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에 걸린 것처럼, 유럽에서 600만명 가까이 유대인들을 학살한 독일인들의 집단적인 만행은 민족적 갈등이나 종교나 이념을 넘어선 존엄한 인간 자체를 무시한 ‘인간 존엄성의 폐기처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2차 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뒤 베일에 가려졌던 수용소실태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을 때 온 인류는 경악하며 분노하고 말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한 군데에서만 유대인을 포함하여 최대 400여만명을 학살하는 등 유럽의 여러 수용소에서 유대인 등에게 가해졌던 만행들은 같은 인간들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고 얼마나 악마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가해자였던 독일은 수상이 바뀔 때마다 유대인들에게 사죄한다. 아우슈비츠에 가서도 사과 한다. 얼마나 악하고 끔찍하고 충격적이고 소름끼치고 그리고 얼마나 죄스러우면 아우슈비츠가 해방된 지 올해로 65년이 넘은 역사적 죄과에 대하여 독일 정권이 대대로 사죄할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비단 독일과 유대인 사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물려받은 인간 존엄성에 관한 전 지구적인 문제였기에 그러하리라.

그래서 전범국 독일의 유대인에 대한 사죄, 독일 수상이 아우슈비츠에서 무릎을 꿇고 선조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사죄를 청하는 것이 계속되고 또 계속되어 새 정부가 그 사죄를 이어 간다 한들 우리 인류는 당연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이 사죄하는 모습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대판 아우슈비츠 만행이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

인간존엄에 가치를 둔 여러 현안들에 관해서는 그렇게도 민감한 이나라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북한의 ‘인간 존엄성 폐기처분’에 관련한 북한 당국의 여러 만행들에 관해서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소위 ‘몸싸움방지법’이라 말하는 ‘국회선진화법’이 문제다. 민생을 목놓아 외치며 새누리당이 탈이념의 방향으로 가는 것도 염려스러운데 그나마 19대 국회에서는 재적 국회의원 5분의 3(60%·181명)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 단독으로는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반면 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경우에 어쩔 방법이 없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국회는 그야말로 숨만 쉬는 소위 식물인간화가 될 운명에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위해 소속 의원들의 1:1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정의화·정몽준·김무성·이경재·김영선 의원들이 ‘식물국회로의 전락‘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정도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1:1 설득작업으로 찬성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찌되었든지 이러한 상황에서는 북한의 평화적 통일은 저 먼 나라의 꿈이 되어 날아갈 판이고 평화통일이 발판이 될, 대한민국의 가장 숭고한 책임과 의무인 북한인권법 제정은 사실상 물건너 가는 모양이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고 했는데 우리는 지금 악의 무리에 대하여 숭고한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 선으로 악을 이기는커녕,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냥 스스로 좌절하여 주저앉을 모양이다.