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거니와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탈북자체포소식이어서 처음에는 뜨뜨미지근하게 반응했다가 조~성~옥이라는 이름 석 자에 불에 덴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조성옥이라면 6년 전 어느 날 방송국으로 도움을 청했던 탈북여성이다. 중국 산동성 어느 소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곳에서의 ‘탈북자 인신매매실태’를 고발했던 인물이고, 목사님의 도움으로 그 지긋지긋한 곳을 탈출했던 사람이다.
또 다른 탈출을 그리도 기뻐했던 여인이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으로 끌려갔고 끌려가는 와중에 남겼던 메시지는 지금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다.
“나쁜 놈들!
차라리 그곳에서 짓밟히며 사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나는 지금 북으로 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나대로 여인을 은혜도 모르는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며 며칠 동안 이를 갈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에 젖어 살았다.
죽은 사람은 말조차 없다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해 가을, 한 탈북여성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고 묻는 나에게 조~성~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가랑가랑한 목소리로 북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한참이나 들려주었다.
죽음의 감옥이라 일컫는 ‘전거리 교화소’에서 “나는 짐승처럼 살았다”고 말문을 연 여인은 “나이 50에 30㎏도 안 되게 줄어든 체구를 끌고 어떻게 다시 국경을 넘었는지 나로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몸속에 돈이나 물건을 감췄는지 확인한다면서 맨손으로 신체의 주요부위를 마구 후벼내던 ‘짐승 같은 교도관’의 이야기로부터 ‘항문이 항~벌려져 죽어나간 그곳 여인들’의 이야기까지...그의 이야기는 어느 하나도 뼈가 저리지 않은 것이 없었고 말마디 마다엔 죽음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끝으로 여인은 “슬펐다”고 했다. “이를 악 물고 다시 국경을 넘으면서도 남조선이 나를 또다시 외면할 것 같아 슬프고 두려웠다”며 “그래도 나는 살아서 이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경우”라고 했다.
“국가도 어쩌지 못하는 걸 난들 어떻게 하겠는가?!”
여인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공안에 체포되었던 여인과 열두 명 탈북자 이야기는 이 나라의 신문과 방송을 온통 도배했고 우리 정부는 “외교적 조치를 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적 조치를 다하고 있다”는 정부의 이야기와 이른바 ‘언론의 관심’을 생명줄처럼 붙잡고 애절하고 또 애절하게 “살려 달라!”고 외치던 저들에게 나는 나대로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도 어쩌지 못하는 걸 난들 어떻게 하겠는가?!”
세상에 이보다 더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차라리 그때, “나도 할 만큼 했다”며 변명이라도 했다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 부끄러움이 조금은 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이은 탈북자 체포소식, 강제북송은 진행형이다
필자도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으로 끌려갔던 경험이 있는지라 8월6일 쿤밍에서 체포되었다는 두 여인(조성옥의 언니와 조카)의 운명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이들은 ‘언론에 소개됐다 더 큰 화를 당했던’ 이모의 판단 하에 이른바 중국공안을 상대로 ‘돈’을 쓰는 중이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여인의 전화를 받은지 하루도 안지나 어린아이를 포함한 탈북자 11명이 또 중국에서 군인들에게 체포되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과 라오스 국경지역 검문소에서 중국군의 검문에 걸린 이들 중 한 사람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우리 잡혔어요!”라는 문자를 보낸 뒤 소식이 끊겼다고 하니 십중팔구, 지금 북으로 끌려가는 길 일 수 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중국의 청도와 쿤밍 등지에서 공안에 붙잡혀 도문의 중국군 변방부대에 넘겨졌던 탈북자 20여 명은 이달 초 끝내 강제북송 되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들려온다. 그들 가운데 60대 부부도 있고, 돌을 갓 넘긴 영아도 포함돼 있었다니 초반의 심문과정을 이겨낸다는 보장이 없다.
탈북자지원 상설TF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만약 대한민국정부가 “니들 오고 싶어 오다가, 잡혀서 끌려갔는데...그런데 뭐?!”라고 했다면 안타깝지 않고, 마음 아프지 않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는 훈시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정부는 “자유를 찾아오라”고 했고, 한해 전에는 해외 체류 탈북자의 한국행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외교부에 신설했다고 발표했으며 이 전담조직을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으로 명명한다는 대국민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장급 팀장에는 전 주도미니카 참사관이 임명됐고 또 팀장과 통일부 파견 1명을 포함해 5명이 팀에 배치되었다>고 했을 때 탈북민들은 박근혜정부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했고, 이 기쁜 소식을 북녘형제들에게 앞 다투어 타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뭐냐!”고 작금의 탈북자들이, 마음 한복판에 울분을 새기고 있음을 대한민국정부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때마다 번마다 “외교적 조치를 다하고 있다”는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향해 “차라리 듣지 않는 것 보다 못한 이야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다”고 비판하고 있음을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상대가 중국인지라 어렵다는 이야기, 이제는 신물이 난다.
이제는 정말, 북으로 끌려가는 탈북자 한사람 쯤 들어 올리며 “우리가 구해냈다!”고 이야기 할 때가 아니냐고 묻고 싶기도 하다.
가족과 친척들이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으로 끌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미쳐 돌아가는’ 저들에게, 그 안타까움을 호소할 창구만큼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고 외치고 싶다.
아울러 정부가 언론의 요구에 못 이겨 판박이 입장만 되풀이하는 이 기막힌 현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바라고 또 소원한다.
등록일 : 2014-08-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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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예수로부터 예수와 그 아가페 사랑의 통제고픔으로 구해 받아야 세상을 넉넉히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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