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테러 가운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사건 중 하나가 2003년 8월14일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다. 당시 정전으로 뉴욕, 뉴저지 등 美동북부 지역과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 캐나다 온타리오 등 미국 7개주와 캐나다 1개주가 암흑으로 변했다. 10곳 이상의 공항이 폐쇄됐고, 22곳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 정전은 무려 3일이나 계속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곳이 혼란에 휩싸였다.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교통은 엉망이 됐고, 지하철은 멈춰서 시민들이 귀가를 포기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시에 물이 공급되지 않았으며, 인터넷과 TV도 모두 불통이 됐다. 각종 산업시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력망은 3일이 지나서야 완전하게 복구됐다. 이 기간 동안 미국과 캐나다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에 이르렀고, 피해 주민은 5000만 명에 달했다.

 

2008년 5월31일자 ‘Nationa Journal’지는 당시 정전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의 사이버 부대가 전력망을 관리하는 미국의 컴퓨터에 침입해 시스템을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조직은 중국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對南 사이버 공격 시 중국을 경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원전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시스템 오류’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련의 사고에 북한이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한다. 

 

수년 전 미국의 연방정부연구소는 사이버 전사가 발전기를 파괴할 수 있는지 실험하려고 표준 제어 네트워크를 설정하고 발전기에 연결시키는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오로라’(Aurora)라는 작전명으로 불린 실험에 참가한 해커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어 시스템에 접근해 발전기에 회전 속도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실험이 아니었다면 이 상태에서 키보드를 몇 번 더 조작하는 것만으로 발전기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北核도 문제지만 이제는 북한의 對南 사이버전 역량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북한 사이버 전사들의 손이 유사시 송전선이나 발전기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리는 컴퓨터 명령에 의해 남한의 고속철이 탈선당할 수도 있고, 가스 수송관이 폭발할 수도 있다. 또는 국군의 무기시스템에 컴퓨터 명령을 내려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중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의 사이버 전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남한의 전력망, 또는 수천-수만 개에 달하는 국가 기간 시스템을 공격할 수도 있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