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양강도에서 지난달 발생한 산불이 ‘공화국을 고립시키려는 남조선괴뢰들의 책동’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자유북한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초 삼지연에서 시작된 산불이 주변 산으로 퍼지면서 근 23일간 주민들이 산불진화에 나섰다”며 “갑산에 있는 산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보일정도로 이번 산불은 대형화재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산불은 꺼졌으나 주민들 속에서 흉흉한 소문들이 퍼지자 집중강연회를 열고 ‘적들의 준동을 제때에 짓부시려면 혁명적 경각성을 높여야 한다’는 뜬금없는 선전이 있었다”며 “강연자는 ‘적대세력들의 준동으로 산불이 나자 삼지연 인민들은 혁명사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이 전한데 의하면 이번 산불은 특이하게 삼지연과 신파, 갑산, 운흥, 풍산 등 양강도 군 전체 산지에서 차례대로 일어나 주민들 속에서는 “하늘이 벌을 준다”, “아무리 자연현상이라고 해도 이런 연쇄 산불은 살다 처음이다”, 등 화재자체를 김정은의 지도력 부족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식통은 “여기 사람들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모두 남조선과 결부시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살면서 체험했기 때문에 선전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삼지연 사적지에는 사방 100m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위대가 있으며, 화재가 나도 쉽게 불이 붙지 않도록 사적지 주변 나무에는 시약처리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대세력의 책동’, ‘사적지를 보호한 주민’, 등으로 선전하는 것은 이번 산불을 이용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식통은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산불은 ‘적대분자들의 책동’이 아닌 각 군의 주민들이 소토지를 일구려다 생긴 화재이다. 소식통은 “산에 일군 밭에서 가을걷이를 마친 주민들이 내년 농사를 위해 주변정리 하다 생긴 산불이다”며 “신파군과 갑산군에서는 화재를 낸 해당 밭주인들이 이미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 붙였다.

북한 주민들은 ‘각 도의 토지관리국에서는 국가의 산에 일정한 밭을 일구도록 승인하여 식량을 해결하라’는 2002년 7.2일 김정일의 ‘경제개혁조치’ 지시 후 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베고 그 자리에 옥수수나 깨, 콩 같은 작물을 심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신남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