며 자유를 깨려는 전체주의 음모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집단들이 다문화주의를 자기들 식으로 악용해 “자유라면서, 다양성이라면서 왜 우리를 배척해?”라며 뻔뻔스럽게 대든다. 교활하고, 집요하고, 지독하고 야비하다. 이에 대항해 자유인들은 헌법이라는 무상명법(無上命法)으로 투철하게 무장해야 할 때다.

류근일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