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左傾세력은 운동권 내 다수세력이라 할 수 있는 NL주사파(북한 주체사상 신봉)와 NL非주사파, 소수세력인 PDR파(민중민주주의혁명파), NDR(민족민주혁명파), 트로츠키파 등으로 분화되어 있다. 이 가운데 ‘從北’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계파는 NL주사파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선 차이는 운동권 내에서의 분류일 뿐, 북한문제와 관련해 NL-PD-ND-트로츠키파 모두 친북적(親北的) 경향을 보여 왔다. 다만 從北이라는 용어의 사용 자체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從北의 일반적 의미는 북한의 '조선로동당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독재세력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다.

2001년 민노당(통진당의 전신)과 ‘反조선노동당 논쟁’을 벌였던 당시 사회당(대표 원용수)은 같은 해 11월30일 민노당의 황광우 등이 黨 기관지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사회당 동지들에게 드리는 7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여기서 “조선노동당은 사회당의 敵이냐”고 묻자, 같은 해 12월11일 사회당이 “조선노동당의 사회관이 관철되는 통일에는 단연코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從北’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게 됐다. 

이후 2001년 12월21일 사회당은 기자회견에서 “민중의 요구보다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從北세력’과는 함께 당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원용수 사회당 대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 선언의 한 당사자인 김대중 정권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 대표는 “이는 민중의 요구보다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것”이라며 “이들이 바로 ‘從北세력’이며 이들과는 黨을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게 바로 ‘反조선노동당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널리 일반화된 ‘親北’이라는 표현 대신 ‘從北’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 “親北세력에는 從北세력 즉, 조선노동당 추종세력 말고도 북한과 친해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從北’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 것은 2006년 일심회 사건 때 민노당(통진당의 전신)의 일부 당 간부들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민노당 내 계파인 PD(민중민주) 계열이 사건과 관련된 당직자의 제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PD계열의 조승수(前 민노당 의원)는 민노당 내 다수 계파인 NL(민족해방) 계열을 종북주의로 규정하고 2008년 2월 탈당하게 된다. 이후 노회찬, 심상정 등의 PD계열 당 지도부가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남파간첩 김동식 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북한의 對南공작부서가 남한의 좌경(左傾)세력에 지침을 내려 “북한에 대한 지엽적 비판은 허용하지만 다섯가지는 비판하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고 했다.

이 다섯 가지는 ▲북한 독재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문제 ▲북한체제 ▲주체사상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문제이다. 대체적으로 국내 左派 세력 가운데 ‘從北’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개인/단체들은 위 다섯가지 금기어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국내 左派세력의 ‘계파별 혁명론’

左派의 사전적 의미는 한 단체나 정당 등의 내부에서 급진적 경향을 띠는 세력을 의미한다. 좌파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회주의 세력은 크게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에서 갈라져 나온 정치사상)가 있다.

국내 좌파의 경우 대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폭력혁명에 의해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세력으로 ‘혁명적 사회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로 분류된다.

다만 이러한 분류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며,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에서는 이러한 분류 및 용어를 엄밀하게 분간해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 좌파 세력은 북한의 대남(對南)혁명론인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NLPDR)를 추종하는 ‘민족해방파’(NL파, National Liberation),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마르크스-레닌파’(PDR파, People’s Democracy Revolution), ‘NDR파’(National Democratic Revolution), ‘트로츠키파’(Trotsky) 등으로 각 계파별 혁명론에 따라 크게 4가지가 존재한다.

■ NL파: 국내 운동권 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NL파는 북한의 주체사상(主體思想) 추종 여부에 따라 NL주사파(다수파=종북파)와 NL비(非)주사파(소수파)로 분류된다.

NL파는 남한 사회의 모순을 제국주의(美國) 대(對) 민중의 대립관계로 보고 모든 투쟁에서 항상 反美자주화를 기본적 투쟁으로 설정했다. NL파의 혁명론은 ‘식민지 반(反)자본주의론’과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로 나뉘는데, 구체적으로 ‘식민지반(反)자본주의론’은 현실 모순의 인식이며,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은 그 모순을 타개하는 방법론이다.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에서는 식민지반(半)봉건사회, 또는 식민지반(半)자본주의사회를 민중혁명으로 타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NL파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과 관련해 제국주의(美國)로 부터 해방되는 민족해방 혁명과 계급해방을 달성하는 민중민주주의 혁명이 독자적이며 통일적 유기체를 이룬다고 본다.

