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은 탈북자가 제일 많이 넘어오는 시기다. 탈북에 유리한 여름이나 겨울을 두고 굳이 가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은 탈북과정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 온 체험자만이 알 수 있다.

최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가을에 탈북자가 많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가을을 맞이한 중국 농사꾼들이 일손이 모자라 북한 인부를 요구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정보를 정권이 아닌 개인밀수꾼으로부터 입수하고, 탈북을 시도한다.

반면 북한 보위부에서는 탈북자를 '수확하는' 계절로 가을을 꼽는다. 탈북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정당한 임금을 주고 싶지 않은 조선족들이 보위부에 탈북자를 신고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탈북자 박미영씨는 “혼자 탈북한 남성의 경우 조선족 집에 머물며 농사 일을 해주고 돈을 버는 일이 많은데, 일단 일을 시킨 후 가을에 밀린 임금을 한꺼번에 주기로 약속을 한다. 후에 추수를 해서 돈이 생기게 되면 그 때는 공안에 신고해서 잡혀가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특히 북한 여성은 처녀건 아줌마건 가리지 않는다. 조선족 중에는 혼자 사는 홀아비가 많은데, 일을 시키고 난 후 총을 들이대며 같이 살든가, 북송을 당하든가 선택하라고 한다. 일부는 도망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결국 이처럼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최소연 씨는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해도, 중국에서는 북한 주민의 존재 자체가 범죄다. 이 때문에 가을 한철 탈북자들을 실컷 부려먹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공안에 신고한다고 협박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중국의 제도 탓에 중국에 숨어 지내는 탈북자는 이처럼 하루하루를 숨 죽이며 지내고 있다.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되어있는 보위부들은 같은 민족의 피 맺힌 아픔은 무시한 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한편, 황해남도 출신 여해옥씨는 "3년 전 탈북 한 동생의 기별을 받고 탈북을 결심했다. 막상 떠나자고 하니 어려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족 때문에 선뜻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가족을 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착잡했다. 얼마 안 되는 낟알이라도 추수를 해놓고 가야 시름이 줄어들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증언했다.

여 씨는 "떠나기 전 가족에게 남한에 가면 연락할테니 다음 해 가을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가족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가을 바람이 불 때마다 가족과 한 약속이 생각나면서 눈시울이 젖어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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