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8년 차 자강도 출신 문성휘 기자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지금 감기가 보름째인데 남한 약이 잘 안 들어요. 우리는 남한 사람들처럼 먹으면 안 돼요. 거기에 곱하기 2를 해요. 저 지금 정통편이 엄청 그리워요.

감기에 걸린 소연 씨는 북한에서 손쉽게 사먹던 정통편이 그립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정통편은 ‘거통편’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마약 성분이 함유돼 있어서 남한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반입 자체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마약 성분을 포함한 향정신성의약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잘못 섭취하거나 습관적으로 먹을 경우 인체에 큰 해를 줄 수 있는데요. 그래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마약류가 만병통치약으로 불린다고 해요.

소연 씨도 북한에서 지낸 30여 년의 시간 동안 이런 성분에 내성이 생겼는지 남한의 감기약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소연 씨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요즘 기온이 크게 떨어져서 병원마다 감기 환자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소연 씨도 목소리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박소연 : 요새 날씨를 북한 말로 표현하면 ‘죽을 놈은 나와라’예요. 날이 추우면 ‘밖에 나가지 마라. 죽을 놈은 다 나오라는 날씨다.’라고 하거든요. 저는 지금 감기가 보름째인데 남한 약이 잘 안 들어요.

진행자 : 그래요? 병원에는 가셨어요?

박소연 : 여러 번 갔죠. 그런데 안 떨어져요. 저 이번에도 아파서 병원에 갔잖아요. 그런데 남한 약을 타면 화가 나요. 무슨 설명서를 빼곡하게 한두 장씩 썼어요. 종이가 흐르나 봐요. 저는 그걸 안 봐요. 하루에 몇 알 먹으면 되는지만 보고, 거기에 곱하기 2를 해요.

진행자 :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시네요(웃음)?

박소연 :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체질은 우리가 알잖아요. 우리는 남한 사람들처럼 먹으면 안 돼요. 남한에서는 약을 마음대로 사 먹지도 못하겠어요. 위나 간에 나쁘다고 의사 처방에 따라야 한다잖아요. 북한에서는 자체 처방하고 자체 사먹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남한에서는 너무 지켜야 할 사항들이 많고 약도 말을 안 들어서 북한처럼 우리가 알아서 진단하고 약 먹을 때가 그리워요, 재깍 나으니까.

문성휘 : 북한의 약이라는 게 흔히 아편이죠? 마약, 거의 만병통치약이죠. 그리고 감기 걸리면 중국 정통편.

박소연 : 정말 좋아해요(웃음).

문성휘 : 중국 정통편은 말을 잘 들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그걸 못 먹게 하죠. 놀라운 건 북한에서는 정통편이 감기나 두통에 모두 썼잖아요. 그런데 중국에 가니까 중국 사람들 정통편을 안 먹어요. 절대로 먹지 말라고, 건강에 나쁘다고. 그런 약들이 다 북한에 들어온 거예요. 북한에서 아편 중독자들은 아편이 없을 때는 정통편을 몇 십 알씩 태워서 먹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통편이 여러 가지로 좋았던 게 그 속에 마약 성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걸 손쉽게 구할 수 있나요?

문성휘 : 장마당에서 마구 팔죠.

박소연 : 북한 말로 디디고 쌓였어요. 정통편이 무척 싸요. 그걸 먹으면 10분이면 땀이 나면서 효과가 와요. 땀이 나면 목화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 시간만 땀을 빼면 그럼 머리가 거뜬한데, 그렇게 며칠을 먹으면 감기가 나아요. 지금 정통편이 엄청 그리워요.

문성휘 : 탈북자들 사이에서 정통편이 몰래 돌아요. 그게 어떻게 들어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남한에서는 금지 약품입니다. 거기에 마약 성분도 있고,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는 남한 약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약이 말을 안 들어요. 지금도 그래요. 어른 용량으로 먹는다면 거의 두 배씩은 먹어야 해요. 그게 워낙 북한의 약들이 세고, 그리고 항생제를 어릴 적부터 쭉 써와서 약한 약들은 말을 안 들어요.

남한은 약에 설명서가 많잖아요. 그리고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아무 약이나 못 팔게 돼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그런 게 없어요. 내가 아프다 하면 집에 있는 약은 다 뒤져 먹거든요. 뭐, 뒤져 먹을 약이나 많으면 좋겠는데... 남한에서는 다른 식품도 유통기한을 무척 따지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유통기한이라는 걸 몰라요. 그렇게 표기된 것도 없고. 약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이게 3년 전에 나온 것인지, 10년 전에 나온 것인지, 아무튼 뒤져서 나오면 먹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나쁜지, 우리 건강이 많이 망가졌겠다...

박소연 : 문 기자님하고 저는 윤 기자님 보다는 오래 못 살 거예요.

문성휘 : 그리고 몰라서 그렇지, 지금 들어오는 탈북자들한테 북한에서 얼음을 해봤냐고 물어보면 70~80%는 다 해봤다고 할 거예요. 얼음이라는 게 필로폰인데, 북한에서는 그게 정말 보편화돼 있어요. 그런데 마약 소리가 나오니까 소연 씨는 북한에서 마약이나 얼음을 해본 적이 있어요?

