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선전매체를 동원해 김정일 사망 3주기 추모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은 날씨 탓 하며 참가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지대인 함북도와 양강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김정일 사망 3주기 행사에 대해 “오늘 날씨가 갑자기 영하 20도 이상 떨어진 탓으로 애도행사 분위기는 썰렁했다”며 “며칠 전부터 행사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각 기관기업소, 인민반에서 교양사업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먹고살기 바빠 여기 사람들의 충성심이 예전 같지 않다”며 “추모행사 불참을 ‘역적죄’로 판단하던 때와 달리 간부들마저 오늘을 특별한 날로 여기지 않는다”고 덧 붙였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사망당시인 1994년 7월 애도행사 기간에 술을 마셨거나 결혼식, 돌잔치 등 분위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간부들이나 주민들에 한해 출당(노동당에서 제거) 및 철직, 심지어 수용소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김정일 사망당시인 2011년 12월 17일에는 북한 주민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눈물을 흘렸으며 일부 주민들은 거짓으로 눈물을 흘리는 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3주기 행사는 눈치보는 주민들도 없었으며, 억지울음을 터트린 주민들도 역시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추모행사를 위해 오전시간에는 장마당을 폐쇄했지만 사람들은 아침부터 길거리에 물건을 가지고 나와 서있었고 이에 대한 보안원(경찰)들의 단속도 없었다”며 “행사를 마치고 장마당으로 나온 사람들도 합세해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북적거렸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 속에서는 날씨가 추워지자 ‘제일 더운 날과 추운 날을 골라 사망했다’는 불만도 나왔다”며 “식량공급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 각종 행사 때문에 장사를 막는다면 사람들의 충성심도 멀어질 가 우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이 말하는 ‘제일 더운날’은 김일성이 사망한 7월 8일, ‘제일 추운날은 김정일이 사망한 12월 17일을 의미한다.

한편, 북한 노동당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일을 “20세기가 낳은 걸출한 위인”으로 치켜세우며 주민들이 “김정일 원수님에 대한 다함없는 경모심으로 가슴 끓이며 영생을 기원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조선중앙TV는 이날 새벽부터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있는 평양 만수대언덕에서 주민들이 참배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신남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