NL파는 혁명의 달성을 위해 反美자주화 및 反파쇼민주화, 그리고 제국주의(美國 등 자유진영 국가)와 연계된 자본가 세력을 타도해 남북통일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북한의 對南혁명론은 1970년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NLPDR) 혁명론을 기본으로 1990년대 변화된 남한 현실을 고려,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한 ‘민족해방민주주의’(NLDR) 혁명론이다.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은 1975년 10월5일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리론》 제하의 책자로 발간됐다.

이와 함께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론은 2003년 10월 북한의 대표적 對南선전-선동 웹사이트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에서 <주체의 한국사회 변혁운동론> 제하의 문건으로 게재됐다.

이후 북한은 2010년 9월28일 조선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NLPDR을 NLDR로 수정했다.

그러나 <주체의 한국사회 변혁운동론>에서는 “우리의 변혁운동은...(중략)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변혁운동이다”(57페이지)라고 설명하고 있어 두 이론이 모두 폭력 혁명을 수반하는 한반도 공산화 노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NL파 가운데 북한의 주체사상(主體思想)을 신봉했던 최초의 NL주사파는 1986년 4월 서울대에서 결성된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라는 명칭의 학생 운동권 조직과 이 조직의 상부조직이었던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이다. 이들 조직은 모두 북한의 對南혁명론인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NLPDR)를 조직의 지도이념으로 삼았다.
 
■ PDR파: PDR파는 ‘민중민주주의혁명’(PDR, People’s Democracy Revolution)을 통해 남한 사회를 사회주의화하려는 세력을 지칭한다.

PDR파는 이념적으로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회-철학적 전통을 중시하며 운동권 내에서는 이른바 ‘평등파’로 불리기도 한다. PDR파는 남한 사회를 ‘신식민지 국가독점 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사회 변혁 방법으로 민중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을 따른다.

PDR파는 단일 지도 이념에 따라 통일된 조직(연대-연합체)을 형성하고 있는 ‘NL주사파 및 NL비(非)주사파’와 다르게 단일 정파(政派)로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몇 개의 정파가 독립적으로 형성되어 조직적으로 분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PDR파는 크게 ‘제독PDR파’(反帝·反독점 민중민주주의혁명파)와 ‘제파PDR파’(反帝·反파쇼 민중민주주의혁명파)로 나누어진다. 현재 ‘제독PDR파’는 NL파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수의 세력이 학원계와 노동계, 문화예술계, 학계 등에 포진해 있다.

대체로 남한 혁명운동의 실천영역에서는 NL파가 확고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고, 사회주의 이론을 연구·토론하는 영역에서는 PDR파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NDR파: 민족민주혁명(NDR, National Democratic Revolution)에 의해 남한사회를 사회주의화시키려는 세력을 지칭한다.

NDR파는 1983년 9월 결성된 운동권 세력의 연대체인 민주화청년운동연합(민청련)의 기본노선이었다. NDR파는 투쟁의 주된 대상을 ‘파쇼’와 ‘미(美)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노동계급만을 투쟁의 주체로 삼아 파쇼타도→미제(美帝)축출→임시 혁명정부 수립→제헌의회(CA) 소집→민중민주공화국 건설을 추구했다.

NDR파의 혁명론은 박헌영(월북한 남로당 당수)의 ‘8월 테제’와 그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코민테른의 ‘12월 테제’에 등장하는 1단계 혁명론인 부르주아민주혁명론과 유사하다.

NDR파는 민민투(民民鬪, 반제반파쇼민족민주화투쟁위원회)계열의 제헌의회(CA)그룹 후신(後身)인 혁명적노동자계급투쟁동맹(혁노맹),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등으로 구체화 되어 사노맹재건위, 전국학생정치연합(전학련), 들불그룹 등으로 이어졌다.  

■ 트로츠키파: 러시아 공산혁명가인 트로츠키(Leon Trotsky)의 혁명노선(영구혁명론)에 입각해 남한 공산화혁명을 획책하는 국제사회주의혁명 세력을 지칭한다. 현재 활동 중인 트로츠키 계열의 조직으로는 노동자연대다함께(다함께), 국제사회주의자들(IS), 사회주의학생연합(사학련),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 등이 있다.

트로츠키파 조직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는 다함께를 꼽을 수 있다.

다함께는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現 통합진보당의 前身)학생그룹’ 시절 월간 잡지 <열린 주장과 대안>, <다함께>를 발행했고, 단체 성장과 정세 변화에 맞춰 주간 신문 <맞불>, <저항의 촛불> 등을 발행했다. 현재는 격주간 신문 <레프트21>, 계간 이론지 <마르크스21> 등을 발행하고 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