박소연 :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는 혈관주사까지 맞았어요. 아편을 맞는 사람과 아편 중독자를 나눠야 해요. 아편 중독자는 시간에 맞춰서 계속 맞아야 하는 사람이고 정말 아파서 맞을 수도 있고. 아편이라는 것도 엉덩이에 맞는 것과 혈관에 맞는 게 효과가 정말 달라요. 혈관에 맞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요. 저는 맞아 봤어요. 너무 아플 때.

진행자 : 그런 걸 어떻게 구하셨어요? 아편 같은 경우도 양귀비꽃에서 나온 성분이잖아요. 남한에서는 양귀비꽃 재배 자체도 금지되고 있거든요.

박소연 : 뭐, 시장에 가면 파는데요.

문성휘 : 가끔씩 남한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오면 멍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디디고 쌓인 게 아편이고 얼음인데. 북한은 정말 일상적이고, 내가 아플 때 마약이 없다고 하면 옆집에라도 문을 두드려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두어 번 했어요. 설사병을 만났는데 약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 적당한 약이 없어요, 북한에는. 그러니까 하는 수 없죠. 감기 걸려도 마약, 얼음, 설사병을 만나도 아편. 그리고 솔직히 간부들이 마약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간부들의 경우 주머니에 마약을 제조해서 다녀요. 왜냐면 간부들은 살이 많이 쪄서 고혈압이 많아요. 남한에서는 혈압 약을 매일 먹을 수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혈압약이 없어요. 혈압도 종류에 따라 약이 많잖아요, 남한에는 100여 가지가 있대요. 북한에서 혈압 약이라고 하면 러시아에서 들어온 게 있어요. 그런데 이 게 말을 안 듣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까 항상 아편은 들고 다녀야 하는 거죠.

진행자 : 아편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됐군요. 사실상 즉각적인 반응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몸에 굉장히 해로운 건데. 지금 남한 약은 너무 약해서 안 듣는다고 하셨잖아요. 말씀 들어보면 두 분은 이미 그런 성분들에 조금 더 많이 노출돼서 남한 사람들이 쓰는 약의 농도로는 먹히지가 않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내성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세계적인 추이로 봤을 때 남한은 아직도 항생제를 너무 많이 처방한다는 지적을 받거든요. 병원에 갔을 때 무조건 약 처방하고 주사 처방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박소연 : 제가 한 번은 감기에 열이 너무 나서 병원에 가서 북한에서처럼 ‘선생님 저 주사 놔주세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아, 환자분 잠시만 앉아 계세요.’ 얼마나 상냥해요. 그런데 저는 아프니까 북한에서 했던 것처럼 ‘저 해열 주사만 한 대 놔주세요.’ 안 놔주고 약만 처방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아직 주사 맞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몸은 제가 안다고 주사 놔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끝내 안 놔주고 이 약을 먹고 3일 동안 두고 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이놈의 병원 다시는 안 오리라’고 나왔어요.

사흘 후에도 아파서 다른 병원에 갔는데 또 주사를 안 놔주는 거예요. 주사 맞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대요. 그냥 약을 먹으래요. 북한에서는 아프면 병원에 가서 검진도 안 해요. 그냥 페니실린 마이실린 놔달라고. 농도도 의사가 환자한테 물어 와요. 그러니까 남한 의사들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어요. 그게 1년 전 일인데, 이제는 남한의 의학을 믿기는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틀은 믿어요. 이게 다 안전수칙을 생각해서 이러는 거구나.

진행자 : 남한에서는 약을 사는 게 쉬운 절차는 아니잖아요. 일단 병원에 가서 의사가 처방을 해주면 그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고, 그러면 약사가 제조해주죠.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약국에 가서 ‘이 약 달라, 저 약 달라.’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한의 항생제 내성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 5배 이상 높았대요. 그래서 2000년에 의약분업이라고 해서 약을 탈 때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법률이 생기면서 제도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의약분업 하면서 예전에는 약을 쉽게 샀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냐고 처음에는 굉장히 불만이 많았거든요. 그때 한참 나왔던 표어가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였어요. 그러니까 진료를 받을 때는 의사한테 가고 약을 탈 때는 약사한테 가라... 남한 약이 너무 약하더라도 두 분도 바꾸셔야지 예전처럼 하시면 위험할 것 같아요. 사실 내성이 생기면 정말 위독하거나 약이 필요할 때 적정량을 썼는데도 안 듣고, 그렇게 중독이 될 경우 문제인 거잖아요.

문성휘 : 그러니까 우리한테 남한 약이 안 듣는 거죠.

박소연 : 그런데 윤 기자님은 한 번이라도 소다를 직접적으로 먹어 보셨어요?

진행자 : 아니오, 안 먹어봤습니다.

박소연 : 한 번은 제가 체증을 만나서 소다 파는 데 없느냐고 물어봤어요. 그걸 왜 사느냐고 물어서, 먹으려고 산다고 했더니 ‘소다를 왜 먹느냐’고 놀라는 거예요.

체했을 때 소다를 먹는다는 얘기는 또 뭘까요? 북한에서는 아플 때 병원에 가거나 약을 구하는 게 힘들어서 다양한 민간요법을 활용했다고 하는데요. 남한에서 똑같이 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에 정통편을 먹거나 아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요. 물론 그런 행동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몸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